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23>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

명란젓은 ‘멘타이코’, 자전거는 ‘챠린코’로 … 소주 이름 ‘친구’도 있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3 18:58:39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대표적 구황작물인 ‘고구마’
- 쓰시마 방언 ‘고코이모’가 변형
- 우리말에 일본어 어원 많지만
- 한국말 日 건너간 사례도 많아

- 결혼 전 남자를 뜻하는 ‘총각’
- 다이쇼 시대에 ‘총가’로 사용
- 명태가 음차된 ‘멘타이’ 요리
- 하카타 지역 특산물 돼 인기

- 김치·갈비·비빔밥·나물·부침 등
- 일상생활 속 뿌리 내린 말 늘어
- K-POP 등 한류 인기 증가 속
- 세계서 통용되는 우리말 늘 듯

글로벌 시대, 우리는 정보의 바다를 유영(遊泳)하고 있다. 외국 문물의 유입과 정착 그리고 그것과 함께 들어온 말의 생명력을 매일매일 체감하며 살고 있다. 한껏 사용되다가 사라진 말, 유행하다가 정착된 말 이렇듯 다양한 말이 우리에게 있다. 외래어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로 들어온 말’인데 마린(Marine), 비치(Beach), 스시(すし), 마라샹궈(麻辣香鍋) 등과 같이 요즘에는 다양한 국적의 말도 많다.
일본 규슈의 명물 ‘멘타이코’(왼쪽 사진). 한국의 ‘명란젓’이 원형으로 그 이름에도 한국말 ‘명태’가 기원인 ‘멘타이’가 들어있다. 오른쪽은 전형적인 ‘마마챠리’이다. 일본의 방언에서 바구니가 달려 있고 엄마들이 주로 타는 자전거를 ’마마챠리’라 한다. ‘챠리(챠린코)’는 우리말 ‘자전거’에서 비롯됐다. 양민호 제공
이러한 말 중에는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일본말이 간혹 섞여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도래 작물 ‘고구마’가 그중 하나다. 고구마는 원래 우리에게 감저(甘藷)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쓰시마에서 고구마 종자를 들여온 조선통신사 조엄이 쓰시마 방언으로 기근에 매우 도움이 되는 효행 깊은 구황작물이라는 뜻의 고코이모(孝行芋)를 일본식 발음으로 ‘해사일기’에 기록하였다. 이 음이 변해 고구마가 된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 고구마는 사쓰마(薩摩) 번의 이름을 따 ‘사쓰마이모(薩摩芋)’라고 부르지만, 지역 방언 특히 한국과 매우 가까운 쓰시마 방언이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들어와 사용된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어 속에 알아채지 못하는 일본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반대 경우는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한국어가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에 대해 살펴보자.

■외래어 말고 외행어?

여러분은 외행어(外行語)라는 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외래어가 ‘바다를 건너 우리말 속에 들어온 것’이라면 외행어와 같은 반대 개념도 있다. ‘바다를 건너 외국으로 간 우리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외행어는 ‘우리의 말이 세계를 누비며 뻗어 나간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 외행어 개념은 1977년 일본의 미와(三輪)가 ‘서양 언어 속 일본어 유래의 차용어’라 정의하였고, 1997년 다니엘 롱은 ‘일본어 기원의 영어’라고 했으며 나중에 이노우에(井上)가 ‘영어 또는 인근 국가의 말속에 파고든 일본어’라고 정리했다.

이를 우리말에 대입해보면 ‘전 세계 사람이 알고 있는 우리말’, 예를 들어 불고기 같은 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말들은 자랑스럽게 우리가 전 세계에 수출한 것이다. 이렇게 자국을 떠나 전파된 말 그것을 외행어라 칭할 수 있다. 방향성의 문제지만, 수용하는 쪽에서는 외래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외행어의 진출은 그 나라 문화의 우수성과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 이웃으로 건너간 우리말에 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일본에서 못 알아채는 한국말

일본 규슈의 이키 지역에서 만들어 파는 ‘친구’ 소주. 한국어 ‘친구’가 일본 소주의 이름으로 쓰인다.
지리적 근접 효과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본 규슈(九州) 지역에 상륙한 우리말이 상당수 엿보인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 중 명란젓을 ‘다라코(たらこ)’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규슈 또는 긴키(近畿) 지방에서는 줄여서 ‘멘타이(メンタイ)’ 또는 ‘민타이(ミンタイ)’라고 부른다. 여기서 멘타이는 우리말 명태가 음차되어 전래된 것이다. 특히 하카타(博多) 지방에서 만들어진 멘타이코(メンタイコ)는 어느새 이 지역 특산물이 됐고, 지역을 넘어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퇴각한 일본 사람들이 그 시절 한국에서 먹었던 명란젓의 맛을 그리워하며 하카타에서 그 맛을 재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멘타이코 제조를 시작한 가게들이 이 지역에 많아지면서 역과 공항 등에서 팔리기 시작하였고, 자연스럽게 일본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으며 일본 속에서 한국의 맛, 한국어가 전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규슈 지역 특히 고토 열도(五島列島)와 야마구치(山口) 방언 중에는 한국에서 건너간 ‘チング(친구)’라는 말이 있다. 쓰시마와 규슈 사이에 있는 나가사키(長崎)현 이키(壹岐)의 방언에도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 또는 사이 좋은 친구를 ‘チング’(친구)라 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ちんぐ(친구)’라고 이름 붙인 소주도 판매되고 있어 깊숙하게 지역에 뿌리내린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쓰시마에서도 매년 8월 ‘チング音樂祭(친구음악제)’를 개최한다. 이는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자랑스러운 우리말이다.

또 우리 말 중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어른 남자라는 의미의 ‘총각(總角)’이라는 말이 있다. 이 총각이 일본으로 건너간 외행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 발음으로 ‘총가(チョンガ一)’라고 하는 이 말은 ‘결혼하지 않은 독신 남자’를 의미하는데 한국에서 예전부터 머리를 땋아 묶고 다닌 데에서 기인한 한자 어휘를 음차하여 쓰고 있다. 총각이라는 말이 한자어였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말이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가서 다이쇼(大正) 시대 초기에 활발히 사용됐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일본 국민이 매일 같이 사용하지만, 한국어인 줄 모르고 사용되는 말 중 ‘챠린코(チャリンコ)’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자전거’의 발음이 전래되어 일본의 지역 방언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는 ‘챠리(チャリ)’라고도 줄여 부르고, 활용형으로 ‘마마챠리(ママチャリ)’와 같이 두 단어를 덧붙여 ‘엄마들이 주로 타는 자전거’ 특히 앞에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부를 때 사용한다. 원래 ‘지텐샤(自轉車)’라는 표준어가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챠리’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챠린코’의 어원은 자전거의 벨소리 ‘챠링(따르릉)’과 우리나라 말 ‘자전거(チャジョンゴ)’에서 왔다는 두 가지 설이 공존하지만,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설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챠리’ ‘챠리키(チャリ機)’는 효고(兵庫), 이바라기(茨木) 지역 방언에서도 사용되며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 일반인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그렇지만 그 말이 현해탄을 건너간 우리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많은 ‘문화’를 발신하자

현재 이렇게 일본인이 알아채지 못하고 사용하는 우리말뿐만 아니라 김치(キムチ), 갈비(カルビ), 국밥(クッパ), 비빔밥(ビビンバ), 나물(ナムル), 부침(チヂミ·찌지미)과 같이 공공연하게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은 말도 많다.

얼마 전 한국의 매력을 선보인 BTS(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그들이 발신하는 문화(Soft-power)는 이제 전 세계의 문화로 성장하게 되었고, 멤버들이 언급하고 팬클럽이 따라 하는 단어들인 Maknae(막내), Aegyo(애교), Sunbae(선배), Hoobae(후배), 형(Hyung), Noona(누나), Oppa(오빠), Unnie(언니)와 같은 한국말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게 되었다. 그들이 표현하는 행동 ‘손가락 하트(Korean Finger Heart)’ 역시 그대로 받아들여져 쓰이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대한민국의 더 많은 외행어가, 바다를 건너 일본, 아니 전 세계로 유영해 나가길 희망해 본다.

양민호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동해선 원동역 건립 82억 배정, 내년 3월 개통…비용절감 병행
  2. 2내년부터 새 아파트 짓기 힘든 시대…리모델링이 뜬다
  3. 3구혜선·안재현 이혼 협의
  4. 4민간아파트 분양가 부산만 하락했다
  5. 5부산 동래구, ‘2019 가족 문화유적지 탐방’ 실시
  6. 6빗속을 걸어도 젖지 않아…마법 같은 공간 ‘레인룸’ 부산 상륙
  7. 7“50년 전 전화국 화재 부친 누명 꼭 풀 것”
  8. 88년째 겉도는 광안리 ‘크루즈 호텔’ 사업
  9. 9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2377>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10. 10민간공원 특례, 고도제한이 발목잡나
  1. 1민경욱 광복절 행사 숙면논란에..."경쟁후보가 촬영한 것"
  2. 2조국 법무장관 후보 청문회 공방 가열…여당 “당사자도 국민 정서와 괴리 인정”
  3. 3부산 민주당도 일본규탄 릴레이 챌린지 동참
  4. 4한상혁 표절 의혹·자녀 이중국적 도마
  5. 5한국, 11월 아세안과 일본 경제보복 논의…신남방정책도 가속
  6. 6“DJ·오부치 선언(1998년) 속 한일 미래 비전…난국 지혜 담겨”
  7. 7‘조국 효과’ 노리던 PK 민주당, 도덕성 잇단 의혹에 신중 기류
  8. 8문재인 대통령, 16일 모친 뵈러 연차휴가
  9. 9문재인 대통령 “역사 두렵게 여기는 용기 되새겨”
  10. 10한국당, 다시 거리로…“24일 광화문 집회”
  1. 1내년부터 새 아파트 짓기 힘든 시대…리모델링이 뜬다
  2. 2민간아파트 분양가 부산만 하락했다
  3. 3 주거용 건물만 높게 더 높게 치솟는 부산
  4. 4은행 이자수익 뚝…금융지주 해외로 눈 돌린다
  5. 5폐잠수복을 가방으로…친환경제품 바람
  6. 62분기 가계대출 15조 증가…국내 경제 ‘R의 공포’ 엄습
  7. 7“올 한국 성장률 1%대 전망” 하향 조정 늘어
  8. 8코스닥 관리종목 35개사 지정…작년보다 52% ↑
  9. 9일본 백색국가 제외 열흘 앞둔 한국 무역, 미중분쟁 · 미국 개도국 배제 압박 ‘3중고’
  10. 10삼성중공업, 독일 업체와 스마트십 기술 고도화
  1. 1벌떡 떡볶이 등촌점, 고객 불안감 여전… ‘성폭행하고 싶다’던 점주
  2. 2벌떡 떡볶이 등촌점 폐점 결정… “눈은 가슴만”성추행 발언, 불안은 계속
  3. 3동해선 원동역 건립 82억 배정, 내년 3월 개통…비용절감 병행
  4. 4"BTS 교통카드는 소장품…길에서 주워가면 점유이탈물 횡령"
  5. 5유명 예능PD 부하 여직원 준강간 혐의 징역 3년 법정 구속
  6. 6환자 묶어 폭행한 뒤 다량의 약 먹게한 요양병원 대표 실형
  7. 7자살 처리된 40대 근로자 5년 만에 항소심서 산재 판결
  8. 8"먼저 주먹으로 치고 반말해"…'한강시신' 피의자 영장심사
  9. 9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9봉 완등하면 인정서와 메달 준다
  10. 10‘나영석 정유미 불륜설’ 유포, 벌금형… 누리꾼도, 법적조치 앞에 사과
  1. 1미오치치 코미어 헤비급 타이틀전 ‘정상서 은퇴VS복수’
  2. 2류현진 13승 도전, 중계는 어디서?
  3. 3'피홈런 2개' 류현진, 5⅔이닝 4실점…시즌 13승은 다음으로
  4. 4토트넘vs맨시티, 모우라 교체카드 적중...2-2 무승부 기록해
  5. 5'주말등판' 사이영상 유력한 류현진 중계 어디서 보나?
  6. 6'연장 2승' 박민지, 세 번째 우승은 연장 없이
  7. 73연패 빠진 롯데, 다시 최하위 추락
  8. 8최경주 차남 최강준, 미국 주니어 전국 대회 첫 제패
  9. 9신들린 도우미 황희찬, 이번엔 골까지 넣었네
  10. 10데뷔 첫 백투백 피홈런…류현진, 장타에 울었다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김금숙 그래픽 노블 만화가의 장편만화 ‘풀’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서구인의 동아시아 바다여행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책이 좋아 도서관서 살다 아예 책방 차렸죠
공공도서관 책 동네서점서 빌리는 ‘상생의 묘’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손규호
납량특집 좁은 방...김태영
새 책 [전체보기]
근린생활자(배지영 지음) 外
유괴의 날(정해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책은 마음을 치유하는 상비약
‘디지털 중독’서 벗어나는 방법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소년 낚시 - 이석우 作
‘나타나다’ - 신옥진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소년과 강아지 ‘보이’의 변치않는 우정 外
어린시절 소소하지만 특별한 기억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송정바다에서 /박희진
뿌리 /신진경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취준생·세월호…우리가 ‘엑시트’에 끌린 이유
작가적 상상력이 흔든 ‘역사의 뿌리’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역사 수정주의의 정체에 관하여
껍데기 영화의 현혹
현장 톡·톡 [전체보기]
고 홍영철 원장 타계 3주년…‘부산영화 100년사’ 재조명 필요
음악으로 하나된 청춘들…젊은 열기 식을 줄 몰랐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8월 19일
묘수풀이 - 2019년 8월 16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明道自鑒
生在敬戒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