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 재직
- ‘짜파구리’ 등 韓 정서 직역 대신
- 외국 관객에 친숙한 상황 대입
- “자막은 즉각 이해·임팩트 필요”
- 기생충, 3일 만에 237만 명 돌파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 공개를 앞두고 “워낙 한국적인 영화라 외국 관객은 100%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공식 상영되는 동안 외국 관객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고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잘 살린 영어 자막의 공로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생충’의 영어 자막은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이자 영화 평론가, 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 등으로 20년 넘게 한국에서 활동한 달시 파켓(47·사진)이 맡았다. 미국 출신인 그는 ‘곡성’ ‘아가씨’ ‘택시운전사’ ‘마약왕’ 등 수많은 흥행작의 영어 자막을 담당했다. 봉 감독과도 오랫동안 작업해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대부분의 작품을 함께했다.
‘기생충’에는 한국 정서가 담긴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파켓 교수는 직역하는 대신 외국 관객에게 친숙한 상황을 대입했다. 예를 들어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이 합쳐진 ‘짜파구리’를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라면과 우동을 합친 말로 대체했다. 파켓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막은 스크린에 순식간에 나왔다가 사라진다.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단어를 쓰는 게 중요하다”며 “봉 감독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와 함께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생충’의 수상을 어느 정도 예감했다. “한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상할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한 파켓 교수는 “너무 좋은 영화를 봤는데 3개월 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너무 괴로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파켓 교수는 부산과도 인연이 깊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가 운영하는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에서 2017년부터 아시아 영화인을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아시아 영화사, 영화 장르 등 다양한 과목을 맡았으며 최근 1학기 수업을 마쳤다.
그는 “많은 학생이 ‘기생충’ 수상 소식을 듣고 축하해줬다”며 “번역은 물론 봉 감독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봉 감독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부산과 아시아영화학교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파켓 교수는 “부산은 영화하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고 학생들 역시 부산을 좋아한다. 각 나라 영화 산업의 미래인 학생들이 제작자가 돼 다시 부산을 찾아 영화를 만든다면 해외 영화에서 부산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중에는 ‘기생충’ 같은 대박 영화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기생충’은 연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기생충’은 지난 1일 하루 동안 112만6568명을 동원했다.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지난 1일까지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37만2317명을 기록하며 칸영화제 수상작들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있다. 벌써 ‘괴물’(2006)에 이어 봉 감독의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