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3> 리뷰 : 젊고 푸르른 춤의 향연

젊은 춤꾼들이 본 세상 … 그들이 찾고 싶은 정체성의 몸짓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2 18:55:1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자신의 바람을 꽃으로 표현한
- 박은지의 춤사위 가슴 ‘뭉클’

- 공간을 기억이 스민 장소로 바꾼
- 박정윤 작품 기획의도 잘 드러나

- 박소희는 연극적 요소 도입 눈길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부산 민주공원에서 ‘제25회 신인 춤 제전-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이하 ‘젊춤’)이 열렸다. 설렘 가득한 이 무대에 신인 6팀을 포함해서 가려 뽑은 16팀이 올랐다. 대부분 작품은 정체성 찾기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다루었다. 어떤 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꺼낼지 몰라 주춤거리고, 다른 이는 할 말이 많아 재잘거리며 수다를 떤다.
   
박소희가 안무한 ‘당신은 어떠신가요’ 중 한 장면. 사진가 박병민 제공
‘젊은 춤’과 ‘푸른 춤’으로 나누어 펼친 공연에서 박은지와 박정윤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부산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두 춤꾼의 춤이 뭉클하다. 파란 잎사귀인 양 스카프를 두른 박은지의 ‘흙에서 피는 꽃’ 프롤로그는 아련하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춤은 마음을 사로잡고, 눈길에 실린 호흡은 꽃향기와 대지의 숨결이 된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꽃의 일생은 춤으로 시작해서 춤으로 맺고 싶은 자신의 바람일 것이다. 춤꾼의 무르익은 맛을 보여준 작품이다.

박정윤의 ‘eight on eleven’은 공공적 ‘공간’을 개인의 기억이 스민 ‘장소’로 바꾼다.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장치는 발길과 말(대사)이다. 뒤샹의 변기에 빗대어 설명한 부분이 사족(蛇足) 같았지만, ‘움직이고 있는 현재를 통해 공간의 가능성과 의미를 재발견해 보려 한다’는 작품 의도는 잘 드러났다.

매몰된 개인의 정체성을 찾는 성유빈의 ‘H:Factory’,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 만들기에서 중요하다는 김소정·강하영의 ‘같지만 다른’, 꿈을 잃어가는 아쉬움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이인우의 ‘슈퍼맨이 될 줄 알았던 아이’는 듀엣과 군무 연출에 힘을 쏟았다. 개인의 상처와 실수를 익명의 이야기로 만든 송민지·이효은의 ‘You say you’re not, But…’, 독립을 원하면서도 고립될까 두려워하는 심정을 그린 이혜리의 ‘그것만이 내 세상’, 획일화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라는 이보미·장의정의 ‘찾았어?’는 소품으로 주제를 직접 드러낸다. 이들 작품은 주제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이지만, 소품 사용과 군무 형태에 신경 쓰다가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기계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다.

수면 부족 상태로 일상에 내몰린 사람들의 움직임을 다룬 신유진의 ‘수(睡)취인 불명’과 소심함도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안현민·임성은의 ‘골칫거리’는 춤을 비중 있게 내세운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밀도가 높고, 작은 모티브를 확장하는 형식이다. 신유진은 다양한 호흡과 춤으로 흐름을 이끄는 힘이 있고 움직임을 밖으로 끌어내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안현민·임성은의 작품은 이야기 표현방식을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있다. 이들의 2인무는 대비와 대립, 긴장과 이완을 섞는 완급 조절이 뛰어날 뿐 아니라 움직임이 흥미를 돋운다. ‘소심한 사람들에게 잠깐의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기 바란다’는 안무 의도가 위트와 치밀함 속에 잘 녹았다.

박소희의 ‘당신은 어떠신가?’는 연극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상자에 올라선 사람이 단어를 내뱉으면서 주제인 ‘권태’의 의미가 쌓여간다. 권태로운 상황에서 모든 것을 귀찮아하고 냉소적으로 대하는 것처럼 대사와 움직임이 자연스레 연결되기보다 툭툭 끊기듯 이어진다. 가로로 확산하는 움직임에 높낮이를 더해 공간의 양감을 풍부하게 만들고, 위아래 상황을 대비시킨다. 춤에 도입한 대사 때문에 실패한 사례들에 견주어 가능성 있는 작품이다.

   
해마다 ‘젊춤’을 볼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젊춤’이 새내기 춤꾼의 등용문이라는 점에서 우리 춤판의 가장 중요한 공연이라는 것과 자신의 춤 언어를 갖는 일이 외롭고 힘겨운 과정이라 해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춤을 잘 추려면 먼저 춤을 잘 추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춤 비평가·문화기획 이상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동서대 디자인대학 학생, 뉴욕 페스티벌 광고제 수상
  2. 2근교산&그너머 <1179> 전남 고흥 봉래산
  3. 3부산 수영구, 홀트수영다함께돌봄센터 개소식 개최
  4. 4서머퀸 트와이스 귀환…국내·외 차트 싹쓸이
  5. 5[조재휘의 시네필] 극장 엘레지
  6. 6부산 수제맥주 탐방 <4> 갈매기 브루잉
  7. 7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59> 上德如谷
  8. 8대한적십자사 북구지구협의회, 여름김치 담그기 봉사활동 실시
  9. 9“동래야류 대중화 집중, 옛 영광 되찾을 것”
  10. 10뮤지컬 14년차 내공으로 안방 접수 “시즌 10까지 가고 싶어요”
  1. 1후반기 의장단 선출 두고 부산시의회 치열한 경쟁 예고
  2. 2김두관, 이재명 ‘2차 재난지원금’ 제안에 동의…“20만원 씩 7월 초 지급”
  3. 3북구, 맞춤형 정책 수립 위한 ‘지역통계 컨설팅’ 추진外
  4. 4변성완 “정부, 부산 엑스포 등 고려해 신공항 판단해야”
  5. 5여권, 2차 재난지원금 논의 확산
  6. 6부울경 의원 40명 중 17명 다주택자
  7. 7통합당, 기본소득 도입 공식화
  8. 8이해찬 “어려운 일 맡으셨다” 김종인 “여기 4년 전 내 자리”
  9. 9PK 잠룡 존재감 약화…15년 만에 ‘대망론’ 실종 위기
  10. 10“2차 공공기관 이전, 임기 내엔 어렵다”…이해찬 여론 뭇매
  1. 1주가지수- 2020년 6월 3일
  2. 2금융·증시 동향
  3. 3해양수산부, ‘고수온·적조 종합 대책’ 마련
  4. 4오징어, 고등어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1위
  5. 5국립수산과학원, ‘책임운영기관’ 최우수 기관 선정돼
  6. 6해수부, 임금체불 예방 위한 법령 개정안 입법예고
  7. 7부산시 인구 밀도 ㎢ 당 4433.1명
  8. 8정부 3차 추경 역대 최대 규모 35.3조 원 편성
  9. 9“리쇼어링, 지역 특화산업 육성에 맞춘 대책이어야 성공”
  10. 10일본 수출규제 철회 사실상 거부…한국 제소 재개
  1. 1부산시 안양 36번 환자 동선 공개 국제시장·남포동·해운대·송정 관광 등
  2. 2천안 호텔 지하주차장서 화재 발생… 인명피해는 없어
  3. 3부산 강서구 지반침하로 건물 기울어…직원 대피 소동
  4. 4부산 고3 감염 후 5일째 추가 확진 없어
  5. 5강서구 금융공단서 지반침하 사고 발생…28명 긴급대피
  6. 6부산 624개교 10만 2000여 명 예정대로 3단계 등교 개학
  7. 7건설사업 투자 빌미로 17억 원 가로챈 50대 구속
  8. 8[오늘날씨] 흐리다가 낮부터 맑고 더워 … 미세먼지는 ‘보통’
  9. 9정부, “질병관리본부, ‘청’으로 승격…탄탄한 감염병 대응 체계 갖춰야”
  10. 10‘어린이 괴질’ 의심 환자 2명 당국 “모두 가와사키쇼크 증후군”
  1. 1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2. 2‘배구 여제’ 김연경 국내 리그서 볼까
  3. 3“처벌 아닌 박수를”…FIFA, 플로이드 세리머니 이례적 지지
  4. 4유효슈팅 꼴찌 부산, 무딘 창끝에 기약없는 첫 승
  5. 5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6. 6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7. 7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8. 8간판만 내세우는 롯데 외야수…'새싹' 키우기로 눈 돌려라
  9. 9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10. 10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우리은행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제11곡 - 향원
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대면공연·온라인 전시관…언택트가 대세다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산비둘기(권정생 지음) 外
중독자의 죽음(M.C. 비턴 지음·지여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인류 생존과 밀접한 11가지 약
황당했던 과거 과학 실험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숨-망각의 숲’ - 최원규 作
‘오후 6시’ - 조은태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산딸나무 때죽나무 /임태진
오뚝이 /이영희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제작자 장원석 대표
영화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종편이 연 트로트 오디션 열풍…지상파 편승 ·겹치기 출연 논란
일반인 출연자 폭행·불륜·미투 의혹…방송가 속앓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극장 엘레지
‘사냥의 시간’ 장르도 없고 작가도 없었다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6월 4일
묘수풀이 - 2020년 6월 3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4일(음력 윤 4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3일(음력 윤 4월 12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上德如谷
進道若退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