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연극제 예심·경연 치중
- 지나친 지원금 의존 개선 강조
- 심사 강화통한 참가극단 수 축소
- 극단 간 합동공연 방식 도입 등
- 재도약 위한 다양한 방안 제시돼
“더 이상 변화를 늦춘다면 부산연극제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모였습니다.”
| |  |
| 부산 연극인들이 지난 8일 나다소극장에서 부산연극제를 살리기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제37회 부산연극제가 참가 조건 완화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지역 연극인들의 반성과 함께 합동 공연 시도, 참가 극단 수 축소 등 부산연극제 재도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 연극제 참가 극단을 비롯해 4명의 발제자(김문홍 이성규 박호천 김남석)와 지역 연극계 인사들이 참석해 ‘2020 부산연극제 개선 방안을 위한 대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연극제는 창작 초연으로 제한했던 참가 조건을 14년 만에 폐지하고 재공연작 참가를 허락해 향상된 수준과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를 바 없다는 혹평이 쏟아지면서 토론회가 마련됐다. 손병태 부산연극협회장은 “변화를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에 모였다”고 설명하며 “부산연극과 연극제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부산연극제가 대한민국연극제 하위구조를 벗어나 자체적인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연극제 예심 역할에 치중하면 부산연극 발전 대신 경쟁에만 신경 쓰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연극제 출전을 위해 출연진 일정 비율을 협회 회원으로 구성하고 중극장용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데, 지역 연극계 사정과 동떨어진 조건이어서 부산연극제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더불어 경연이라는 형식이 극단 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규 연출가는 해결 방안으로 합동 공연이라는 과감한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우수한 희곡 3, 4편을 선정한 뒤 전체 극단을 대상으로 연출가, 배우를 공모해 함께 공연할 것을 제안한다”며 “자연스럽게 협력이 될 것이고 나머지 작품은 자유 참가작으로 선보이면 축제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된 사전 심사를 통한 참가 극단 수 조절은 대부분 동의하는 방향이었다. 심사로 일정 수준 이하의 작품을 미리 가려내면 전체적인 수준을 올릴 수 있고, 다수의 극단에 지원하는 예산과 시간을 소수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 달 동안 연습한 작품을 공연할 때 무대 설치기간을 포함해 단 3일만 주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한 연극인은 “10개 극단에 3일씩 주지 말고, 5개 극단에 6일씩 주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해서 제기된 지원금 의존 문제도 언급됐다. 김남석 부경대(국문학과) 교수는 “부산연극제 참가를 위해 부산문화재단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며 “일방적 지원은 경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우수한 희곡의 필요성, 드라마트루기(작가나 연출가의 의도가 작품 속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 도입, 다른 지역 작품 초청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올해 부산연극제 기간 부산연극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심의제도, 지원금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나타났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