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립미술관 6월 23일까지
- 인간이 시간을 소유하는 방식
- 시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방식을
- 한일 작가 7명이 해석한 작품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80세의 외모로 태어난 벤자민은 해마다 나이를 거꾸로 먹으며 젊어진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은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단지 시간의 순서가 바뀌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과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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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기의 ‘시간의 흐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인간은 어떻게 시간을 소유했으며, 시간은 어떻게 일상을 지배해왔는가.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국제전 ‘반복과 차이:시간에 관하여’에서는 과거·현재·미래,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등 ‘시간’이라는 주제를 고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작가 7명은 미디어아트, 조각, 영상, 콜라주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시간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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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지마 타츠오의 ‘3대의 시간 열차’ |
2층 로비에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미야지마 타츠오의 ‘3대의 시간 열차’(Three time train)를 만날 수 있다. 미야지마 작가는 ‘계속 변화하라, 만물과 연결하라, 영원히 지속하라’를 작업의 핵심 신조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종착역과 출발역 없이 지름 12m의 궤도를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3대의 기차는 동양의 윤회 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기차에 부착된 1부터 9까지 무한 반복되는 숫자 역시 끊임없는 이동과 변화, 삶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한다.
박선기 작가는 공간에 숯을 매달아 기둥과 같은 오래된 건축의 한 부분을 재현한 대형 설치 작업 ‘집합체-시간의 멈춤’을 선보인다. 원근법이 도입된 2.5차원의 회화적인 조각 작품으로 관객은 위치에 따라 사물이 변화하는 새로운 시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박 작가는 “작품 앞에 선 관객이 멈춰진 시간 속에 놓인 존재로서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예측하며 지나가는 현재의 순간을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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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나가 아이코의 ‘깨어나는 것을 기다리는 중’ |
미야나가 아이코는 나프탈렌, 소금과 같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형태가 해체되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부산 시민에게 기증받은 오래된 가구에 작가의 나프탈렌 조각을 병치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공기 중 저절로 기화되는 나프탈렌에 합성수지의 일종인 투명 레진을 이용해 기화를 정지시킨 작품은 그 자체로 시간을 박제한 듯한 느낌을 준다. 빛을 받으면 유리조각처럼 반짝이는 나프탈렌 조각과 오래된 고가구의 거친 질감이 상호 대비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이진용 작가는 25년 동안 모아온 수집품들로 만든 작품 400여 개를 전시했다. 목판활자, 열쇠, 화석, 시계 등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킨 듯한 작품으로 ‘존재와 시간’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병호 작가는 시간성을 부여하기 어려운 조각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3차원의 시간성을 드러낸다. 실리콘이란 부드러운 재료에 공기를 주입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조각을 구현해낸다. 이외에도 같은 공간을 다른 시간대에 촬영한 뒤 합성해 새로운 풍경으로 제시한 오용석 작가의 영상 콜라주, 작가가 만든 푸른색의 공간에서 정지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조은필 작가의 설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인간에게 숙명처럼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 23일까지. (051)740-4245.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