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플라스틱·잡초·비닐 등 재료
- 인간의 환경 파괴 고발 넘어
- 자연·인간의 삶 명상적 대면
이창원 작가의 작품 제목은 ‘성스러운 빛(Holy Light)’.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인 양 우아한 빛을 내는 작품의 뒤편을 확인하는 순간 관람객은 충격에 빠진다. 빛의 실상은 여러 가지 색의 폐플라스틱 용기를 투과한 형상이다. 성과 속, 아름다움과 추함, 쓸모 있음과 없음에 대한 우리의 관념과 판단이 얼마나 옹색하고 자의적인 기준에 근거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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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록 작가의 영상작품 ‘Operaion Mole-Final Stand’. |
부산현대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자연·생명·인간’전은 환경 파괴가 자연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한 인간의 오만함과 시스템 속에서 야기된 것임을 보여준다. 김원정, 이병찬, 이창원, 최성록, 클레어 모건, 에드워드 버틴스키 등 국내외 작가 6명은 영상, 설치, 사진 등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환경에 대한 개인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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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원 작가의 ‘성스러운 빛’(위 사진)과 클레어 모건 작가의 ‘실패의 교훈’. |
김원정 작가는 ‘잡초’를 통해 존재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이기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작가가 수집한 누런 몰골의 마른 풀들은 사실 세상에 태어나 자신 몫의 역할을 온전히 이룬 삶의 기념비다.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을 가진 풀은 없다”는 작가의 말은 인간이 욕망에 따라 착취하고 교란해온 대상화된 자연이 우리를 향해서 되던지는 말처럼 들린다.
이병찬 작가는 무분별한 소비와 환경오염의 상징 격인 폐비닐을 이용한 설치 작품 ‘크리처(Creature·생명체)’를 선보인다. 비닐을 연결하고 공기를 넣어 움직이게 만든 비닐 구조물은 소비사회의 모습을 빗댄 기괴한 생명체이자, 환경재앙을 자초한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최성록 작가의 영상 작품은 모든 대상을 욕망 실현을 위한 도구로 삼는 현대 시스템의 허구와 그 구성원의 필연적인 파멸을 얘기한다. 욕망과 이기를 동력으로 작동하는 인간은 자신의 유한함을 인정하지 못한 채 종국으로 치닫는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클레어 모건은 엉겅퀴 씨와 비닐 등 연약한 재료와 여러 종류의 동물 박제를 연결한 작품을 선보인다. 삶과 죽음, 영원함과 유한함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아름다움과 공포, 시적인 동시에 고단한 삶의 양면성을 표현한다.
캐나다 출신 에드워드 버틴스키는 전 세계 산업 현장을 돌며 인간에 의한 지구 파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환경 오염으로 물이 말라버린 콜로라도 강 하구의 모습을 담은 작품의 첫 인상은 초현실적이다. 산업이 자연에 강제한 변모를 비판적으로 촬영했지만, 역설적으로 회화적 아름다움을 준다. 단지 오염과 파괴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삶 자체를 명상적으로 대면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051)220-740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