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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51> ‘세월호 5주기’를 취재하며 보낸 사흘

“미안해서”… 바람으로 몸짓으로 웃음으로 기억할게

  • 국제신문
  • 문화전문기자
  •  |  입력 : 2019-04-16 18:57: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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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역 광안리 팽목항 서울 …
- 세월호 흔적 좇은 이인우 사진가
- 19일까지 또따또가서 전시회

- 슬프고도 환한 영화 ‘생일’
- ‘놀라지 마세요, 어머니 저예요’
- 이규리 원작 시 아프게 스며들어

- 부산민예총 서면서 추모 문화제
- 춤꾼 가수 미술가 시인 등 참가
- 빗속에서도 절절한 슬픔 느껴져

- 감춰진 진실에 먹먹한 분노 여전
- ‘분노 그 너머’ 삶 만들어야 할 때

이번 취재는 몰래 하고 싶었다. ‘몰래’라기보다는 당사자나 관계자 또는 남에게 굳이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하고 싶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나도 몰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는 19일까지 부산 중구 또따또가 갤러리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 사진전을 여는 이인우 사진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인우 사진가 앞의 배 모형은 미술인 박경효 씨가 세월호를 추모하고자 만든 작품이다.
■ 추모 사진전-사진가 이인우

금요일이던 지난 12일 오후 또따또가 갤러리에 들어섰다. 이 갤러리는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다. 부산의 이인우 사진가는 ‘Remember 416 in Busan-세월호를 잊지 않는 부산 사람들’ 사진전을 이날 이곳에서 시작했다. 세월호 5주기 추모 사진전이다. 전시는 금요일인 오는 19일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지난 15일 이동진·김진아·아이씨밴드, 16일 곡두·이연정이 공연했고 17일 수요일 오후 7시에는 박영순·하연화·양일동이 이곳 사진전 현장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소리하면서 함께 추모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하룬가 이틀 만에 ‘화명 촛불’이 시작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기 이 ‘화명 촛불’ 사진의 날짜를 보시죠. ‘2014년 4월 20일’입니다. 사고가 난 지 나흘 만에 제가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화명 촛불’은 정말 빨리 시작했지요.” 미리 연락도 않고 전시장에 들어선 나를 이인우 사진가는 반가이 맞아주며 전시된 사진에 관해 설명해준다.

여기서 ‘화명 촛불’이란 부산 북구 화명동의 주민 공동체 구성원들이 세월호 사고가 잘 해결되고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을 일컫는다. 이인우 사진가는 “‘화명 촛불’은 지금도 매주 목요일 화명동 롯데마트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며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사진가 이인우의 ‘세월호 사진’은 그렇게 시작했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직후 부산시청에 분향소가 차려졌죠. 거기도 가긴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찍기 시작한 건 부산역에 분향소를 차렸을 때죠.” 그렇게 부산역으로, 서면으로, 광안리로, 부산대로, 팽목항으로, 서울로 세월호를 따라 사진을 찍으며 1주기, 2주기, 3주기, 4주기를 지나 올해 5주기에 그는 이르렀다. “(전시실 한쪽을 가리키며)저쪽은 세월호 추모와 진상 규명 행사에 기꺼이 나와 공연했던 예술가들 사진을 모아봤어요. 자주 출연해 울면서 춤췄던 춤꾼들부터 많은 가수와 화가까지… 참 고마웠죠.” 이인우 사진가는 “6000장 넘는 사진 가운데 103장을 골라 이 전시에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시를 자기 돈을 털어 마련했다. 전시 비용에 보태려고 부모님께서 주신 좋은 샴페인 돔 페리뇽 한 병을 팔기도 했다. 그리고 ‘기증전’으로 기획했다. “사진에 담긴 부산 시민께 기증한다는 뜻”이라고 그는 말했다. “5년간 동참하고 함께 고생한 분들께 드리고 싶더라고요.” 오는 19일 오후 5시부터 전시장에 찾아오는 사진 속 주인공에게 해당 사진을 기증한다. 이인우 사진가는 “왜 세월호를 그렇게 오래…?”라는 물음에 “미안해서”라고 말했다.

■ 영화 ‘생일’ 상영 현장

   
영화 ‘생일’의 생일 잔치 장면.
그것은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세월호 사고의 유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이종언 감독)이 지난 3일 개봉했는데, 선뜻 극장으로 발길이 향해지지 않았다. ‘개봉하기만 하면 달려갈 기세더니, 이게 뭐지?’ 하고 속으로 자문하는 시간을 며칠 보냈다. 바빠서 그런가? 마주할 용기가 안 나서? 피하고 싶어서? 상영관 정보를 뒤져보니 어느새 ‘생일’은 ‘퐁당퐁당’ 또는 ‘징검다리’ 편성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보기에 편한 시간대에서는 빠지고, 관람하기 불편한 시간대로 영화는 밀리고 있었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토요일이던 지난 13일 극장으로 갔다. 딱히 나쁠 것도 없는 시간대인 주말 오후 8시30분 상영이었는데, 관객은 스무 명이 채 안 되었다.적다.
영화는 완만한 점증법의 리듬을 타고 미세하게, 조금씩 상승했다. 바람도 별로 불지 않고, 잔뜩 흐린 날씨도 아닌데, 맨살에 닿는 느낌조차 느끼기 힘들던 가랑비가 계속 내려 어느 사이 온몸이 젖어갔다. 돌이켜보니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는 사이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지고 바람도 일었다. ‘수호’(윤찬영) 집의 현관 센서등이 멋대로 켜지는 사연을 짐작했을 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수호의 생일잔치 장면에 가선 결국…‘아! 구명조끼’ 하면서 감정을 걷잡기 힘들게 된다.

생일잔치가 끝나가고, 이규리 시인 원작의 시가 영화 속에서 낭독된다. “늦은 밤이나 새벽 /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 현관 센서등이 반짝 켜지곤 했지요? / 놀라지 마세요 / 어머니 저예요…” 시가 영화에 이렇게 잘 스며든 사례가 있나 싶다. 영화 ‘생일’은 독특한 감정의 흐름을 체험하게 했다.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설 때까지는 세월호 비극을 생각하며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하며 화가 나는데, 뒷부분에 접어들어 생일잔치를 함께 치르는 장면을 보고 나선 왠지 조금 환해진다.

울어서 그런가? 관객은 스무 명 남짓으로 적은데, 극장의 어둠 속 이곳저곳에서 훌쩍훌쩍 조용히 우는 소리가 들린다. 내 곁에 앉은 이십대 아가씨 세 명도, 저 앞에 앉은 50대 부부도….

■ 서면 5주기 추모문화제

   
지난 14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노란 나비 형상을 들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일요일이던 지난 14일 오후 3시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옆 하트 사거리. 부산민예총이 ‘4·16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문화제-다시 피는 꽃으로’를 열었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 비가 왔다. 오후 3시가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앞 순서를 맡은 춤꾼 하연화는 맨발로 빗속에서 춤췄다. 하연화는 지난 5년 동안 세월호를 추모하는 춤을 가장 많이 그리고 절실하게 춘 춤꾼일 것이다. 맨발로 비오는 아스팔트 위에 올라선 하연화가 발끝으로 위태롭게 바둥바둥 버티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간소한 동작으로 표현한 춤사위였다. 보고 있자니, 아팠다.

   
추모의 춤을 추는 춤꾼 이연정 씨.
이날 추모 문화제에는 춤꾼, 팝페라 듀엣, 가수, 미술가, 시인 등 다양한 예술가가 출연했다. 춤꾼 유은주 하연화 이연정은 모두 맨발로 춤췄다. 그 맨발이 좀 안쓰러웠다. 넋을 기리는 춤을 추고 막 들어온 유은주 씨에게 물었다. “비도 오고 바닥도 딱딱한데 맨발로 춤추기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유은주 씨가 말했다. “괜찮아요.…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세월호 5주기 현장을 취재하러 다니면서 느낀 점은 많았다. 여전히 참사의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그 분노에 공감했다. 그런데 5주기가 되고 보니 ‘분노 그 너머’를 생각하게 됐다. 분노는 분노대로 하자. 그런데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사회가 되도록 실천하고 삶을 바꾸는 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세월호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는 게 된다.

   
서면에서 열린 5주기 추모 문화제가 끝날 즈음, 비는 그치고 봄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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