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까지 ‘양식장의 해적’
- 질긴 껍질 벗겨먹는 법 퍼지면서
- 창원 마산서 본격 양식 시작돼
- 아귀찜·된장국·덮밥·비빔밥…
- 경남 바닷가 없어선 안될 식재료
- 미더덕과 비슷한 오만둥이는
- ‘돌미더덕’ 불리며 겨울이 제철
봄이 오면 입안에서부터 ‘봄의 맛’으로 기억하며 저절로 침이 도는 해산물이 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지극한 향긋함을 주는 ‘미더덕’이 그것이다. 싱그럽고 쌉싸래하면서 짙은 향이 봄나물과 느낌이 흡사해, 바다에서부터 봄소식을 알려주는 대표 식재료로 손꼽히기도 한다.
‘미더덕’은 특유의 향과 식감이 좋아 날로 먹거나 찜이나 된장국, 비빔밥, 젓갈 등 다양한 음식에 널리 쓰이는 바다 식재료로,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주는 봄철 건강식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미더덕은 일반적으로 멍게와 맛과 향이 비슷하다고 말들 한다. 그러나 자주 접해보면 멍게보다는 향이 은근하고 상쾌하면서 뒷맛이 달큰하다. 그래서 미더덕은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는 매력을 갖고 있다.
■해적생물에서 바다의 더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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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더덕 된장국 |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더덕은 양식장 주변의 해적생물로 인식되던 수산물이었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뛰어난 미더덕은 주변의 다른 양식장 등에 마구잡이로 번식을 하면서 피해를 주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아 왔던 것. 모양도 울퉁불퉁, 쪼글쪼글 볼품이 없고 먹을 것도 별로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것이 미더덕의 질긴 껍질을 칼로 얇게 벗긴 후 통째로 먹는 방법이 널리 보급되면서 본격적으로 식재료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미더덕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창원 마산지역의 어민들은 미더덕 양식을 시작했고, 1999년도부터 정부로부터 정식 양식허가가 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더덕을 ‘바다의 더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리고 보니 미더덕의 모습이 더덕과 많이 닮았다. 쭈글쭈글 주름진 모습의 껍질과 그 색깔이 비슷하고, 품고 있는 짙고 향긋한 향 또한 독특하면서도 흡사하다. 그래서 미더덕은 ‘더덕’이라는 이름 앞에 ‘물’이라는 뜻의 ‘미’를 붙여 ‘미더덕’으로 불리고 있다. 그 비슷한 용례의 식재료 중에는 ‘미나리’가 있다.
■진동 지역 전국 미더덕 70%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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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더덕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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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은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진해만을 중심으로 남해안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창원 마산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진동 지역은 전국 최대의 미더덕 생산지로 전국 미더덕 생산량의 70% 내외를 양식, 출하하고 있다.
미더덕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미더덕’과 ‘오만둥이(주름미더덕)’다. 미더덕은 ‘진짜’라는 뜻의 ‘참미더덕’으로, 오만둥이는 ‘가짜’라는 뜻으로 ‘돌미더덕’, ‘개미더덕’으로 불린다.
글자 그대로 맛이나 가격 면에서도 미더덕이 우위에 있고, 오만둥이는 미더덕의 대체제로 활용되고 있는데, 요즈음 미더덕 품귀현상이 일자 아귀찜, 된장국 등 다양한 요리에 널리 쓰이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오만둥이는 실제로 미더덕보다 더 일찍 식재료로 기록되고 있다. ‘자산어보’에 보면 오만둥이를 ‘음충(淫蟲)’, 속어로 ‘오만동(五萬童)’이라 적시하고 있는 것. 경상도 말로 ‘오만 데 다 붙는다’고 ‘오만둥이’, ‘오만디’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둘 다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미더덕이 봄이 제철이면 오만둥이는 겨울이 제철이고, 미더덕이 풍미가 좋다면 오만둥이는 식감이 앞선다. 둘 모두가 각각의 미더덕으로,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가며 싱그러운 바다의 맛과 향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더덕회로 해장을
앞서 말했지만 창원시 마산 진동은 오래전부터 미더덕이 생산되던 곳이자 현재 전국 미더덕의 70%를 생산하는 곳이다. 때문에 마산, 진동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토속음식인 미더덕찜을 세시 음식으로도 많이 이용해 왔다.
정월대보름과 2월 초하루, 그리고 풍어제를 지낼 때는 미더덕으로 찜을 해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고 봄을 맞았던 것. 그 풍습은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그러하기에 미더덕찜은 마산 진동 지방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더덕은 다양한 음식의 식재료로 활용되지만 싱싱한 미더덕을 제대로 맛보려면 날로 먹는 것이 좋다.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달큰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데, 산지인 마산 일대나 통영, 고성 등지에서는 즐겨 먹는 방법 중 하나다.
미더덕회의 짧은 이야기 하나. 통영 마산 남해를 드나들며 좋은 사람들과 박주일배 하며 떠돌아다니던 어느 해 봄날이었다. 통영에서 지인과 통음을 한 다음 날 아침, 지인이 갓 채취한 미더덕과 함께 막걸리 한 대접을 슬며시 권하는 것이다. 말인즉슨 해장을 하란 소린데, 막걸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생 미더덕을 안주로 내는 것을 보고 적잖이 의아해했었다.
그의 말로는 미더덕이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가셔주고 속을 시원하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시절 부산에서는 미더덕으로 아귀찜을 해먹거나 된장국에 몇 알 넣어 먹는 정도였다.
막걸리 한 대접을 시원하게 비우고 탱탱하게 푸른 바다를 머금은 미더덕을 입에 넣고 씹는데, 미더덕이 시원하게 터지면서 입안을 온통 바다내음으로 적셔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개운하면서도 기꺼운 상쾌함이 정점이었다. 그렇게 또 다시 막걸리 한 순배가 돌고, 또 한 순배가 돌며 우리는 도끼자루 썩는 신선놀음의 끽음(喫飮)을 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된장국·덮밥·비빔밥으로 먹기도
미더덕은 특히 아귀찜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아귀의 담박한 맛을 미더덕 특유의 짙은 해감내로 풍성한 풍미를 이끌어내고,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어우러지면서 오돌도돌 씹히는 자극적인 식감까지 제공을 한다.
경상도 해안지역에는 된장국에 미더덕을 넣어 먹는 경우도 많다. 미더덕 특유의 진한 향이 구수한 된장국과 잘 어울리면서 멸치나 디포리 육수의 비린내나 감칠맛과도 묘하게 궁합이 맞아 즐기는 것이다. 특히 마산, 고성, 통영 지역에서는 미더덕 철이면 반드시 된장국에 미더덕이 들어간다. 부산에서도 미더덕 된장찌개를 선호하는 가정이 많다.
이 미더덕 된장국은 널리 먹는 지역에서는 별미로 꼽히지만 타지의 사람들에게는 가끔 곤혹스러운 음식이 되기도 한다. 적당히 식은 된장국 속 미더덕을 별생각 없이 입에 넣고 씹다 보면, 미더덕이 품고 있는 뜨거운 국물로 인해 입안을 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산지인 진동에서는 미더덕으로 덮밥이나 비빔밥도 만들어 먹는다. 오이, 무채, 상추 등 채소와 김 가루 등과 함께 생 미더덕을 다져서 밥 위에 올려 쓱쓱 비벼서 먹는 것이다. 고추장이나 초장 등을 쓰지 않고 미더덕으로만 간을 하여 미더덕 젓갈과 함께 먹는다.
겨울을 훌훌 털고 봄철 입맛을 찾는 ‘바다 것’으로, 이즈음의 미더덕 요리만 한 것도 없을 듯싶다. 곧 진동에서는 미더덕 축제가 열린단다. 봄나들이에 봄 바다의 별미까지 누릴 수 있는 흔쾌한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