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김지용 예술감독 첫 작품
- ‘오이디푸스’ 등 세 비극 재구성
- “양극화 사회, 배려의 가치 그려”
“연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비극에는 3대 작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있습니다. 형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아이스킬로스가 가장 유명하지만 저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더 좋아합니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굴복해야 하는 순간에도 인간의 의지가 빛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베 3부작’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 왕과 그의 딸 안티고네가 자신에게 내려질 처벌을 스스로 정하고 당당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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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열린 시립극단 정기공연 ‘테베 3부작’ 시연회. |
지난 9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오는 18~2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시립극단 제65회 정기공연 ‘테베 3부작’을 앞두고 특강을 개최했다. 정기공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한 강연을 여는 것은 시립극단의 새로운 시도다. 신을 위한 제사에 신화와 서사시 등이 합쳐져 그리스 비극이 발생했다는 사실부터 주제 의식, 형식 등에 관한 이야기가 찬찬히 이어지자 60여 명의 참석자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강연에 집중했다.
‘테베 3부작’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연극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강연 후 시연회가 마련돼 조금 일찍 작품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스 도시 테베에 역병이 돌자 ‘라이오스 왕의 살해범을 찾아 단죄하면 재앙이 끝날 것이다’는 신탁이 내려지고, 이를 부정하는 오이디푸스 왕의 모습을 담은 1막부터 운명의 장난 앞에 여왕 이오카스테와 공주 안티고네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2, 3막이 차례로 펼쳐졌다. 짧은 시연회였지만 단원들은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운명과 자연 앞에 무력함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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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용 예술감독의 특강 모습. |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부임한 김 감독의 첫 무대다. 부산 연극계에서 실력파로 소문난 김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고전을 선택해 ‘제대로 된 고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의 연극 비평 ‘시학’을 통해 완벽하다고 극찬한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마지막 모습을 묘사한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두고 안티고네와 크레온 사이 벌어진 대립을 그린 ‘안티고네’ 세 가지 비극을 재구성해 작품을 완성했다. 모두 소포클레스가 썼지만 독립된 작품들이기 때문에 어긋나는 부분을 보충하고자 아이스킬로스의 ‘테베를 공격한 일곱 장수’, 볼테르의 ‘오이디푸스’도 추가해 각색했다.
김 감독은 ‘테베 3부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기주의가 넘치고 양극화된 사회에서 용서 자비 배려가 담겨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야기 자체도 너무 좋다. 비극이지만 중간중간 위트도 있어 관객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쉽게 접하기 힘든 종류의 연극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관람료는 1만 원이며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051)607-3125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