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 브랜튼의 피아노도 좋았지만
- 호흡을 맞춘 색소폰 등도 훌륭
- 합주 속 즉흥연주 빛 발하려면
- 타인의 기량을 믿고 인정하는
- 다양성의 정신이 기반이 돼야
“재즈는 자유를 뜻합니다. 재즈는 자유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재즈의 거장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1920~2012)의 이야기다. 지난 2일 금요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론 브랜튼(Ronn Branton)의 ‘서머 나잇(Summer Nignt)’ 재즈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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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서머 나잇(Summer Nignt)’ 공연. 영화의전당 제공 |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조금은 느긋하게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재즈 콘서트. 이날 연주에서 ‘꽃밭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단발머리’ 등 우리 가요를 재즈로 연주해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색소폰 다니엘 고, 베이스 임경진, 드럼 매뉴얼 웨이언드 그리고 재즈 보컬 이주미가 함께했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야기되는 론 브랜튼의 연주도 좋았지만, 필자에게는 다니엘 고의 색소폰 연주가 아주 좋았다. 27살 젊은 청년은 음과 연주가 하나 된 음악에 몸을 맡겼다. 재즈의 밝은 미래를 보는 시간이었다. 많은 무대가 마련돼 젊은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날을 상상하면서 필자는 행복했다.
“재즈의 무엇이 우리에게 여유를 줄까?” 이날 연주에서 스스로 던진 질문이다. 조금 흐트러진 듯 흐느적거려도 좋은 이 여유로움?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고 필자는 평소 이야기한다. 그 음악이 어떤 장르인지는 뒤로하고 말이다.
음악의 소재인 소리를 먼저 생각해보자. 성경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가라사대” 즉,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하였다. 불교 경전도 ‘부처(Buddha, 佛)의 말씀(Word, 敎)’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공자, 맹자를 비롯한 수많은 선인의 말씀을 제자나 후학이 글로 남겼으며 우리는 그 글을 통해 만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말씀, 즉 소리에서 출발한다. 음악은 소리를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예술 장르다. 그 소리를 여러 장르에서 각자 방식으로 음악으로 만들어간다. 이를 또 다르게는 종교음악과 클래식, 대중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로 정리하고 분류한다.
결국, 음악은 소리를 소재로 한다. 이 소리에 작곡가는 생각과 사상을 담아 음표라는 기호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고, 연주자는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와 생각, 사상을 재해석해 연주한다. 관객은 작곡가의 의도에 더 충실한 음악을 들을지, 연주자의 재해석에 더 충실한 음악을 들을지 선택하면 된다. 물론 여기서도 개인의 생각과 사상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듣게 되는 다양한 음악 중 재즈가 조금 더 여유를 주는 것은 기본 틀을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각자 솔로 연주에서 자유롭게 즉흥으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로 연주자 역량만큼 즉흥을 만들어간다. 즉, 규격화된 현실에서 어떠한 문제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을 현대인은 재즈 즉흥 연주에서 자유롭게 만나 여유롭게 즐긴다. 결국, 소리가 주는 여유는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준다. 사회는 규격화된 질서 위에서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다양한 생각과 행동 즉, 다양성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이 다양성은 상대의 기량과 기능을 믿고 인정하는 재즈의 합주처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어디 각자의 생각대로 잘되기만 바라겠는가. 개인 생각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으면 더욱 철저하게 준비한 뒤, 상대 생각을 이해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론 브랜튼과 다니엘 고의 즉흥성은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세상 그 무엇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없음을 인식한 귀한 연주회였다.
요즘 세상사를 보면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신뢰와 인정을 통해 하나 된 재즈 연주를 보면서 ‘그래도 좋은 세상’임을 느낀다. 신뢰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묘약이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