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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32> 고흥 노랑가오리

회는 오독오독 홍어 부럽잖고, 애의 고소함 푸아그라 못지않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8 18:40:1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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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가장자리 노래서 노랑가오리
- 20~30㎏으로 간재미보다 커
- 금어기 홍어 대신하는 여름 별미
- 뱃속에 산란·부화하는 난태생 어류
- 새끼 밴 놈은 보양식으로 여겨

- 회·회무침용인 두툼한 날갯살
- 붉은 살과 연골의 조화 절묘해
- 대가리·꼬리는 찜, 몸통 탕으로
- 사르르 녹는 애, 고소함 으뜸
- 가히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생선

오래전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시를 따라 남도의 황톳길을 오래도록 걸었던 적이 있다. 당시 눈에 보이던 전라도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팍팍한 황톳길의 느낌이 고스란했다.
   
고흥이 지척에 보이는 바닷가에서 노랑가오리를 한 점 맛본다. 오도독! 신선놀음이다. 최원준 제공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

가는 길



(중략)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 리 먼 전라도길


(한하운의 시 ‘전라도 길’ 중)



살아남기 위해 잘려나가는 발가락으로, 숨 막히는 붉은 황톳길의 소록도로 향했을 한하운. 그를 따라 붉은 황토 전라도 길, 고흥 끝자락 녹동까지 닿았다. 이미 해는 지고 핏빛 선연한 놀이 바다를 가득 물들이고, 그 사이로 소록도가 그 노을 사이에서 아련했었다. 녹동의 한 퇴락한 여인숙에 짐을 풀고, 슬리퍼 차림으로 해안가 길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평일이라 일찍 문을 닫아걸던 여인네가, ‘타지의 남자’에게 한 마리 남은 생선으로 회를 장만해 술상을 차린다. ‘간재미(가오리)회’였다.

하얀 배 부분의 껍질은 벗기지 않아 쫄깃한 맛이 더욱 깊고 기꺼웠던 간재미회. 게다가 다양한 해산물과 이름 모를 해조류들, 이들로 만든 안줏거리가 술상에 차고 넘치게 가득했던 정. 그리하여 1000원짜리 몇 장에 받아 드는 간재미회 술상은, 이제껏 받아본 간재미회 맛 중 최고의 것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전라도 사람들 여름 별미

   
수중에서 촬영한 노랑가오리. 박수현 선임기자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고흥 녹동. 고흥의 그 간재미회 맛이 추억의 고갱이가 되어 자리 잡았던 오랜 세월 속이다. 시장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수조마다 자리를 차지한 ‘노랑가오리’를 발견한다.

이맘때 전라도 서남해 전역에서는 ‘노랑가오리’가 많이 잡힌다. 배가 노래서 노랑가오리라 부른다. 제철 식재료가 가장 맛있다고 했던가? 노랑가오리도 여름이 제철이라 슬슬 맛이 오르기 시작한다. 때문에 이즈음 노랑가오리는 전라도 사람들의 여름 별미로 꼽힌다. 노랑가오리는 일반 간재미보다 몸집이 크다. 큰 놈은 20~30㎏ 정도로, 큰 고무대야만 하다. 그러니 한 마리로 다양한 음식으로 즐길 수가 있다. 특히 ‘홍어’가 소울푸드인 전라도 사람에게는 금어기에 들어간 홍어를 대신하는 별미가 바로 노랑가오리이다.

노랑가오리는 홍어목 색가오릿과 생선이다. 크기가 1~ 2m 정도의 대형 어종이다. 몸체는 오각형으로 생겼으며, 등 쪽은 갈색, 배는 흰색 바탕에 가장자리는 노란색을 띤다. 지역에 따라 황가오리, 노랑간재미, 노랑가부리, 딱장가오리, 창가오리 등으로 불린다. 노랑가오리는 배 속에서 산란·부화하여 새끼를 낳는 난태생 어류로, 여름철 내만의 얕은 모랫바닥이나 개펄에 5~10마리 새끼를 낳는다. 독특한 부화방법 때문인지 식도락가들은 노랑가오리 중에서도 새끼 밴 놈이 맛있단다.

특히 현지인들은 배 속의 새끼가 가장 맛있다고 살짝 귀띔한다. 노랑가오리잡이 배 어부들 또한 어획한 노랑가오리 어미의 배 속에서 새끼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보양식 삼아 서로 나눠 먹는다고 한다.

■한 마리로 다양한 요리

   
함께 담아낸 다양한 노랑가오리 회와 애.
노랑가오리가 다른 가오리와 다른 특징 또 하나는 꼬리 부분에 맹독을 품은, 강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회초리 모양의 꼬리는 몸길이의 1.5~2배에 달할 정도로 길다. 이 가시에 쏘이면 몹시 아플 뿐만 아니라 기절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조선 후기 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는 노랑가오리의 맹독을 두고 “독기가 심한 가시가 있어 사람을 쏘며 그 꼬리를 잘라 나무뿌리에 꽂아두면 시들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노랑가오리는 주로 주낙으로 잡는다. 낚싯바늘 200개를 묶은 줄 40여 통을 풀어 노랑가오리 가는 길목에 설치하는데, 그 길이만 1㎞가 넘는다. 그렇게 주낙을 쳐놓으면 노랑가오리가 등이나 지느러미에 바늘이 걸려 잡히는 것이다.

고흥에서는 노랑가오리를 ‘가짜 홍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서는 홍어가 잡히지 않아 노랑가오리로 홍어를 대신하기에 그렇단다. 그래서인지 노랑가오리의 맛에 반한 사람들은 홍어보다 노랑가오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겉은 노란색을 띠지만, 노랑가오리 속살은 가오리 살보다 두껍고 붉다. 마치 좋은 소고기 부위가 연상될 정도로 붉은 살과 하얀 연골의 배합이 조화롭다. 씹는 맛도 부드러움과 오독오독한 식감을 두루 갖췄다. 노랑가오리는 부위별로 잘라내어 도톰한 날개 살은 회와 회무침으로, 대가리와 꼬리 부분은 찜으로, 몸통은 탕으로 먹는다. 애(간)는 그 맛이 홍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가히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애(간)는 노랑가오리!”

   
노랑가오리 몸통 부위를 주재료로 해서 끓여낸 탕.
노랑가오리 회 자체는 생 홍어회 맛이다. 날개살의 연골이 오독오독 씹히는 것이 절묘하다. 두툼한 부위는 탄력 있는 육회를 씹는 식감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때문에 숙성하지 않고 바로 먹으면 약간 질기다 싶을 정도로 식감이 단단하다.

애는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그 고소함이 어디에 비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씹기도 전에 사르르 입안에서 녹으며 그 고소함의 여운이 오래도록 입속에 남는 것이 특징이다. 오죽하면 아귀 간과 더불어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와 필적한다고 ‘바다의 푸아그라’라 할까? 이 지역에서는 홍어 애보다 더 식감이 좋고 뒤끝의 풍미가 고소해 ‘애는 노랑가오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전라도 해안 사람들은 이 노랑가오리 애를 먹기 위해 제철을 기다리다 애간장이 다 녹을 정도로 그 맛에 심취해 있다. 말 그대로 ‘애간장 녹이는 맛’이라고 단언하는 것이다.

다음 날, 포장한 노랑가오리를 들고 고흥이 지척에 보이는 한 섬의 바닷가에 자리를 잡는다. 잔잔한 물결에 푸른 바다,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 속에서, 막걸리 한 잔에 노랑가오리 한 점 집어 든다. 푸른 하늘 배경에 붉은 노랑가오리 회 한 점,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꼬리에 맹독의 가시를 가지고 있어 치명적인 식재료이면서도 그 맛이 좋아 전라도 사람의 여름 소울푸드로 손꼽히는 ‘노랑가오리’. 그 회 한 점으로 초여름 전라도행은 넉넉하고 여유롭기만 하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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