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 ·문학·음악 침체 일로
- 영화 ·대중예술만 관객 몰려
- 나눠먹기식 예산 관행 타파
- 작가 ·시민예술가 실질 지원
- 성과 관리 도입해야 효율적
- 예술교육 강화로 저변 확대
- 평가 때 ‘흥행’ 중시는 금물
- 문화재단 박사급 인재 충원
- 정책 연구 기능 등 강화해야
부산 문화예술계에 하나의 장르를 넘어선 새로운 씬(Scene·영역)이 등장했다. 반면 그동안 부산 문화예술계를 지탱해 온 기성 장르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 부산은 영화를 제외한 예술 장르에서 시민 향유 비율이 전국 하위권에 있다. 기업화된 대학에서 인문사회, 기초예술이 버림받는 현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지역 대학의 경우 무용학과, 문예창작과 등의 학과가 최근 몇 년 사이 통폐합되거나 사라지는 등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창작자의 작품활동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문화예술의 사회적 저변 확대에도 관심을 돌릴 때가 됐다. 기존의 문화예술 지원 정책도 공급자 위주에서 스스로 즐기는 수요자 중심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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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2019 문화다양성 페스티벌’에서 지역 예술가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
■분야별 편중 심화, 작품의 질 높여야
지역 문화예술계의 문제점 중 하나는 특정 분야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용이나 문학, 음악 등 기존의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대신 영화나 대중예술 등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문체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문화향수실태조사’의 2018년 보고서를 보면 부산 시민의 문화예술 관람률(복수 응답) 집계에서 영화는 76.2%, 대중음악·연예는 24.1%로 2014년 68.9%, 17.0%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화와 대중음악을 제외한 문화예술행사는 4년 전과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미술전시회(8.7%), 연극(8.6%), 서양음악(0.9%), 무용(0.2%)은 모두 전국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부산 시민이 문화예술행사에서 우선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작품의 질 향상’(41.0%)이 가장 많았다. 이어 ‘관람 비용 인하’(20.8%), ‘개최 빈도 증대’(18.5%)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지역 예술계가 수준 높은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장 따로, 정책 따로
지역의 문학행사, 미술전시, 음악, 연극 관람률이 전국 평균을 밑돌지만, 지역 예술인에게 지원하는 창작 지원금은 매년 늘고 있다. 올해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 특성화 지원 사업’ 예산은 43억 원이다. 여기에는 미술, 무용 등 9개 기초 예술 장르와 거리예술, 다원예술 등이 포함되며 매년 예산 규모가 늘고 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투입된 사업 예산만 196억8500만 원에 달한다.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지원 제도가 대중과의 접점 확대, 새로운 창작자 발굴, 창작 환경의 변화에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폐해는 나눠먹기식 정책 설계와 관리 부실 탓이 크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지원받은 예술가가 이룬 예술적 성취의 과실은 시민이 함께 누려야 한다”며 “지원받은 작가가 어떤 성과를 냈고, 대중과의 접점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성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 지원 정책이 생산자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문화 소비자가 누리는 ‘공공재’로서의 관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민예술가 활동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어려서부터 예술 작품을 만들고 감상하며 나누는 개인의 습관이야말로 공공재로서의 예술을 탄탄하게 받치는 토대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예술교육에 힘을 기울여 문화예술 향유층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다만 평가 척도로 ‘흥행’ 실적이 중시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객몰이식 공연과 전시는 예술 발전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화재단, 정책 기능 회복해야
문화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은 지역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사업 중복과 현장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의 문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문화재단은 정부와 시에서 받는 보조금을 중간에서 작가들에게 전달하는 업무가 대부분인 ‘반쪽 재단’에 불과하다. 재단이 부산 문화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부산문화재단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 347억 원보다 5%(16억 원)가량 줄어든 331억 원이다. 이중 국·시비 매칭 사업인 위탁사업비(265억 원)는 지난해(258억 원)보다 7억 원이 늘어난 반면, 재단의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고유목적사업비(29억 원)는 5억 원이 줄었다. 중요한 결정 권한을 재단으로 이양하고 ‘총액예산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화재단의 조직과 인력 배치 구조도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 직원 58명 중 34명이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무기계약직이다. 재단이 자체 인사권을 갖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고용하고, 정규직 전환을 통해 업무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또 재단의 주요 임무인 정책 연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박사급 연구인력 선발 등 전문가 인력풀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부산 문화예술행사 관람률 ( )는 전국 평균, 단위 % |
분야 |
2018년 |
2016년 |
2014년 |
문학행사 |
5.0(8.9) |
4.2(5.7) |
2.9(6.2) |
미술 전시회 |
8.7(15.3) |
6.9(12.8) |
7.8(10.6) |
서양음악 |
0.9(5.5) |
2.1(4.5) |
3.1(4.9) |
전통예술 |
3.7(9.3) |
2.4(7.6) |
3.0(5.7) |
연극 |
8.6(14.4) |
12.2(13.0) |
8.7(12.6) |
무용 |
0.2(1.8) |
0.6(1.3) |
1.3(2.4) |
영화 |
76.2(75.8) |
81.4(73.3) |
68.9(65.8) |
대중음악·연예 |
24.1(21.1) |
18.9(14.6) |
17.0(14.4) |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향수실태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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