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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24> 초량왜관과 데지마 비교해봤더니

日 외국인 거류지 데지마, 신문물 유입 통로로 근대화 기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20 19:12:0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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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략질 일삼는 일본인 통제하려
- 일정지역 거주 한정한 초량왜관
- 가톨릭 전파 막기 위한 日 데지마
- 모두 자국 사회 보호 목적 설치

- 에도 막부 사절단 연례적 방문
- 조선에서 면사·인삼·쌀 구입 등
- 초량왜관 외교·무역 활발했지만
- 새로운 학문·기술 전파엔 한계

- 데지마에 살던 네덜란드 상관
- 정부 인사 접촉·현상품 증정
- 학교 설립해 의학·과학 등 교육
- 난학의 기초돼 日 발전 견인

초량왜관은 조선 시대 일본인이 입국해 교역하던 동북아 최대 중계무역지였으며, 유명한 동래상인의 활동 근거지로 조선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즉, 일본 근대화의 초석이 된 나가사키의 데지마와 같이, 초량왜관은 조선 시대 외교·경제적 요충지 역할을 수행했던 역사적 장소다. 데지마와 초량왜관은 모두 개항 이전의 외국인 거류지로 문화 및 문물 교류가 있었던 곳이다. 우연한 기회에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용두산 공원을 거닐다 근처의 부산근대역사관을 견학했다. 그런데 전시물은 우리가 즐거움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고 우리 선조가 과거에 ‘당한’, 어두운 역사 위주로 구성돼 있어 안타까웠다.

안 좋았던 역사도 충분히 알아야 하지만, 좋고 밝은 역사에 대한 기록도 함께 전시되면 찾는 사람도 기분 좋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찾으려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살펴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서 또다시 아픈 역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초량왜관과 일본의 데지마의 역사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일본 나가사키 도심의 데지마(出島) 유적지에 있는 데지마 축소 모형. 그 옛날 데지마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목적에서 출발

용두산은 조선 시대 초량왜관의 중심에 있던 산으로 숲이 우거지고 소나무가 많아 송현산으로도 불렸다. 용두산은 초량왜관을 둘로 갈랐는데, 관수왜가·재판왜가·개시대청이 있는 동관과 동대청·중대청·서대청이 있는 서관이다. 동관에서는 경제활동을 주로 했고 서관에서는 외교활동이 주로 이뤄졌다. 초량왜관 부지는 약 33만㎡(10만 평) 정도로 1675~1678년 3년에 걸쳐 연인원 약 125만 명이 투입돼 만들어졌다. 여기에 대마도주의 허가를 받은 500여 명의 일본 남성이 살았다.

외국인 거류지로서 데지마와 초량왜관의 설립 목적은 두 나라 모두 자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애초 데지마는 그리스도교 포교를 막고 무역 활동을 하기 위해 포르투갈인을 한정된 지역에 수용하고 감시하려는 곳이었다. 그러나 1639년 그리스도교 포교 활동을 하는 포르투갈인을 추방하고, 1641년 히라도에 있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상관을 이곳으로 옮겨 네덜란드인이 살게 했다. 초량왜관은 노략질하는 일본인을 통제할 목적으로 거주지를 일정한 지역에 한정해 조·일 양국인의 사적인 접촉을 막고 군사적으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1만3000㎡ 넓이의 데지마

조선 시대에 일본 측에서 연례송사나 차왜(差倭)가 조선의 예조참판, 예조참의, 동래부사, 부산 첨사에게 주는 외교 문서를 가지고 왔다. 일본 사절은 상경(上京)이 금지돼 있어 한양에 가서 국왕을 직접 만날 수 없었기에 초량객사에서 조선 국왕에게 숙배례하는 외교 의례를 거행했다.

무역업무는 매월 3일과 8일, 월 6회 개시대청에서 이뤄졌다. 양국 거래는 개시(開市)뿐 아니라 조시(朝市)도 있었다. 개시에서는 왜관 체류 대마도인과 조선의 역관, 동래부 관원, 특허상인 등 많은 조선인 사이에 교역이 이뤄졌다. 대마도인은 주로 면사·인삼·쌀을, 조선인은 은·유황·서양 물품을 구입했다.

조시는 매일 수문 밖에서 열렸는데 왜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부산진과 초량촌 상인이 많았다.

반면, 데지마는 1만3000㎡(약 4000평)으로 일본인과 네덜란드인의 접촉이 제한됐지만, 자연스럽게 이문화 교류가 이뤄졌다. 상관조직은 상관장을 포함하여 대략 10~15명 정도였다. 상관장은 상관을 관리하는 업무도 중요했지만 ▷연 1회 에도참부(江戶參府·에도 막부에 갔다가 돌아옴) ▷나가사키 봉행소(奉行所) 방문과 원활한 무역을 위한 현상품 증정도 중요 업무였다.

초량왜관을 그린 옛 그림.
■지볼트와 아메노모리 호슈

데지마는 네덜란드인에 의한 상업·무역 활성화, 서양문화·학문·정보 제공 등으로 일본 사회에 기여했다. 특히 일본 근대화의 초석이 되는 난학(蘭學)은 데지마 덕분에 싹이 트고 활성화됐다. 반면에 초량왜관에서 조선인과 일본인의 상업적 무역은 활성화됐지만, 새로운 학문을 본격적으로 유입하거나 바깥세상의 기술·문물을 수용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본다. 또한 조선 조정의 통제와 관리가 미흡해 밀무역, 매매춘, 빚 등 부정적 요소가 많았다.

근대화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 설립과 운영에서도 많은 차이점이 나타났다. 데지마에 파견된 네덜란드 의사였던 지볼트(1796~1866)는 나가사키 근교에 나루타키학원을 개설해 일본인에게 의학, 과학, 조사·관찰 방법, 기구 사용법 등을 가르쳤다. 지볼트에게서 계승된 난학과 과학은 일본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초량왜관에는 조·일 양국의 우호에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되는 대마도의 일본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가 있었다. 그는 초량왜관에 살면서 조선어를 습득하고, 조선어 학습서 ‘교린수지(交隣須知)’를 편찬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1727년 통역인 양성기관 ‘한어사(韓語司)’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이어지지 못했다. 일본 메이지 정부는 1872년 대마도 이즈하라의 코우세이지(光淸寺)에 ‘한어학소(韓語學所)’를 설치했다. 메이지 정부가 설치한 최초의 한국어 교육기관이었다. 이 한어학소는 1873년 부산에 있던 초량공관 내 첨관옥으로 이전해 외무성 초량관어학소(草梁館語學所)로 개칭됐다. 초량관어학소는 일본 정부의 조선 진출에 필요한 통역사를 양성하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었으므로 조선에 관한 교육이 이뤄졌지만, 조선을 위한 연구나 교육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양성 숨 쉬는 튼튼한 나라로

개항 후 운명도 다르다. 데지마가 위치한 나가사키 등은 일본인이 주체적으로 일본 사회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초량왜관은 개항으로 명칭이 일본전관거류지로 변경됐고, 그 주변 지역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에 의해 일본 식민지 전략에 맞는 시설이 구축됐다.

이처럼 유사한 시기 비슷한 외국인 거류지이지만, 데지마의 경우는 네덜란드 상관에 의해 자연과학, 의학 등 네덜란드 지식체계가 일본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고 그 속에서 이문화 교류가 이루어져 일본의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량왜관에서는 조선과 일본인들 사이에 외교 및 무역활동은 활성화됐지만, 근대화에 필요한 자연과학 등의 지식체계 전달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항 이후에도 우리는 일본에서 근대화에 도움이 되는 서양의 과학기술 등을 수용하지 못했고 조선은 식민지화됐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발달된 외부의 문명과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조선이 얼마나 적극적인 노력을 하였는가 하는 점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를 전수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달리, 열린 태도로 더 적극적으로 외부와 교류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더 좋은 ‘우리의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개방적이고 성숙한 문화를 후손에게 전해주었으면 한다.

공미희 부경대 HK 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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