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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30> 대구 뭉티기

뭉텅뭉텅 썬 대구식 한우 육회, 찹쌀떡 씹듯 쫀득댄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1 18:50:4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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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향촌동 실비집서 등장
- 귀한 손님 오면 대접하던 술안주

- 도축한 지 하루 지나지 않은
- 소 ‘처지게살’ 우둔살 주로 사용
- 요즘은 적당히 얇고 넓적하게 내

- 양념 가미 안 한 검붉은 생고기
- 참기름·마늘·고춧가루 양념장에
- ‘찍먹’ 아닌 푹 담가 먹어야 제맛

가끔 대구를 들를 때가 있다. 요즘은 대구 음식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춘호 영남일보 기자 겸 음식칼럼니스트와 스스럼없이 지내서이지만, 그 이전에도 날씨가 끄물끄물하거나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훌쩍 대구로 올라가곤 했다.
   
소담스러우면서도 야성적인 느낌의 뭉티기.
대구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40여 년을 막역지우로 지낸 이들이 있기에 그랬다. 특히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퇴임한 김현하 등은 한때 전국에서도 이름깨나 알리던 고교 학생 문사들이었다. 각종 백일장이나 고교 현상문예 공모 등에서 단골로 입상하는 등, 서로의 명성을 잘 알던 터라 자연스레 어울렸다.

■뭉티기 대접하는 내 오랜 대구 친구

   
대구 뭉티기에 최적화된 특유의 양념장.
대구 염매시장 끄트머리 막걸릿집 ‘곡주사’ 골방의 추억은 더더욱 새삼스럽다. 이문열 작가를 비롯한 대구 문인들과 맨 아래의 우리 하룻강아지들까지, 닷 되짜리 주전자에 막걸리를 호기롭게 콸콸 부어 돌려가며 선배 문인들에게 시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던 시절이었다.

필자가 대구에 들르면, 지금도 고향을 지키는 김현하가 늘 소주 한 잔에 꼭 대접하는 대구 향토음식이 하나 있다. ‘뭉티기’라고 부르는 ‘한우 생고기’이다. 지역마다 ‘생고기’ ‘육사시미’ 등으로 부르는 뭉티기는 대구 사람들이 타지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꼭 대접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뭉티기는 소의 ‘사태’나 ‘우둔’을 뭉텅뭉텅 썰어서 아무런 양념이 가미되지 않은 생고기로 내는데, ‘뭉텅이’의 대구식 말이 ‘뭉티기’라 음식 이름 또한 ‘뭉티기’가 되었다. 찹쌀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가지면서도 씹을수록 달고 부드럽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요즘에는 먹기 좋도록 적당히 얇고 넓적하게 장만하여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내면서 그 이름도 ‘생고기’로 부르는 곳이 많은데, 예전에는 말 그대로 뭉텅뭉텅 깍두기 썰듯 썰어 접시에 수북이 담아내던 음식이었다.

■1950년대 대구 향촌동

   
양념장에 푹 담근 뭉티기 한 점.
1950년대 대구 향촌동에서 등장했다고 전해지는 ‘뭉티기’는 당시 전문으로 파는 집은 따로 없었다. 손님이 먹고 싶다는 음식은 어지간하면 다 만들어주는 ‘실비식당’에서 탄생했기에 그렇다. 주로 꽁치, 청어, 고등어 등 생선을 많이 구워 팔던 ‘구이집’에서 뭉티기도 팔았던 것.

이 뭉티기는 암울했던 1960년대 독재정권 시기에 나라를 걱정하던 지식인, 기자, 문인이 시대의 울분과 푸념을 술자리에서나마 풀 때, 쓰디쓴 소주의 안주로 묵묵히 술자리를 지켜냈던 음식이다. 독재정권이 연장되던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구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던 술안주로 대구 시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던 대구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었다. 당시 대구 문인들 또한 가끔씩 원고료가 생기거나 하면, ‘구이집’에 후배들을 불러 모아 오랜만에 ‘뭉티기’ 한 잔에 술추렴을 하곤 했단다.

그때는 고기를 향촌동 부근에 있는 염매시장, 서문시장, 영선시장의 10여 군데 정육점에서 받아와, 일일이 한 칼 한 칼 근막을 발라내고 힘줄을 끊어내는 등의 지난한 작업 뒤에 뭉티기를 술상에 올렸다. 지금은 대구 근교의 영천, 고령. 영주, 경산 등의 우시장 도축장에서 그날그날 도축한 한우로 장만한다.

■비법 담은 뭉티기 양념장

   
육즙을 충분히 머금은 뭉티기는 찰기가 있어 접시를 기울여도 안 쏟아진다.
뭉티기는 지방이 거의 없는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 부위의 ‘처지게살’과 소 엉덩이의 안쪽 부위로 ‘허벅살’이라고도 부르는 ‘함박살’을 주로 쓴다. 한 덩어리 무게는 4㎏ 안팎. 이를 칼로 일일이 근막과 힘줄을 발라내고 끊어내어 먹기 좋게 썰어낸다. 요즘은 살 속에 힘줄이 많고 선별이 힘든 처지게살이나 허벅살 대신 결이 고운 ‘우둔살’을 주로 사용한단다.

뭉티기에 쓰는 고기는 도축 뒤 하루가 지나지 않은 것이다. 고기가 부드럽고 탄력 있으며 육즙을 충분히 머금고 있기에 그렇다. 때문에 찰기가 있어 접시를 거꾸로 뒤집어도 고기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있다. 고기 색감은 싱싱할수록 검붉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에 산화되면서 하루 정도 묵히면 진홍색을 띠게 된다.

이 뭉티기는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처음에는 깍둑깍둑 썰어 묵은지에 싸먹기도 했다는데, 참기름, 고춧가루, 빻은 마늘, 간장을 함께 섞어 만든 특유의 ‘뭉티기 양념장’이 자리 잡았다.

뭉티기 양념장은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지만, 비법의 양념장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가 않다. 양념장에 들어가는 마늘은 다진 마늘이 아니라 칼자루 등으로 굵게 쫑쫑 찧어서 사용한다. 고춧가루도 씨와 함께 굵게 빻아서 쓴다. 그래야 마늘과 고춧가루의 맵고 알싸한 맛과 풍미를 한층 끌어 올릴 수 있기에 그렇다.

■양념장 찍어 먹는 법도 독특

그렇다 보니 뭉티기를 양념장에 찍어 먹는 방법도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는 표현보다 ‘양념장에 푹 담갔다가 꺼내 먹는다’나 ‘고기에 양념장을 재워서 먹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간이 센 경상도 내륙 지역의 ‘장류 문화’가 한몫한 셈이다.

뭉티기 한 점을 양념장에 푹 찍어 먹는다. 쫀득쫀득한 육질이 고스란히 입안으로 전해진다. 쫄깃하면서도 결이 좋아 질기지 않으면서도 식감은 흔쾌하다. 오래도록 씹어도 차진 육고기의 질감이 오롯하다.

양념장도 특별한 맛을 낸다. 간장과 고추장, 마늘, 고춧가루…. 모든 양념 재료가 한결같이 세고 강하다. 맵고 짠맛에 고소한 참기름을 쏟아붓듯 넉넉하게 함께 버무리기에,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양념 조합이다. 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담박하면서 고소하고, 강렬하면서도 풍성한 맛의 뭉티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뭉티기를 소금장에도 살짝 찍어 먹어 본다. 생고기 본연의 맛이 진하게 올라와 흥미롭다.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고기의 식감에 뒤이어 소금의 간이 어우러지면서 고기의 풍미를 증폭시킨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은근하게 퍼져난다.

뭉티기에 곁들여 나오는 ‘천엽’과 ‘간’도 신선하고, 소고기로 육수를 낸 ‘미역국’도 진하고 들큰한 것이 꽤 괜찮다.

■‘대구의 맛’ 간직한 향토음식

   
대구 시민의 정서를 대변하고, 애환을 다독이던 대구의 향토음식 뭉티기. 대구 사람처럼 감칠맛이 터진다. 이 대구 뭉티기는 대구의 그윽한 지인들과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기에, 개인적으로도 아주 기껍고 정겨운 음식이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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