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중구 일대 흑백사진
- 중앙동 갤러리 카페 F5.6에서
- 12일 시작해 내달 31일까지
- 독재 아래 장려된 쾌락이
- 가감없이 드러난 남포동 풍경
- 술집 구인전단 물결 속에서
- 유독 의연하고 굳세보이는
- ‘재첩국 아지매’의 모습
페이스북에 문진우(60) 사진가가 올린 ‘남포동 불루스’ 사진전 예고 포스터를 본 순간, “아~!” 하는 탄식이 나왔던 것 같다. 자세히 보니 광복로(부산 중구) 같다. 저 앞에서 ‘재첩국 아지매’가 걸어온다. 분명히 가녀린데, 어딘지 굳센 모습. 사진 제목은 ‘86년 광복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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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구 광복로 시네마극장 앞을 찍은 1987년 사진. 문진우 사진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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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우 사진가는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글을 달았다. “‘내 사진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를 가장 깊이 고민했던 1980년대, 남포동을 중심으로 광복동 중앙동의 모습입니다.” 그에게 곧장 전화했다. “좀 만나주세요!” 그렇게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182의 4 지하 1층 사진공간 중강이라는 그의 작업실에서 ‘문진우 사진전-남포동 불루스’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시는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우체국 지하 1층 갤러리 카페 F 5.6에서 오는 12일 시작해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은 4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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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당시 부영극장 앞 육교에는 ‘여종업원 구함’ 전단이 무수히 붙었다. |
(조봉권)“실은 1980년대에 사진가가 찍은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게 반가워 서둘러 연락드리게 됐다. 근대나 6·25전쟁 때 부산 원도심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 사진은 그럭저럭 볼 수 있는데, 1980년대 원도심 사진 그것도 예비 사진가가 ‘작품을 한다’는 의도를 갖고 찍은 사진은 잘 볼 수 없는 것 같다.”
(문진우)“이번 사진전은 ‘심각한’ 마음으로 준비한 건 아니었다. 오래전 찍은 흑백필름 약 3만 컷(내가 갖고 있는 전체 사진은 100만 장쯤 되지 않을까 추산한다) 가운데 80% 정도는 스캔해서 정리를 끝내놓았다. 그중 직장생활을 하던 20대 시절 내 사진의 정체성(무엇을 어떻게 왜 찍을 것인가?)에 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1980년대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을 찍은 사진이 꽤 있기에 이걸 선별해 전시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거기서 ‘난리’가 났다. 지금껏 내가 올린 SNS 게시물 중에 호응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남포동 불루스’라는 (낭만적 복고풍) 제목 덕을 본 게 아닐까? 준비 제대로 해야겠구나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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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 불루스’ 사진전 포스터. 1985년 어느 날 아침 광복로 풍경이다. |
그는 부산의 중진 사진가이다. “내가 고교 진학할 즈음에 어머니께서 취미로 사진을 찍으시려고 중고 캐논 FTb를 구입했다. 그 카메라가 인연이 돼 부산상고 1학년 때부터 사진반 활동을 했는데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때 운명이 결정된 것 같다. 동아대에 들어가서도 사진예술연구회 활동을 했는데 졸업할 때 후배 한 명과 졸업전시회를 열었다. 그게 우리 사진동아리 최초 졸업전이었다.”
대학 졸업 뒤 부산에서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바깥으로 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이때 월급으로 사진 장비를 사들이고 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동년배나 선배 사진가 속에서 토론하고 사진을 배워나갔다. 항도일보(뒷날 부산매일신문)가 창간할 때 사진기자로 입사해 10년간 포토 저널리즘 현장에 있었다. 나이 40에 신문사를 나온 뒤 기록사진가로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기록했고, 자신만의 작가주의 사진도 찍으며 여러 종류의 전시를 치렀다. 그는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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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중진 사진가 문진우.
김종진 기자 |
198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군부독재가 절정으로 달렸지만, 민주화운동도 자라던 시기였다. 경제는 팽창했다. 그러자 독재정권은 향락적인 문화를 정책적으로 퍼뜨렸고 극장에는 에로 영화가 줄줄이 걸렸다. 문진우 사진가는 “87년 찍은 이 사진은 남포동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던 할아버지가 하도 하모니카를 많이 불어 입술이 헐자 테이프를 입술에 붙인 모습”이라고 한 사진을 설명했다.
중년 세대는 선명히 기억할 남포동 시네마극장에 영화 ‘유혹시대’와 ‘티켓’ 간판이 화려하게 걸렸는데 그 아래 노점상 여성은 무심한 듯 고개를 숙인 사진도 눈길을 끈다. ‘85년 부영극장 육교 아래’ 사진에는 무수히 붙은 ‘여종업원 구함’ 전단이 시절을 증언한다. ‘87년 광복로 BNC 제과점 앞’에는 기성의 사진 문법과 구도에서 탈피해보려는 젊은 사진가 문진우의 기세가 엿보인다. ‘남포동 불루스’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