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현장 <52> 충무공 탄신일에 ‘부산포해전’의 바다를 따라가 보다

천마산서 크루즈선서… 이순신 함대의 불패신화 기려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4-30 18:56:3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장계 ‘부산파왜병장’ 토대
- 암남공원 해안산책로 등 찾아
- 장림포 앞 등 전초전 되새겨
- 166척 장사진으로 돌격
- 왜선 100여 척 격파장면 상상

- 자갈치 크루즈 운항 구간
- 상당 부분 조선수군 경로 겹쳐
- “대마도·거제도 저렇게 가깝나”
- 관광객들 선상에서 연신 감탄
- 부산, 여수·진주처럼 더 애정을

‘부산에서 왜적을 쳐부순 장계(釜山破倭兵狀)’, “삼가 적을 불태워 죽인 일로 아뢰나이다. 경상도 연해안의 왜적을 세 번 나가서 토벌한 후 가덕 서쪽으로 왜적의 흔적조차 끊어졌으나, 각 도에 가득 차 있던 왜적들이 날마다 내려오므로 장차 그 도망가는 때를 타서 바다와 육지에서 힘을 합쳐 공격하기 위하여 전라 좌·우도의 전선 74척과 협선 92척으로 전보다 배나 더 엄하게 정비하여….”

“그동안 전후로 4차례 출격하여 10번 맞붙어 싸워서 전부 승리하였으나, 장수와 군사들의 공로를 논한다면 이번 부산싸움보다 더 큰 것은 없을 것입니다.”(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 제1권 411·418쪽) ‘실체’를 품은 문장은 허무하지 않다. 허무하지 않은 뒤라야, 문장에는 힘이 생긴다. 힘 있는 문장은 아름답다. 이순신 장군이 쓴 ‘부산파왜병장-부산에서 왜적을 쳐부순 장계’는 실체와 힘이 있다.

   
사진 1
1. 암남공원 해안산책로=지난 28일은 충무공 탄신일이었다. 부산에서는 1592년 음력 9월 1일(양력으로 환산한 10월 5일이 부산 시민의 날) 이순신 함대의 ‘부산포해전’, 큰 승리를 새로이 진지하게 널리 기리고 알리자는 시민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마땅히 더 많은 시민이 접하고, 동참할 수 있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그 방법을 궁리하다 문득 부산 바다가 ‘부산포해전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부산포해전의 바다를 따라가 보자!” 하는 데도 생각이 미쳤다. “1592년과 지금은 형편이 크게 다르니 한계가 많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 관련 기록을 다시 들춰보고, 어디로 갈지 정하느라 마음이 바빴지만, 설렜다.

먼저 간 곳은 부산 서구 암남공원 해안산책로(사진 1)였다. 1592년 음력 8월 29일 닭이 울 때 가덕도를 출발한 이순신 함대는 장림포에서 왜적선을 깨트린다. 이튿날 9월 1일에도 가덕도 북쪽에서 출항해 다대포·서평포(사하구 구평동)·절영도(영도) 앞에서 왜군 배를 여러 척 깨 부순다. 그리고는 부산포 앞바다 쪽으로 접어든다. 이는 이순신 함대가 암남공원과 영도 사이 이 바닷길로 밀고 들어왔다는 뜻이다.

2. 천마산=암남공원에서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송도케이블카가 유유히 하늘을 횡단했다. 암남공원 해안산책로에서 떠오른 건 이순신 장군을 그린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의 이 대목이었다. “임진년 9월에는 부산포에서 싸웠다.…부산은 적의 교두보였으며 보급, 병참, 수송의 전진기지였다.…적선은 부수었으나 적병들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것들은 손에 닿지 않았다.…바다는 전투의 흔적을 신속히 지웠다.”

   
사진 2(왼쪽), 사진 3
‘바다는 전투의 흔적을 신속히 지웠다’는 문장에 동의했다. 이순신 함대의 진격로에 바짝 붙어 역사적 상상을 해본 건 좋았지만, 이곳에서는 함대의 전체 형세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암남공원에서 가까운 서구 천마산에 올라갔다. 천마산 전망 바위에 서니 ‘형세’를 상상할 수 있었다. 판옥선 전선 74척과 협선 92척이 천마산을 기준으로 서쪽 바다(사진 2)에서 동쪽 부산포 쪽(사진 3)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여기서 ‘부산항 박사’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의 설명을 청해 들어보자.

3. ‘우암포’와 ‘초량해변’=“조선 수군은 초량목·용미산 해변(롯데백화점 광복점)·자갈치와 영도 대풍포(대평동) 일대를 포괄하는 초량해변에서 적정을 살폈으리라 봅니다.”(‘부산파왜병장’에는 부산포해전에 총력전으로 들어가기 직전 왜적의 큰 배 4척을 불태웠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근처였을 것 같다.) 그는 “부산포는 지금의 자성대 쪽을 일컫지만, 부산포해전 때 일본 수군 주력 함대는 우암포에 주둔해 있었다”고 했다.

‘부산파왜병장’을 다시 보자. “그때 뒤에 있던 우리의 여러 배들은 승세를 타서 깃발을 흔들고 북을 치면서 장사진(長蛇陳·긴 뱀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의 진법)으로 돌진해 들어갔습니다.” 한산도해전에서 학익진을 펼쳐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함대를 전멸시키고 전세를 일거에 뒤집은 이순신 함대는 여기서는 장사진을 선보인다. 격군이 노를 저어 전선을 기동하던 시대에 얼마나 훈련하고, 수군 전체의 전술 이해도가 얼마나 높았기에 이런 기동을 펼쳤을까. “왜적의 배들은 부산진성 동쪽에 있는 산에서 5리쯤 되는 언덕 밑 세 군데에 정박해 있었습니다. 큰 배, 중간 배, 작은 배 모두 합쳐 대략 470여 척쯤 되었는데, 왜적들은 우리의 위세를 바라보고는 겁을 먹고 감히 나오지 못했습니다.”

   
사진 4(왼쪽), 사진 5
4. 자갈치 크루즈=이순신 함대는 하루 내내 싸워 적선 100여 척을 때려 부순 뒤 날이 저물자 배를 돌렸고 자정께 가덕도로 돌아왔다. 천마산에서는 우암포 쪽이 보였으므로 427년 전 그 전투 장면을 그려봤다. 부산포해전 때 조선 수군과 왜선이 바다에서 ‘직접 맞붙은’ 적은 없다는 점은 덧붙여둔다. ‘근거리 함포 사격전’이 이순신 함대의 주된 전투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차원’을 달리해서 보고 싶었다. 자갈치 크루즈를 탔다. 관광객을 싣고 하루 네 차례 자갈치~남항~송도 방면~태종대를 운항하는 자갈치 크루즈의 운항 구간은 상당 부분 부산포해전 때 이순신 함대가 밀고 들어온 경로와 겹친다. 부산포해전의 자취를 찾아 자갈치 크루즈를 탔던 지난 28일은 모처럼 시야가 트여 거제도(사진 4)와 대마도(사진 5)가 잘 보였다. 승객들은 연신 “대마도와 거제도가 저렇게 가깝냐”며 감탄했다.

   
사진 6
임진왜란 때 일본 선봉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가 출발한 곳은 대마도였고, 이순신 함대는 거제도 쪽에서 그들을 쳐부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산으로 밀고 들어왔다. 부산은 그 여러 현장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사진 6).

   
사진 7(왼쪽), 사진 8
5. 여수 이순신광장·국립진주박물관=내친김에 이순신 함대가 최초로 발진한 전라좌수영이 있던 전남 여수(사진 7)와 임진왜란에 특화된 국립진주박물관(사진 8)과 진주성에도 다녀왔다. 잘 조성된 여수의 이순신 광장은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진주성 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정유재란에 관한 태도가 깊고 진지했다. 부산포해전 큰 승리의 기억이 선명하고 풍성한 부산이 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듭 생각해도, 부산포해전은 큰 승리였다. 한산도해전 이후 극도로 위축돼 조선 수군만 보면 왜적들이 무조건 도망가면서 경계하던 상황에서 적의 ‘안방’인 부산포로 짓찧고 들어가 적의 본거지를 박살냈다. 그 승리의 가치는 지극히 높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9. 9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0. 10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4. 4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