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사이트에서 5000원을 주고 산 낯선 고문서 한 점이 조선 시대 서울 유생들의 성적표로 밝혀져 150만 원으로 평가받고, 4만 원에 산 허름한 필사본이 유력 가문 자제들의 공동 시집으로 밝혀져 박물관에 팔려 가 전시 중이다. 과연 어떤 가치가 있길래 낡고 버려진 문서가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것일까.
‘보물탐뎡: 어느 고서 수집가의 비밀노트’는 고문헌 수집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고서 전문 수집가인 저자가 ‘보물탐정’이 되어 고서 수집, 경매의 세계, 유물 가치를 알아내는 추적 기법 등을 들려준다. 고서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이해할 때 비로소 보물의 가치가 생겨난다.
저자는 온라인에 역사 웹툰 ‘역사툰 사람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장수찬의 역사툰’을 출간했다. 고서수집은 약 5년 전부터 취미로 시작해 지금까지 500여 점을 모았다. 독학으로 한자와 용어를 익히며 고문서를 보는 안목을 키웠다. 저자는 역사 웹툰 작가답게 고문서에서 찾아낸 실마리들을 퍼즐처럼 맞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솜씨 있게 풀어낸다.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유유자적 시화를 즐긴 조선 양반들, 삼촌이 친조카를 노비로 부리다 다른 집에 머슴으로 팔아먹은 이야기, 200년 전 본처를 내친 남편에게 부인이 거금 200냥을 위자료로 챙긴 이혼 이야기 등 한문과 역사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고문서 감정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옛글과 책에 얽힌 보물 같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은 종잇조각부터 부채, 서화, 책, 지도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집품과 고문서의 연대, 저자, 내용을 해독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 등 조선 시대 생활상을 읽다 보면 어느새 고서 수집의 길에 발을 들이고 싶어진다. 아는 만큼 보이는 고서 수집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친절한 입문서로 적합하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