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무용학과 잇단 통폐합 속
- 자유롭게 모여 현실문제 나누고
- 사회참여 실천하는 청년 춤꾼들
- 예술적 성숙도 높고 창작도 활발
- 기성 세대선 볼 수 없던 움직임
- 피폐한 춤 생태계 해법될 수도
국제신문 기획시리즈 ‘소통하며 확장·진화…변화하는 부산 문화’(이하 ‘기사’)는 지난달 26일 자 기사에서 부산 춤 생태계의 문제를 다루었다. 기사는 대학 무용학과의 잇따른 통폐합으로 생긴 문제를 언급하고 무대를 찾아 거리로 나서거나 예술적 연대와 사회참여를 실천하는 춤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부산 춤 생태계를 회생시킬 대안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이것은 부산 언론이 부산 춤판을 걱정하는 애정 어린 시각이다. 이런 문제 제기를 모른 척 흘려버리는 것은 어려움에 허덕이는 부산의 젊은 춤꾼들에 대한 앞선 세대의 직무유기다. 그래서 필자는 문제의식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대답 하나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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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30대 안무가 손영일의 공연 사진. 사진가 박병민 제공 |
논의의 시작은 부산 춤 생태계가 황폐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산 춤판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성세대가 춤 생태계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는 현실에 무감각하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기성세대의 문제를 지적하는 일보다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삼을 만한 움직임의 의미를 새기는 일이 훨씬 절실하다.
필자는 부산 춤판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기사에서도 언급한 청년예술가들의 ‘네트워킹 파티’를 통한 연대다. 장르를 넘어서는 이들의 연대는 세대교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2일에 있었던 두 번째 네트워킹 파티에는 춤, 음악(국악 포함), 교육, 미술, 시민운동 분야에서 활동하는 20, 30대 청년예술가 30여 명이 함께했다. 이 모임에는 거창한 주제 발표나 토론 따위는 없다. 다만 자신들의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펼칠 장을 만드는 일을 놀면서 의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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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30대 안무가 이용진(왼쪽), 김평수의 공연 사진. 사진가 박병민 제공 |
이 움직임을 주목할 이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이들은 기성세대의 시각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청년을 위한다면서 결국은 기성세대가 원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그쪽으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둘째,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문제를 살펴서 자신들이 필요한 상황을 찾아내고 예술행동으로 실천한다. 인간관계의 단절이 깊어지고, 생존을 위해서 사회문제에 관심 둘 여력이 없는 청년 세대가 현실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대로 인해 특정 단체나 사람이 기득권을 갖게 되거나 권력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목표는 자신들의 행동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영향을 주어서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권력화되는 조짐이 보이면 뿔뿔이 흩어질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이야기를 좁혀 부산 춤판을 들여다보자. 요즘 부산 춤판은 청년예술가 네트워크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30대의 창작이 활발하다. 일반적으로 40대가 되어야 예술적으로 성숙해 작품이 안정된다고 하지만, 지금 부산 춤판 30대는 예술적 성숙도가 기성에 뒤지지 않을뿐더러 도발적이다. 작품에서 기성의 색깔을 찾기 힘든 30대를 중심으로 20대 춤꾼들이 모이고 있다. 부산에서 대학 무용학과가 사라지고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어릴 적 비보이를 동경했고 매체를 통해 다양한 춤을 보면서 자란 부산 춤판 30대의 춤에 대한 인식은 그 어느 세대보다 열려있다. 스승과 선배 세대를 존중하지만 애써 따르려 하지는 않는다. 30대가 주도하는 이전에 없었던 이런 움직임에서 피폐한 부산 춤 생태계의 회생법이 곧 나타날 것이다. 좋은 꼰대도 꼰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부산 춤판의 기성세대는 충고를 가장한 참견보다는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따지자면 우리 세대가 춤판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 아닌가.
춤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