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최고 공연장 메트로폴리탄서
- ‘마술 피리’ 밤의 여왕 역 출연
- 고난도 테크닉으로 관객 찬사
- LA·휴스턴 공연에도 설 예정
- 21일 부산문화회관서 열리는
- 오페라 갈라콘서트 참가 독창
“무대에 나갔는데 관객이 한 명도 안 보이는 거예요. 완전히 깜깜하더라고요. 나 혼자서 나랑 싸우는 느낌이었어요. 신이 끝나고 박수가 나올 때 객석이 보였어요. 감격스럽더라고요. 아 이걸 내가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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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1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소프라노 박소영이 고향 무대에 서는 느낌을 말하면서 웃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
소프라노 박소영(33)은 지난 1월 3일 미국 최고의 공연장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메트로폴리탄)에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으로 처음 선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메트로폴리탄에 오른 한국인 소프라노는 1984년 홍혜경, 1989년 조수미, 1990년 신영옥, 2007년 캐슬린 김 등 소수에 불과하다. 메트로폴리탄 홈페이지에서 그의 이름 ‘So Young Park’을 검색하면 ‘최초’ 기록을 찾을 수 있다. ‘HOMETOWN: Pusan, Sounth Korea(고향: 부산, 한국)’. 부산에서 태어나 처음 메트로폴리탄에 진출한 소프라노가 박소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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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오페라에서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를 공연한 모습. |
미국을 홀린 부산 출신 ‘밤의 여왕’ 소프라노 박소영이 고향을 찾는다. 오는 21일 오후 6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오페라 피크닉’에 참여한다. 공연을 앞두고 부산을 찾은 그를 최근 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메트로폴리탄 무대 뒷이야기부터 들어봤다. “운이었어요. LA오페라에 있던 캐스팅 담당 디렉터가 메트로폴리탄에 왔어요. 저도 마침 오디션을 봐서 다른 오페라 커버(출연 예정자가 못 나올 경우에 대비한 대역)로 대기 중이었는데, 저에게 ‘메트로폴리탄에서 내년 시즌 마술피리하는데, 너 밤의 여왕 할래?’라고 묻더라고요. 당연히 한다고 했죠.”
그러나 ‘운’이 그냥 온 것이 아니었다. 2016년부터 LA오페라에서 밤의 여왕 역을 한 박소영에 대한 믿음 덕이었다. 박소영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밤의 여왕 역을 하는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3~15년에 50회 이상 밤의 여왕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 역은 최고 음역의 고음을 능란한 기교로 소화하는 콜로라투라(coloratura) 소프라노만 소화할 수 있어 그렇게 많은 무대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전히 인종의 벽이 높은 오페라 세계에서 아시아인이 주역을 맡는 것도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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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여왕’으로 열연한 장면. |
박소영은 내년 1월 메트로폴리탄을 비롯해 독일 코미쉐 오퍼, LA오페라,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밤의 여왕 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내년 가을까지 공연 스케줄이 짜여 있다.
‘밤의 여왕’의 운명은 어린 시절 결정됐다. 자신이 갖지 못한 기회를 딸에게 주고 싶었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5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9살에는 동네 친구 3명과 동요 레슨도 받았다. ‘노래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동요 선생님의 말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성악 레슨을 시작했다. 이후 부산예중·고를 나와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전액 장학생으로 수석 입학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성악은 자신의 몸이 악기다. 박소영은 매일 운동을 하고 공연 이틀 전부터는 목을 아끼기 위해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외로운 직업인 것 같다. 이제 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집이라는 곳이 있으면 좋겠고 제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싶다”면서도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재밌고 무대에 올라가면 일상에서 받기 힘든 에너지를 관객에게 받는다. 그래서 노래하는 걸 끊을 수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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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플라시도 도밍고(오른쪽) 내한 공연에 함께 무대에 오른 박소영.
위클래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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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연에서 선보이는 독창곡은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박소영은 2014년 도밍고 내한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LA오페라 총감독이던 도밍고가 그해 LA오페라에 입단한 박소영을 눈여겨본 덕이다. 샤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속에 살고 싶어라’는 당시 도밍고가 권유해 불렀던 곡이다.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는 2016년 도밍고의 지휘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디아노 담라우가 출연하기로 한 공연에 담라우를 대신해 무대에 섰다. 담라우가 갑자기 출연을 취소하면서 처음 본 곡을 3일 연습하고 오디션을 통과해 이뤄진 일이었다.
‘오페라 피크닉’은 지난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미오&줄리엣’에서 동양인 최초 로미오로 출연한 테너 신상근, 바리톤 허종훈, 베이스 김대영 등이 함께 공연한다. 전석 3만5000원. 문의 070-4190-1289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