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대표·작가 등 여러분야 인사
- 의기투합 ‘사운드피크닉’ 결성
- 17~19일 구포나루축제서 무대
- 강변 음악소풍 놓치지 마시길
최근에 만난 어느 가수는 주말마다 짐을 꾸려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했다. 행사나 공연을 위해서다. 긴 이동 시간도 문제지만 왕복 차비를 빼면 공연비를 받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 피곤해도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공연을 마치면 막차를 타고 돌아온다고 했다. 때마침 봄날이라 부산에서도 한창 지역 행사나 축제가 벌어지는데 이왕이면 집 가까이에서 공연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하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불러줘야 갈 거 아닙니까?”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다. 지금까지 소개했듯 부산엔 자랑할 뮤지션이 차고 넘치는데 수많은 지역 축제는 수도권의 유명 뮤지션이나, 행사 이벤트를 전문으로 하는 어디서 본 것 같은 팀들을 섭외하기 바쁘다. 결국 ‘지역 축제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인상을 남기는 천편일률적인 행사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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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션과 영상·사진 작가, 디자이너, 배우 등이 만든 사운드피크닉. 사운드피크닉 제공 |
설 수 있는 무대가 별로 없으니 우리가 직접 만들자. 아이씨 밴드의 멤버이자 문화공동체 지구인 심종석 대표의 제안으로 지난해 구포나루축제의 한 파트였던 사운드피크닉의 출연자와 스태프로 만난 어쿠스틱 뮤지션, 영상작가, 사진작가, 디자이너, 극단 대표, 마을활동가 등이 의기투합해 13인의 사운드피크닉 모임이 결성됐다.
지역 뮤지션으로 행사를 성황리에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사운드피크닉은 행사 수익금으로 대만으로 음악 여행을 떠나 거리공연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 결성 취지에 맞게 지난해 겨울엔 난방콘서트를 열었고, 오는 7월엔 냉방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올해도 오는 17~19일 제8회 낙동강 구포나루축제 중 북구 화명생태공원의 잔디광장에서 사운드피크닉을 진행한다. 낙동강의 시원한 강바람에 갈대숲이 춤을 추는 강변에서 펼쳐질 음악소풍 사운드피크닉에 참여하는 15개 팀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단체다. 지역 축제가 지역의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무대다.
메인 프로그램인 어쿠스틱 음악 공연 외에 관객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공연, 현대무용, 힙합댄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의 드로잉쇼, 친환경적인 재활용품과 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플리마켓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특히 음악과 축제에 감동을 더할 생맥주 감동진 비어(감동진은 구포나루의 옛이름)를 판매할 계획이다. 출연 팀의 이름이 모두 박힌 티셔츠도 판매한다. 역시 수익금으로 올해는 가오슝으로 음악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하니, 시원하게 목을 축이며 동시에 지역 예술가들의 여행에 여비도 보탤 수 있는 ‘1+1’의 알뜰한 기회, 놓치지 마시길….
제8회 구포나루축제 이후 사운드피크닉은 어쿠스틱 음악과 잘 어울리고, 관객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소풍을 가듯 부산의 다른 지역도 순회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색다른 지역 축제를 원하는 지자체들은 이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길 바란다.
생소할지 모르는 지역 뮤지션의 노래에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얼마 전 오랫동안 거리에서 버스킹을 했다는 인디밴드의 노래가 방탄소년단을 꺾고 국내음원 차트 1위를 했다는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짐작건대 부산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질 것이다. 미리 알아보고 대접해도 손해 볼 건 없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