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문화 <1-4> 문화 씬 새바람- “등단? 그걸 꼭 해야 하나요?”

SNS에 올린 이야기 … 등단 않고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1 19:00:0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편집자에 ‘발굴’된 김동식의 글
- 공장노동자서 화제 작가로 도약

- 20년 넘게 써온 시 묶어낸 시집
- 정신과 상담기록 에세이도 화제

- 부산문화재단서 문학창작 지원
- 출판 이후 사후관리 등엔 미흡
- 지역사회 유통경로 등 염두둬야

우리나라에서 소설가, 시인, 평론가 등으로 인정받으려면 ‘등단’을 해야 한다. 연말 신춘문예에 입상하거나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등단 제도의 문제점에 관한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하지만 이제는 등단을 하지 않아도 책을 내고 작가가 되는 길이 열렸다.

■ 작가 등장의 새로운 환경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소설집 7권을 낸 김동식 작가. SBS 제공
베스트셀러 작가로 혜성처럼 등장한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는 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던 글들을 눈 밝은 편집자가 발굴해 출판으로 이어졌다.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도, 등단한 적도 없는 노동자에서 바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부산의 소요유 출판사에서 나온 ‘마개 없는 것의, 비가 오다’도 등단하지 않은 이승재 시인이 20년 넘게 써온 시를 묶어낸 시집인데 감동과 울림이 커서 문단 바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독립출판이나 1인 출판이 활성화되면서 등단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주제나 경험, 재능을 바탕으로 글, 사진, 그림을 모아 책으로 엮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부터 주거, 독립, 노동, 젠더 등 개인의 삶과 경험의 구체성, 내밀함이 담긴 에세이 등이 책으로 출판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작 전에 만들어질 책의 콘셉트와 내용에 대해 선구매하거나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소셜 편딩은 새로운 관점의 내용과 형식의 책 출판과 더불어 새로운 작가가 등장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자신의 정신과 상담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독립출판 형식으로 제작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호응을 받기 시작해 40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출판사나 작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부산에서도 여성의 독립 생활의 어려움을 다룬 ‘내 방구같은 만화’, 1인 주거에 대한 에세이 ‘일인분의 삶’, 아버지를 대신해 부품회사를 운영했던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책 ‘엄마와 세종기업’ 등 지속적으로 독립출판이나 1인 출판으로 개성 있는 출판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SNS시인으로 유명해진 하상욱 시인처럼 SNS에 꾸준히 쓴 글들이 책으로 엮이거나 브런치 등 글쓰기 플랫폼에 연재하던 글이 책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축적한 작품을 등단을 통해 세상에 내보여 평가받는 방식이 아니라 웹상에서 글에 대한 반응을 바로 확인하면서 작가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 기초예술 문학 지원 한계

2018년 한 해 부산문화재단 기초예술 지원으로 시, 수필 등 문학 창작을 지원한 사례를 보면 개인 128명과 단체 35곳이다. 몇 년간의 흐름을 살펴봐도 한 해에 100권 이상의 개인 작품집이나 계간지 등의 발간을 지원하고 있다. 책을 잘 안 읽는 시대에 지역에서 연간 100권 이상의 책이 지원 제도를 통해 발간되는 것은 외적으로 큰 성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지원 제도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작품의 유통이나 대중과의 소통 확대, 새로운 작가 발굴, 작가들의 창작 의욕 증대나 작품 생산 환경 개선 등을 포함해 왜소해진 문학 씬의 외연을 확대하거나 출구를 찾는 데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지원 방향이 단순하다. 그러다 보니 지원을 받은 작가가 어떤 제목으로 책을 냈고,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을 통해 유통이 되고 있는지 등 성과 관리의 개념이 없다.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아카이브에서 연도별·영역별 자료를 확인하기 어렵고, 존재하지 않거나 작가와 작품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많아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

또 2018년의 경우 300만 원을 일괄적으로 지원했는데 장르에 따라 다른 환경을 반영할 수 없고, 인쇄부터 출판까지 진행하기에도 현실성 없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작가가 사비를 더하거나 출판사가 출혈을 감내하면서 제작하고, 정식 출판하지 않은 채 보고용이나 지인들과 나누는 정도로만 인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8년 지원받은 작가의 이름과 장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지원 시기 이후 발간된 책 제목이 확인되지 않거나, 제목이 확인되더라도 일반 유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40건이 넘는다.

게다가 지원 조건이 3년 이내에 ‘문예지, 전문지, 동인지’에 작품이 실리거나 ‘개인작품집’을 발간했거나, ‘기타 신문, 잡지’에 작품을 기고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회원제 중심으로 운영되거나 등단한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문예지 등이 다수인 상황에서 적은 금액의 지원마저도 문학 제도의 이너서클 내에서 기회를 나눠 가지는 정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문학 가능성 상상하는 지원 필요

현재 창작의 결과물을 발간하는 것에 대한 소규모 단순 지원과 진입장벽이 높은 지원 조건이 결합되면서 폐해가 발생한다. 우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따른 생산 주체의 유입이나 작가의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질의 작품이나 콘텐츠 생산·유통의 관점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또 문학이 대중예술로서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이 아니라 문화재처럼 보호받아야 하는 논리로 씬과 작가의 위치를 왜곡·축소시킬 위험이 있다. 지원 형식과 제도가 창작자들을 스스로 박제화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물을 때다.

   
따라서 지원 건수를 성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과 책이 얼마나 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유통이 되느냐 등으로 관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소액 다건이 아니라 양질의 작품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환경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다양한 작가를 수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순 창작 발간이 아니라 출판사·독자까지 확장해 유통·소통·순환을 염두에 두는 방향으로, 전문가 중심의 심사가 아니라 파격적으로 일반 독자를 심사위원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등 상상의 여지는 많다. 지원이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씬을 생기 있게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을 위한 진정한 지원일 것이다.

박진명 ‘생각하는 바다’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6. 6"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9. 9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0. 10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0. 10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