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38> LP음악과 예상치 못한 라이브를 만날 수 있는 아지트-경성대 앞 라이브 펍 OL’55

누구에게나 열린 무대, ‘우발적 공연’ 계속됐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24 18:49:1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뮤지션 대학생 직장인 어르신 등
- 국경·나이 넘어 음악으로 교류
- 장르 초월 중구난방 신청곡 홍수
- 나도 몰랐던 음악취향 알게해줘

지난 토요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갑자기 지글거리는 LP 음악이 멈추고, 얼큰하게 취한 청년이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노래 한 곡 하께예.” 유려한 블루스 기타 연주와 카랑카랑한 목소리. 독보적인 컨트리 블루스 뮤지션 김태춘의 예고 없던 우발적 공연이었다.

   
컨트리 블루스 뮤지션 김태춘이 경성대 앞 라이브 펍 OL’55에서 노래 부르고 있다.
익숙한 가게들이 사라지고, 생소한 가게들이 들어서는 경성대 앞 대학가에서 15년 가까이 우직하게 버티고 있는 라이브 펍(남구 대연동 광진빌딩 B1)에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의 음유시인 톰 웨이츠가 1973년에 발표한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되었고, 이듬해 이글스가 발표해 널리 알려진 OL’55란 노래에서 이름을 따온 부산의 대표적인 펍이다. 비틀스의 노란 잠수함이 그려진 입구 간판엔 ‘Cavern Club(캐번클럽)’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붉은 벽돌로 이뤄진 긴 공간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무대가 비틀스가 수백 번 공연했다는, 사진으로만 본 리버풀의 전설적인 라이브 클럽인 ‘Cavern Club’을 연상시킨다.

매주 수요일 저녁, 누구에게나 열린 오픈 마이크 무대에서는 아마추어의 연주부터 블루스, 재즈,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으로 현장에서 급하게 결성된 밴드의 즉흥 연주,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이면 투어 중인 유명 밴드의 깜짝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되는 OL’55에선 수요일 외에도 아지트처럼 드나드는 뮤지션들의 요청에 따라 무대를 열어주고 있다. 간혹 마땅한 합주실을 찾지 못한 인디밴드도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OL’55에서는 뮤지션과 대학생, 넥타이 맨 직장인, 백발 어르신뿐만 아니라 각자 모국어로 수다를 떠는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이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세대와 국경을 넘는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다양한 연령층과 국적을 지닌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신청곡 역시 산울림, 신중현, 신촌블루스 같은 추억 어린 노래들부터 록, 재즈, 팝, 힙합, 레게, 블루스, 일렉트로니카 등 맥락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중구난방일 때가 많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한 숨겨진 음악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OL’55 단골 중 나보다 한국말을 조금 더 잘하고 가끔 기타로 지드래곤 노래를 부르는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어느 여인은 새로운 한국 노래들을 배우고 있으며 연습이 끝나는 대로 무대에서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다. 제목을 물으니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안치환) ‘만나고 싶은 사람’(장미리) 두 곡이었다. 부끄럽게도 난생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이곳은 가끔 내게 힙스터의 기본소양 중 하나인 ‘겸손’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20년 넘게 부산에서 인디밴드를 이끌고 있는 한 단골 뮤지션은 OL’55는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마음껏 무대를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물 반입 또한 환영한다고 한다. 가게 한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수천 장의 LP 중 전설로만 떠돌던 빛바랜 희귀 명반이 허다하게 발견된다. 사장님께 부탁해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을 청해 들으면 유튜브로 간편하게 찾아 듣는 것과 또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요즘 뉴트로, 복고열풍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역시 오리지널을 이기지 못한다.

   
지난해 OL’55는 정리를 위해 잠깐 문을 닫았던 적이 있으나 갈 곳 잃은 뮤지션과 단골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문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껏 얼마나 많은 소중한 공간을 추억 속으로 떠나보내야 했는가. 이제는 지켜야 할 때다. 쉼 없는 방문으로 응원하자.

분명 누군가에겐 신세계의 발견일지도 모른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6. 6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7. 7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8. 8"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5. 5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6. 6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매출 104조, 영업이익83조
  10. 1011월 BSI 연속 부정 전망…반도체 전자·통신장비 9개월만에 부정적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9. 9“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10. 10장애인 학대해 잘려도…실업급여 챙겼다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