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가수 섭외 정체성 논란 불구
- 잔나비·god 팬 삼락으로 이끌어
- 20, 30대 젊은 관객 압도적 많아
- 함께 모여 춤추고 떼창 ‘후끈’
- 높은 가격에 관람객 수는 줄어
- 작년보다 하루 평균 40% 감소
밴드 ‘잔나비’를 따라 쿵쿵 뛰는 1만여 명은 삼락의 땅을 흔들었다. 그룹 ‘지오디(god)’는 낙동강 변의 밤을 하늘색 ‘떼창’(따라 부르기)으로 물들였다. 이 축제의 이름 한가운데 ‘록(Rock)’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잠시 잊어도 좋았다. 그곳은 음악으로 하나 되는 청춘의 해방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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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
지난 27, 28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유료화 이후 처음 개최된 록페스티벌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 젊어졌다. 메인 공연이 펼쳐진 삼락스테이지 무대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여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이들은 20, 30대가 대다수였다. 자신이 보고 싶은 가수를 위해 지갑을 열고 1일권 6만6000원, 2일권 8만8000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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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까지 록 음악에 빠진 관객들.
축제조직위원회 제공 |
조은호(35·부산 사하구) 씨는 임신 중인 아내, 26개월 딸과 함께 록페스티벌을 찾았다. 5년째 삼락에 온 록 음악 마니아 조 씨는 “유료화 이후 god, 악동뮤지션, 김필 등 대중적인 가수가 나오면서 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같이 행사를 즐길 수 있게 돼 좋다”며 “유료화 이전보다 페스티벌이 더 젊어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박용헌 사무처장은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공연 첫날 오후 5시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간간이 빗줄기가 이어졌지만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티켓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록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장르를 망라한 라인업은 명암이 엇갈렸다. 록페스티벌 간판을 내걸고 헤드라이너로 아이돌 그룹 god와 영국 전자음악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를 세운 것과 록 장르가 아닌 ‘티켓 파워’가 있는 대중 가수 섭외는 행사의 정체성 논란으로 불거졌다. 여러 누리꾼은 “록페스티벌이 아니라 뮤직페스티벌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료화 첫해 삼락으로 팬을 불러 모은 것은 god의 힘이 컸다. god가 올해 록페스티벌 티켓 판매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색 야광 응원봉을 든 30대 여성은 “god를 보기 위해 록페스티벌에 처음 왔다. 푯값뿐 아니라 서울에서 KTX를 타고 와 하루 숙박하고 부산 관광도 할 예정이라 수십만 원이 들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료화의 성공 여부를 관객 수로만 측정한다면 올해는 분명 예년보다 규모가 줄었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해 즐길 수 있는 ‘범시민적’ 성격의 축제를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축제조직위원회는 28일 오후 현재 올해 관객을 약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3일 공연한 지난해(6만4000여 명)와 비교했을 때 하루 평균 관객이 40%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부담 없이 공연을 즐겼던 지역 주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초대권으로 행사에 오게 됐다는 50대 삼락동 주민은 “서민은 6만6000원 내고 공연 못 온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록페스티벌은 삼락과 그린 스테이지 등 두 개의 주 무대에서 9개국 28팀이 참여했다. 신인들의 프린지 무대, 디제이(DJ) 무대, 캠핑장 무대까지 5개 무대에서 87팀이 공연했다. 정규 공연이 끝나는 밤 11시부터 새벽 2, 3시까지 공원 캠핑장에서 ‘부롱 나이트 캠프 콘서트’를 펼쳐 열기를 이어갔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