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와보이소부산’ 진행
- 풍부한 어휘력·진실된 표현 인기
- ‘일본어 잘하는 부산 사람 같아’
- 서울 등 거치지 않고 ‘스타’ 부상
- 지역문화 ‘작은 성공’ 잠재력 확인
인터뷰하러 가면서 이런 걱정을 했다. “만나면 ‘사이토 유우 씨’라고 불러야 할까…? 그게 정식 이름이니까….” 헛된 망상이었다. 인터뷰 장소에서 그를 만난 순간, 인사말은 이렇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유우 짱! 안녕하세요!”(‘짱’은 일본어에서 상대를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일종의 존칭이다)
대체 이 친근함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유튜브 채널 ‘와보이소 부산’에서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인데 불쑥 애칭으로 인사하게 되다니. 부산에 살면서, 유튜브로 부산 매력을 알리느라, 어제도 달리고 오늘도 달리더니, 어느새 ‘우리의 친구’ ‘부산의 작은 스타’가 된 일본인 유우(28) 짱을 만나보자.
■ “우유를 거꾸로 하면 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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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와보이소 부산’ 등에서 활동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토 유우 씨.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안녕하세요. 유우입니다.… ‘우유’를 거꾸로 하시면 제 이름이에요.”(웃음) 부산 사투리가 듬뿍 섞인 찰진 한국어로 유우 짱도 인사를 건네온다. 유우 짱은 유튜브 채널 와보이소 부산(국제신문 지난 3월 6일 자 20면)의 주요한 일원이다. 와보이소 부산은 부산에 사는 일본인 콘 마사유키 대표가 주도하고, 부산의 다양한 일본인이 모여 2015년 6월 설립한 비영리단체 부산사랑(busansaran.com)이 운영한다.
2015년 11월 첫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한 와보이소 부산은 어느새 부산의 맛·멋, 부산 명소와 매력을 일본과 한국 그리고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에게 전하는 인기 채널이 됐다. 초창기에 “구독자 수가 1000명에 이르는 날이 온다면 기념행사를 열겠다”고 밝히곤 했던 와보이소 부산은 현재 구독자 수가 3만3500명에 이른다. 지난 3월엔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사랑 콘 마사유키 대표에게 “부산을 널리 알려줘 고맙다”며 명예부산시민증을 수여(국제신문 지난 3월 13일 자 2면)하기도 했다.
비영리단체 부산사랑이 설립되고, 와보이소 부산이 방송을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유우 짱은 콘 마사유키 대표 등과 함께 힘을 모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 ‘일본어 잘하는 부산 사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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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면 전포카페거리를 찾은 사이토 유우 씨. 박수현 선임기자 |
유우 짱의 ‘힘’은 와보이소 부산에 올라 있는, 부산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동영상과 거기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보면 곧장 느낄 수 있다. 유우 짱과 다른 구성원들은 참 열심히, 즐겁게 부산의 맛집과 명소, 매력을 알린다.
와보이소 부산은 초기에 일본어로만 방송했다. ‘부산에 사는 일본인들이 부산 여행을 계획하는 일본 사람을 위해 부산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본 취지였다. 그런데 한국인 시청자가 늘고 한국인 구독자도 급증하면서 ‘한국어 자막을 달아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고 제작진은 받아들였다. 이런 과정에서 유우 짱의 맹활약은 무척 돋보였다. “고기 묵으러 갈까예?” “음? 혼마니 오이시이!” “맛있어요!” “이모! 여기 삼겹살 3인분 주세요” 등 부산 사투리, 한국어, 오사카 사투리, 일본어가 ‘진심을 담아’ 감탄사로 터져나오는 맛집 방송을 보고 있으면 유우 짱은 ‘일본어를 참 잘하는, 우리 이웃에 사는 부산 아가씨’ 같다.
발랄하고, 장난기 많고, 구김살 없는 인상인데 그 밑바탕에 특유의 성실하고 정중한 태도가 깔려 있는 점도 중요해 보인다.
■ 진실한 ‘리액션’, 착실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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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보이소 부산’에 올라 있는, 유우 씨가 출연한 부산 소개 동영상 화면. 부산사랑 제공 |
유우 짱은 음식이나 장소, 상황에 관한 설명을 풍부한 어휘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장기가 있다. 특히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갔을 때 감탄하는 표정(유우 짱은 “그럴 땐 제 콧구멍이 커진다”고 ‘고백’했다)은 ‘저항 불능’이다. 댓글이 옥수수 알갱이처럼 우수수 달린다. “배고픈 밤 12시에 내가 어쩌자고 이 동영상을 봤더란 말인가?” “내 고향 부산을 알려줘서 고맙다.” “곧 부산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인 후쿠오카 사람인데 이 집 꼭 가보고 싶네요….”
“와보이소 부산은 ‘인기 유튜버’가 되려고 시작한 활동이 아니거든요. 우리에게 많은 걸 베풀어준 부산과 부산분들을 위해 하는 봉사활동, 취미활동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원래 이런 성격의 채널이다 보니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일부러 넣거나 뭔가를 꾸며서 방송하는 법이 없다. 그냥 밝고 착실하다. 이런 점이 편안함과 신뢰감을 낳아 와보이소 부산의 인기 비결이 되는 형국인데, 유우 짱의 활약은 그 과정에서 한몫 단단히 한다. 그는 와보이소 부산에 참여하면서 일본과 부산의 지역 공중파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 일본인 관광객들, 인사 건네
그는 현재 와보이소 부산뿐 아니라,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개인 유튜브 채널 ‘유우 튜브’도 운영한다. 유우 튜브 구독자 수는 2400명을 바라본다. 그는 부산의 한국어 학원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일한다. 이 학원의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기도 한다.
“제 일터 근처에 부산을 찾아온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묵는 호텔이 있거든요. 꽤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저를 보고 인사를 건네주세요. ‘유우 짱! 동영상 잘 보고 있어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어? 와보이소 부산에서 봤던 모습보다 키가 작네요’ 하면서 반가워해 주시죠.” 유튜브 방송에서 된장국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된장 선물이 너무 많이 와 냉장고가 모자랄 지경이 되고, 무심코 목이 아프다고 했더니 시청자가 딸기를 사다 주기도 한다. 일본에 관심 있는 부산 사람, 부산에 오고 싶은 일본 사람이 와보이소 부산에서 댓글을 달다 서로 친구가 되곤 한다. 모임도 생겼다고 한다.
이 정도면 거대한 방송매체 등을 거치지 않고, ‘서울’도 우회해버린 채, 부산에서, 일본 사람이, 지역 스타가 된 셈이다. 이는 지역문화계에도 참고가 될 법하다. 실은 이 점이 유우 짱을 주목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 “부산의 활력·매력 더 알리고파”
오사카 출신으로 “할머니께서 한국인”이라는 유우 짱은 교토외국어대를 다니던 2011년 부산외국어대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 사이 오사카로 돌아가 1년 반 정도 한국어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산으로 ‘돌아왔다’. “오사카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했는데 생활이 무척 단조롭게 느껴졌어요. 부산에 살 때는 새로운 일이 많고, 정이 많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매일매일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유우 짱은 “부산은 참 정감이 많고, ‘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부산에 계속 있을지 일본으로 돌아가게 될지를 떠나 ‘부산사랑’과 ‘와보이소 부산’ 활동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