2
부산메디클럽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7> 팀파니스트 전영수

“생활고에도 음악이 좋아 버텼더니 일생의 업이 됐네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7 18:41:3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음악가 아들 꿈꾼 母 덕분 입문
- 타악기 비상임 단원으로 시작해
- 정단원, 부수석, 수석으로 승급
- 부산시립교향악단 30년 지켜

- 은퇴 후 오케스트라 교육에 관심
- 청소년·은퇴자 아카데미 지휘
- 자선 오케스트라 유코도 만들어
- 13년간 5억7000만 원 사회기부

- “연주자는 관객 위해서 연습
- 지역 기여할 대화의 장 필요”

1921년생 김준한의 고향은 평안북도 선천이다. 한국전쟁 중 피란해 부산 동구에 자리 잡았다. 성남초등학교 앞에서 장사하던 어느 날 우연히 미군 군악대 공연을 보았다. 경쾌한 관악기 소리가 피란살이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을까. 그 소리가 좋아 아들을 낳으면 음악을 시키겠다고 생각했다. 아들 하나를 폭발물 사고로 잃고, 서른여섯에 낳은 아들이 음악을 했다. 그가 팀파니스트 전영수(62)다.
   
부산 남구 대연동 유코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만난 팀파니스트 전영수. 여전히 악기 앞에 앉아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부산시향 제2의 지휘자

팀파니는 오케스트라에서 제2의 지휘자로 불리는 악기다. 음악의 베이스라인을 형성하고 리듬의 중심을 잡는 한편 극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전영수는 1986년부터 2015년까지 29년10개월 동안 부산시립교향악단에서 그 역할을 맡았다. 정년퇴임한 지 3년이 넘었지만, 팀파니를 앞에 두고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예리한 타격을 기억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합주 시작 2시간 전쯤 도착합니다. 그날 연습할 곡에 맞춰 북 하나하나 음정을 조율하고 밸런스를 맞춥니다. 손이 많이 가는 악기죠. 갖고 다닐 수도 없고 시끄러우니 남들 오기 전에 일찍 출근해 조율하고 손 푸는 거지요.” 오랜 세월 동안 무리한 탓일까. 요즘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잦다. 완치할 수 없지만 평생 음악 하다 얻은 병이니 때론 훈장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악기 연주하는 사람들은 다 고질병 하나씩 있다며 대수롭잖게 어깨를 움직이지만 통증이 표정에 묻어난다.

처음엔 타악기 비상임 단원으로 입단했다. 대개 팀파니는 타악기 주자 중 수석 주자가 연주한다. 그런데 전임자 퇴임 후 지휘자가 시범 삼아 연주를 시켜본 이후 계속해서 그가 팀파니를 맡게 됐다. 당시 월급은 6만4000원. 분윳값 대기도 벅찼지만 그렇게 맡은 팀파니를 잘하고 싶어 주말이면 서울로 공부하러 다녔다.“분유가 떨어져 깡통 바닥을 긁는 소리가 너무 싫었어요. 아기들이 분유를 그렇게 많이 먹는지 몰랐습니다. 야간업소에서 일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밴드 주자가 사정이 있어 빠질 때 가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3일 일하면 두 달 치 월급을 받았어요. 이리저리 버텼지요. 아내가 고생 많았어요.” 1년 후 정단원이 됐고, 오디션을 거쳐 부수석, 수석으로 승급했다. 벌이 좋은 다른 일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버티며 기량을 쌓은 세월이 아까워서 음악을 그만둘 수 없었다. “버티면서 행복하면 버텨보는 겁니다. 나만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요. 다른 분야도 좋은 직장을 갖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좋은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해요.”

■ 음악 통한 사회 공헌

   
부산시향에서 팀파니를 연주하던 모습. 부산시향 제공
후배 연주자를 보면 선배로서 해줄 말이 없다. 생활고로 음악을 그만두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결코 개인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음악가는 관객을 위해 연습합니다. 넉넉한 월급보다 매일 함께 음악을 하고, 관객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서울에는 구립 오케스트라만 2곳 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음악가가 지역사회에 좋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 텐데…. 최소한 대화의 장이라도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요즘 오케스트라 교육에 관심이 많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은퇴자로 구성된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국내 음악교육은 솔리스트 양성, 콩쿠르 입상,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한 무한경쟁 속에 이뤄졌습니다. 물론 한 악기를 빼어나게 잘 다루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합주 교육은 자기 소리를 내야 할 때, 다른 사람 소리를 들어야 할 때, 그리고 지휘자를 보며 방향을 설정할 때를 알게 합니다. 사회생활의 기초이자 삶의 지혜이기도 하지요.”

자선 오케스트라 유코(UKO) 역시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난치병 어린이 환자의 사연을 접하고 시작했는데, 지난 13년간 5억7000만 원 기부라는 성과를 냈다. “음악을 통해 사회에 작게나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뜻을 함께한 초창기 멤버와 스타자동차 유재진 회장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라 좌충우돌하는 일도 많았죠. 곁에서 잘 수습해준 주변 분과 단원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조방 앞’(동구 범일동)에서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이른바 ‘우범지역’이었다. 행여 맞고 다닐세라 유도를 가르쳤더니 일찍부터 밖에서 사고 치기 일쑤였다. 열네 살 크리스마스 날, 어머니는 고급 기타와 일제 녹음기를 사 주었다. 밴드 공연을 보며 어머니가 품었던 꿈이나, 자식이 엇나가지 않길 바랐던 간절한 모정은 헤아리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기타를 하던 그때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 평생 직업이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음악으로 30여 년을 보냈다. 지금도 옷장 앞에는 2016년 돌아가신 어머니 김준한의 사진이 놓여 있다. 퇴임 전 마지막 공연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며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3악장으로 그리운 어머니를 불러본다.

공연기획자·인제대 외래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9. 9[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6. 6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9. 9[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10. 10인사청문회서 "영도다리 핸드레일 예쁘게"… 검증 대신 지역구 민원 쏟아낸 시의원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국토부, “가덕도신공항에 적용할 PBD 공법 문제없다”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8. 8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9. 9'한국형 녹색대전환'에 1000조 투자…SMR·전력반도체 등 집중 육성
  10. 10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4. 4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5. 5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속보]부캉이와 '차가운 이별' 맞게될까…흑상어, 수온 떨어지면 바다로 돌아갈지도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60대 부부 피살 용의자, 자전거·피해자 차량 갈아타고 ‘용의주도’
  10. 10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8. 8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