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경성대 무용학과 폐과
- 작년부터 신입생 안 받아 ‘고사’
- ‘독립된’ 학과 체제 부산대 유일
- 지역 대학 7개 음악학과도
- 특수 악기 전공자 드물어져
- 자체 오케스트라 구성 힘들어
- 연극 지망생도 지역 흡수 안돼
- 영화·뮤지컬 인기에 배우 기근
- 극단 간 연합·인력 교류 모색을
- 시 차원 예술교육 전문기관 설립
- 전문인력 창출 뒷받침 노력 절실
부산 문화예술계의 ‘미래’, 이른바 ‘새로운 피’가 사라지고 있다. 젊은 예술인을 길러내는 요람인 예술대학의 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이은 무용학과 폐과는 ‘영남은 춤’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음악학과는 전공자가 부족해 오케스트라 연주가 불가능한 지경에 놓였다. 연극은 영화, 뮤지컬에 전공 지원자가 몰려 배우 찾기가 어렵다. 지역 문화계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재가 서울로 유출되는 것은 공통적인 숙제다. 젊은 인재의 양적 축소는 자연스럽게 부산 문화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탈(脫)부산’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예술 인구 고갈로 부산 문화예술이 고사(枯死)하기 전에 새로운 세대를 양성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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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문화예술계의 요람인 예술대학이 폐과와 축소로 활기를 잃고 있다. 사진은 2017년 경성대 무용학과 폐과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국제신문DB |
■폐과·정원 감소… 쪼그라든 예술대
한때 부산을 대표하는 예술 장르였던 춤은 인재 고갈이 가장 심한 영역으로 전락했다. 부산 지역 4년제 대학 4곳에서 신인 춤꾼을 쏟아내며 전성기를 구가한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무용학과’라는 명칭과 독립된 학과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부산대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대학 구조조정으로 차례로 간판을 내리게 됐다. 2011년 동아대에 이어 2017년 경성대가 무용학과 폐과 결정을 내려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재학생이 졸업하면 ‘경성대 무용학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라대는 창조공연예술학부 내 무용 전공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무용인은 “당분간 기존 인적 자원을 중심으로 버티니 당장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용수 고갈 상태가 올 것이다. 지역에서 무용수가 점점 없어지니 우스갯소리로 신붓감처럼 무용수도 외국에서 모셔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재 부족을 호소하는 사정은 지역 음악학과도 비슷하다. 부산 지역 대학 7곳(경성·고신·동아·동의·부산·신라·인제대)에 음악 전공 학생이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자체적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학 정원이 줄어든 데다 전공자도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일부 인기 악기에 편중돼 오보에, 바순, 호른, 튜바 등 특수악기 연주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과거 6개 학교 이상이 꾸준히 참여했던 대학교향악축제는 지난해 2개, 올해 3개로 참가 팀이 줄었다.
경성대 김원명(음악학부) 교수는 “실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역 학생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양적 축소는 자연적으로 질적 저하 현상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예술적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 문화계에서 예술 인구 절벽 사태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술교육 전문기관 설립이 핵심이다. 경성대 최은희(무용학) 교수는 “기초예술이 탄탄해야 예술의 저변이 확대되고 문화융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시립무용원을 포함한 시립 종합예술학교를 건립하거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융복합캠퍼스를 유치해야 한다. 예술인 인력 양성과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국·시립 예술센터를 마련해 전문인력 창출을 뒷받침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원명 교수 역시 예술계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사립대 스스로 해법 찾기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기조 등을 고려해 시 차원의 예술 전문 교육 기관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계 탈부산 가속화… 배우 기근
무용과 달리 연극은 관련 학과가 여섯 곳이나 있지만 졸업생 대부분 지역 연극계로 흡수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연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우의 부족은 심각한 지경이다. 일례로 부산연극제 기간 각 극단이 배우를 구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줄어드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학과에서 연극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줄고 있는 것이 1차 원인으로 꼽힌다. 영화 산업이 커지고 뮤지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쏠림 현상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던 젊은 배우들이 한계를 느끼고 서울로 빠져나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활동한 연극배우 A 씨는 1년 전부터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있다. 서울에서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해지면 주 무대를 완전히 옮길 생각이다. A 씨는 “지역 연극계 전체가 침체한 데다 결정적으로 배우가 성장하기 힘들고 보수마저 적은 환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떠나는 배우가 늘면서 남은 배우에게 공연이 몰린다. 작품을 연구할 시간도 없어 기계적으로 소화하게 되는데, 작품 수를 줄이면 생계를 위협받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배우 B 씨 역시 “과거보다 함께 하고 싶은 공연과 단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소통마저 어려워지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작품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B 씨는 “변화를 반영한 참신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 지원금 때문에 의무적으로 작품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오디션을 보더라도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 많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관해 한 연극계 인사는 “배우 기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단 간 연합과 인력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연극협회나 큰 단위 차원에서 신인 배우 육성 발굴, 기성 배우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만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경제적으로 부유하기 어려운 분야임을 젊은 연극인도 어느 정도 인지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김민정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