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 고심 끝 재공모 결정
- 지원금 잃고 재선정 불확실해져
- 극단 “우리를 우습게 본 것” 울분
부산 영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이 특정 지원 사업 신청에 필요한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지역 극단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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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 전경(왼쪽 사진)과 박물관 내부 대강당에서 공연이 열린 모습. 국제신문DB |
부산 중견 극단 에저또는 공연장을 보유한 국립해양박물관과 지난 2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상주단체 사업)’ 협약을 맺은 뒤 부산문화재단이 실시하는 상주단체 사업에 신청했다.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상주단체 사업은 예술단체에 안정적 창작 활동을 위한 무대, 사무실 등의 공간을 내주고, 공공 공연장에는 콘텐츠를 제공해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서로 ‘윈윈’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업에 선정되려면 예술단체와 공연장이 매칭 지원을 해야 해 양측 간 사전 협약이 필수다. 에저또는 지난 3월 8일 문화재단의 상주단체 사업에 선정됐고 1년 동안 안정적으로 극단을 운영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확정 발표 이후 해양박물관 측이 돌연 상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에저또에 전달했다. 에저또에게 말 그대로 날벼락이었다. 협약이 파기되면 상주단체 사업 지원 선정도 자동 취소돼 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금 9000만 원을 받지 못한다. 대체 공연장을 찾더라도 지원 신청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상주단체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에 문화재단의 다른 지원 사업에 신청할 수도 없었다.
결국 문화재단이 중재에 나섰고 해양박물관 측은 사무실과 연습 공간은 제공하되 실제 공연장은 협력 기관 중 한 곳을 연결해주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민에 빠진 문화재단은 심의위원회를 열고 지역 전체 예술단체와 공연장을 대상으로 재공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양박물관 측이 대체 공연장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다른 예술단체에 대한 형평성도 감안한 결과였다.
에저또는 협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일부 지고 재공모에 5점 감점된 상태로 신청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체 100점 중 5점이지만 워낙 경쟁률이 높은 사업이어서 또다시 선정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극단이 피해를 호소하는 것과 달리 해양박물관 측이 받는 제재는 문화재단이 실시하는 일부 사업에 일정 기간 신청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해양박물관 관계자는 협약을 지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건물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라 상주단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협약은 계약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에저또 측은 “양측 동의로 이루어진 협약을 이렇게 쉽게 파기하는 것은 예술 단체를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리모델링이라는 중·장기적 계획을 한두 달 만에 세우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문화재단 측은 “전국에서 10년 동안 진행된 사업이지만 공연장이 협약을 파기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워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약의 구속력이 약하고 파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해 협약서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