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7> 안무가를 위한 옹호

개인 역량만으론 안무 창작 한계, ‘교육·지원·기회’ 삼박자 받쳐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7 18:49:57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춤 창작 육성·발굴 AK21 공연
- 참가팀 보면 부산기반 짐작 가능

- 춤꾼 많은데 안무가는 드문 현실
- 교육기관서 공연 시스템 배우고
- 실패도 때론 수용되는 지원 필요
- 작품 올릴 다양한 무대도 필수
- 메마른 땅서 버티는 이들 살피길

‘집단, 합창’을 뜻하는 그리스어 ‘코로스(koros)’가 어원인 ‘코레이아(choreia)’는 춤, 시, 음악이 섞인 집단 가무로 춤을 중심에 두고 시(말)와 음악이 가미된 종교제의다. ‘안무’의 영어단어 ‘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는 ‘choreia(춤)’와 ‘graphia(쓰다)’의 합성어로 원래 창작이 아닌 기록(무용 기보법)과 관련된 용어였다. 이것이 분석과 창작 매체로 확장한 것은 18세기 라울 오제 푀이에와 20세기 초 루돌프 폰 라반을 거치면서다. 이후 1960년대 포스트모던 댄스의 영향으로 ‘안무’는 ‘춤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로 통용됐다.
지난 5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무용제 ‘AK(Arts Korea)21 국제안무가육성공연’에서 무대에 오른 손영일 무용단의 ‘그들만의 광기’. 사진가 박병민 제공
‘춤을 만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움직임을 계획하는 것’이다. 즉흥이 아닌 이상 움직임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하고, ‘왜?’는 안무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이다. 답을 춤 내부에서 찾을 경우 움직임은 춤의 매체적 특성, 즉 ‘몸’에 대한 사유를 담는다. 이와 달리 답을 춤 외부에서 구할 때 예술 혹은 예술가와 사회·춤의 사회적 의미 등으로 확산한다. 이런 확산은 동시대(컨템퍼러리) 춤의 출발점이 된다.

지난 5일 부산국제무용제 프로그램으로 ‘AK(Arts Korea)21 국제안무가육성공연’(이하 AK21)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렸다. AK21은 세계적인 춤 작가(안무, 출연) 발굴을 전면에 내세운 부산에서는 하나뿐인 사업이다. 열한 번째인 AK21에 그동안 46개 팀이 참가했고 올해 참가한 4팀 중 부산을 활동 기반으로 하는 팀은 두 팀이다. 역대 참가팀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부산 춤 창작 환경과 기반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안무는 개인 역량 문제인데 어째서 환경에 대해 말하는지 반문할 수 있다. 이런 반문을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창작자(예술가)가 나타나려면 개인 역량만 아니라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환경이란 제대로 된 ‘교육·지원·기회’다.

제대로 된 ‘교육’은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실기와 함께 안무가의 소양이 될 인문학과 공연 제작에 필요한 시스템 전반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상적인 ‘지원’은 장기적이고 실패마저 어느 정도 수용하는 지원을 말한다. 공공지원 없이 창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현재의 지원방식은 장기적으로 볼 때 창작에 도움을 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회’란 다양한 시공간에서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무대(장소와 계기)다. 지금은 예술가를 위해 열린 기회는 없고 행정과 관리 편의가 우선된 기회가 한정적으로 제공된다. 이런 현실을 개인이 헤쳐나가 안무가로 입지를 세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재능 있는 예술가가 지역을 벗어나고 외국으로 가려는 이유는 제대로 된 환경을 찾으려는 것이다.

안무가는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있고 주제에 대한 치밀하고 광범위한 리서치를 해야 하는 창작자이자 연구자다. 지금 환경에서 AK21이 목표로 삼은 세계가 인정하는 춤 작가 ‘발굴 육성’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공동체가 제대로 된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그것을 양분 삼아 성장한 이들이 공동체를 위한 예술을 창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구조의 시작은 예술가를 ‘발굴 육성’하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예술가란 적절한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성장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할 때부터다. ‘춤꾼은 많은데 안무가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비평계의 걱정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당장 변화가 어렵다고 기다리지만 말고, 언제일지 모를 그날까지 메마른 땅에서 버티는 그들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

춤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0. 10“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