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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12> 비올리스트 김가영

비올라 ‘반전 악기’ 매력에 푹 빠져 음악도 인생도 반전됐네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30 19:19:2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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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향 수석땐 가냘픈 손끝으로
- 선 굵은 소리를 내 단연 주목
- 콘서트땐 삶의 이야기 나눠 눈길

-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하다
- 크로스오버 음악세계 발 디뎌
- 정규앨범 4장 중 3장이 탱고

- 크로스오버 10주년 공연 대신
- 제자들 데뷔음반으로 길 터줘

비올라는 반전 매력의 악기다. 바이올린처럼 어깨에 올려놓고 연주하고, 바이올린보다 조금 크다. 크기가 다른 악기처럼 규격화되어 있지 않아 연주자마다 악기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소리는 바이올린처럼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첼로처럼 낮고 두텁다. 높지도 낮지도 않고 날렵하지도 중후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소리지만 비올라의 음역대가 표현하는 애수와 아늑함에는 독특한 중독성이 있다.
비올리스트 김가영 경성대 교수.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음악, 인생 ‘클래식한 크로스오버’

비올리스트 김가영(43) 역시 반전 매력이 넘친다.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정통 클래식 연주자면서 탱고 음반을 세 장이나 발매했다. 완성도가 높아 이른바 ‘클래식한 크로스오버’라 불리며, 직접 프로듀싱한 3집 ‘Chanson de Viola’에 수록된 ‘샹젤리제’는 멜론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시향 수석으로 활동할 때도 단연 주목받는 연주자였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수수한 차림이지만 그의 열정적인 연주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가냘픈 손끝으로 선이 굵고 선명한 소리를 빚어낼 때면 청중은 바이올린인지 비올라인지, 혹은 첼로인지 비올라인지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의 단독 콘서트에 가보라. 연주 중간중간 곡이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차도녀’ 이미지도 일순에 무너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뉴욕 매네스 음대를 졸업하고 부산시향 비올라 수석을 거쳐 경성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악기를 연주하고 청중을 만나면 언제나 즐겁죠. 일이 아니예요. 미국 뉴저지에서도 강사로 활동했으니 실기지도도 익숙한 편이죠. 그런데 학생들을 키워내는 일은 해를 거듭할수록 책임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대학 시절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인성도 완성되는 시기니 선생으로서 마음의 부담이 큰 데다 올해는 학부장을 맡아 어깨가 더더욱 무겁습니다.” 그의 연구실에는 새로 주문한 교향곡 악보가 도착해 있었다. 오랜 오케스트라 경험을 살려 비올라, 첼로, 베이스와 같은 저음 악기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오디션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매네스 음대 재학 시절, 뉴욕필 단원들의 지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단다.

■데뷔 10주년 공연 대신 제자들 데뷔 음반을…

인터뷰 중 비올라 연주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저는 크로스오버 교과 과정을 맡고 있어 비올라뿐만 아니라 모든 전공 학생을 만나는데, 청년실업 문제가 큰 데다 클래식 전공자들은 출구가 제한적이니 아무래도 진로가 제일 큰 걱정입니다. 그래서 저희 학부는 피아노, 작곡, 관현악, 성악이라는 클래식 음악학부의 일반적인 트랙에 예술경영과 크로스오버를 더 해 총 6개의 트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셈인데,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7년 소속사에서 제안한 그의 크로스오버 데뷔 10주년 기념공연 대신 학생들의 데뷔 프로젝트 ‘더 사운드 트리’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길게 봤을 때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소속사에서 제 뜻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신 덕분에 학생들의 디지털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션, 음원 준비, 프로듀싱 등 그 과정 자체가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진로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와 자극이 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음원 데뷔를 추진한 배경에는 대중성을 지닌 음반 제작에 관한 그의 남다른 감각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발매한 정규앨범 4장 가운데 3장이 탱고음반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훈 씨와 우연히 함께 연주하게 되었어요. 피아졸라 곡을 연주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시기에 시도해 봤더니 굉장히 재미있었고 저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게 된 첫 계기였지요.” 클래식 연주자로서도 날카로운 리듬을 잘 표현하고 열정을 담아내는 그에게 탱고는 썩 잘 어울리는 짝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라는 틀을 깨고 나오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으리라.

“크로스오버는 클래식의 대안이 아닙니다. 기술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기초도 탄탄해야 합니다. 어설픈 크로스오버는 이도 저도 아닌 음악이 되고 마니까요. 처음에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기쁨이 컸었는데, 지금은 음악으로 대중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머지 1장의 정규앨범 ‘Viola Sings’는 비올라 자작곡으로 구성되었다. 가볍게 듣고 연주할 수 있는 비올라 소품곡이 많지 않아 작곡을 하게 되었다는데, 비올라 특유의 음색으로 일상의 호흡처럼 편안한 곡조를 듣고 있노라면 잔잔한 힐링으로 충만해진다.

■언제나 그리운 부산 관객

비올라를 반전 매력의 악기라 했지만 음역이나 음색, 역할 면에서 어쩌면 비올라는 어중간한 악기다. 애정으로 들여다보고 잘할 수 있다고 믿어줄 때, 그 어중간함은 매력으로 반전된다. 독주회와 협연, 작곡 영역을 오가며 비올라의 매력을 전하고 있는 김가영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언제나 그리운 관객들께 인사를 전했다. “도시마다 관객의 반응이 달라요. 어떤 도시에서는 쉽게 박수가 터져 나오는데 부산 관객은 절대 쉽게 박수를 주지 않아요. 마음을 얻기 어렵지요. 하지만 한번 감동을 받으면 열화와 같이 환호하고, 오랫동안 변함이 없습니다.” 부산 관객 역시 반전 매력의 존재들이다.

공연기획자·인제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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