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성 아닌 정기공연 추진 목표
- 서울 홍대에 부산밴드 무대 마련
- 계절마다 라이브클럽과 연계 등
- 뮤지션 초점 맞춤형 지원 노력
1990년대 중반 갑자기 ‘인디’라는 생소한 낱말이 들불처럼 번지던 시절 중 어느 날이 문득 떠오른다. 봄이 오는 캠퍼스에선 시끌벅적하게 축제가 한창이었고, 학교 소극장에서 인디 밴드가 공연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동기들과 함께 달려갔더니 정말 ‘인디 밴드’가 관객들과 함께 날뛰고 있었다. 밴드 이름이 뭔지, 어떤 장르 음악을 추구하는지, 실력이 있는지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 ‘인디’는 생소함 자체가 매력이었다. 때마침 우리는 엑스세대였으니, 생소한 건 무조건 멋지고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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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프리즘홀에서 열린 부산 밴드들의 ‘서울 쇼케이스’ 모습.
이한용 포토그래퍼 제공 |
당시 많은 이가 ‘인디’를 사전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요즘 말로 ‘핵인싸’(아웃사이더와 반대로 인기도 높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존재) 같은 의미로 이해했다. 아마 지금 열심히 활동 중인 인디 뮤지션들은 몹시나 부러워할 만한 분위기일지 모른다. 하나, 그 당시엔 무려 ‘앨범씩이나’ 내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앨범을 가진 소수의 밴드에게선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졌다.
2015년 11월 문을 연 부산음악창작소(부산 금정구 장전동)는 지금까지 EP와 정규 앨범, 컴필레이션 앨범, 싱글 앨범까지 60개가 넘는 음반 제작을 지원했다. 올해는 15팀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11개 음악창작소가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현재 운영 중인 다른 지역 음악창작소의 경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음악 교육에 집중하는 반면, 부산음악창작소는 부산에 좋은 뮤지션이 많다는 지역 특성에 맞추어 그들이 프로 뮤지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른 지역 음악창작소들은 녹음스튜디오와 공연장을 함께 운영하는 데 비해 부산은 이미 라이브 클럽과 라이브 펍 등 공연 공간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부산음악창작소는 공연장 대신 3개의 녹음 스튜디오에 집중했다. 음반 제작 지원 말고도 교육사업과 브랜드 공연 지원사업을 병행한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공연이 아니라, 분명한 콘셉트를 가진 정기적인 공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새로운 계절마다 이어지는 세이수미의 단독 콘서트 GOOD FOUR SOME SEASONS, 경성대 앞 오방가르드, 리얼라이즈, 바이널언더그라운드 3개 라이브 클럽이 연계해 진행하는 용소로페스트 등 지난 3월엔 6개 브랜드 공연을 지원했다. 지난 3월 29일엔 최초로 6개 부산 밴드를 선정해 서울 홍대 앞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클럽 데이와 연계해 부산 뮤지션들만의 무대를 프리즘홀에서 진행했다. 네이버 브이 라이브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이 공연은 부산이 낳은 대표적인 밴드 피아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부산의 후배 밴드들과 함께했다. 피아는 올가을 은퇴할 예정이어서 이날 공연은 고향 후배들과 함께한 마지막 무대였고 그래서 더욱 뜻깊었다. 함께 공연했던 부산 밴드 엘에이브릿지는 무대에서 ‘어릴 적 피아 선배님들을 보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부산음악창작소는 지난해까지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시행한 음반 제작 지원을 올해부터는 상반기에만 한다. 뮤지션이 시간에 쫓겨 작업에 아쉬움을 남기는 일을 줄이자는 의도다. 뮤지션이 연말까지 시간 여유를 갖고 음반 완성도에 집중하라고 배려한 것이다. 2단계 지원 역시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음반 제작 지원 외에 뮤직비디오 제작, 홍보 마케팅, 공연기획 등 뮤지션이 필요한 분야에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형식적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뮤지션들과 소통하고 고민을 거듭해 지원방식에도 계속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부산음악창작소가 더욱더 든든하고 세심한 지역 뮤지션들의 지원군이 될 수 있길 희망해본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