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15> 공연예술 제작자 심문섭

“정통 연극·오페라·뮤지컬 아니면 어때, 재밌으면 됐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11 18:40:5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명성·입지 다진 연극 연출가에서
- 서른아홉 살에 제작사 PD 도전
- 연극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부산·서울서 188회 공연 대히트

- 작년 초연작 ‘1976 할란 카운티’
- 부산 뮤지컬 새로운 가능성 제시
- 2021년엔 로봇 출연 연극 제작
- 런던 웨스트엔드서 공연할 예정
- 내놓은 작품마다 파격·실험정신

참신한 기획과 발상이 세상을 바꾼다. 세계적인 오페라단 뉴욕 메트(The Metropolitan Opera)는 2006년 공연 실황 영상서비스 ‘더 메트 라이브 인 HD (The Met: Live in HD)’를 선보였다. 소니 클래시컬 레코드 대표였던 피터 겔브(Peter Gelb)를 영입하면서부터다.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오페라를 방송과 온라인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저렴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막대한 제작비와 줄어드는 지원금, 관객 감소로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연예술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베를린필도 2009년부터 ‘디지털 콘서트홀(Digital Concert Hall)’을 운영하여 전 세계의 클래식 관객과 만나고 있다. 창발적인 실험으로부터 촉발된 이러한 변화는 물결처럼 번져나간다.
   
심문섭 ‘예술은 공유다’ 대표가 다양한 공연 기획을 이야기하다 광안리 해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연극 연출가에서 제작사 PD로

2017년 부산에서 ‘캐주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등장했다. 정통 오페라가 아니라 연극에 오페라를 접목한 특별한 시도였다. 현대 관객 취향에 맞게 재구성한 스토리와 미디어아트가 동원된, 말 그대로 캐주얼한 오페라를 선보여 부산 120회, 서울 48회, 2018년에도 20회나 재상연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부산에서 피터 겔브처럼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이는 과연 누구일까. 광안리 ‘예술은 공유다(Yesweare Production)’에서 공연제작자 심문섭을 만났다.

“정통 오페라와는 거리가 있지만, 대중들이 오페라 하면 느끼는 부담감 역시 존재합니다. 둘 사이에 브릿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페라를 전혀 몰랐었는데 앞으로 오페라를 보겠다는 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예술은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 때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예술도 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죠.”

그는 ‘신부, 나비 꿈꾸다’로 2007년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연출가였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작품 활동에만 전념해 1년에 무려 7, 8편의 공연을 올렸다. 연출에만 몰두할 수 없는 형편 때문에 기획과 홍보, 마케팅 등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그런데도 먹고살기조차 힘들었다. “노력과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잔인한 구조였어요.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 무렵 서울에서 아동극 연출 제의를 받았다.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자 작품을 멋진 상품으로 만드는 시스템이 알고 싶었다. 서른아홉 살에 제작사 PD로 입사했다. 연출가로서 이미 상당한 명성과 입지를 가지고 있던 때였다.

“저는 정말로 괜찮았어요. 제작 경험은 전혀 없었으니까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굉장히 즐겁게 임했습니다. 의상을 세탁하거나 분장 도구를 챙기면서, 또 무대를 점검하면서 비용의 쓰임새나 효율적인 관리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죠.” 2014년에는 ‘뮤지컬 셰프: 비밥의 새로운 이름’ 중국 순회공연을 추진하였다. 3개월간 중국 28개 도시에서 사흘에 한 번 공연하는 고된 일정을 기꺼이 감당했다. 이때 홍보가 관건이라 판단했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사진과 영상 제작, 홍보와 마케팅 인력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웨이보 같은 현지 소셜네트워크를 집중 공략했다. 공연 성과는 1년 후 문화 상품화되어 관광객 유치로 이어졌다. 공연 제작시스템의 구축과 경영, 유통 관리가 콘텐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021년 웨스트엔드 진출 계획

“연출자, 예술가, 제작자는 서로 입장이 다릅니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소통방식, 직면한 어려움이 다 다르지요. 자신의 입장만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작품이냐 상품이냐, 공연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무대화 방법을 기획하여 서로를 연결해 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해 12월 초연된 유병은 연출의 창작 뮤지컬 ‘1976 할란 카운티’에서 빛을 발했다. 작품에 대한 안목과 기획력을 발휘하여 지역 자본과 인력, 유관 기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올해 1월 영화의전당 재공연을 거쳐 4월에는 서울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상연되어 ‘메이드 인 부산’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가 꾸리고 있는 제작사 ‘예술은 공유다’의 다른 콘텐츠 역시 기발하면서도 친숙하다. 로드 플레이 연극 ‘우리엄마정숙이 차여사’, 부산의 근대사를 소재로 한 ‘모던타임즈’, 목욕탕과 몸 담론을 다룬 ‘더 바디’ 등이 대표적이다. 세상 어디든 그곳이 무대가 되고 세상 누구든 배우가 되는 즐거운 경험으로 가득하다. 2021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연하는 연극 ‘스필리킨’을 계획하고 있다. 원작은 치매 할머니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지만, 작품에는 몇 분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담고 싶단다. 첫 공연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가 다시 부산에 돌아와 깃든 계기는 심하게 아팠었기 때문이다. 광안리 해변을 걷던 중 문득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 당장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1도의 각도 차가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죠. 쉬고 충전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때 예술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분과 예술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예술가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회 참여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에는 그런 뜻을 담았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광안리 바다의 물결은 잔잔했고 오후의 햇살은 눈부셨다. 연출자로서 태풍 같은 무대를 살던 그는 이제 제작자로서 잔잔하면서도 도도한 물결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저토록 반짝이게 될 다음 콘텐츠는 과연 무엇일까.

공연기획자·부산대 강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재학생 2명 신규 확진…학교 비대면 수업 전환
  2. 2부산서 환자 이송하던 구급차와 화물차 3중 추돌…2명 부상
  3. 3코로나 신규 확진 82명…38일 만에 두 자릿수
  4. 4국내 첫 재감염 의심사례…3월 확진된 20대 여성, 4월 초 재확진
  5. 5데뷔 일과 같은 상호명에 BTS 팬 성지된 울산 카페
  6. 6순경 채용 필기시험, 일부 시험장서 문제 유출 논란…경찰 ‘확인중’
  7. 7‘네 마녀의 날’ 맞이한 뉴욕증시…기술주 약세 보이며 하락 마감
  8. 8“판매부진 르노차 24일간 휴업” 100대 기업 부산 명맥 끊기나
  9. 9출구 전략?…정 총리 신공항 오락가락 발언에 부울경 속탄다
  10. 10통영서 서울 원정 진료받아 온 60대 남성 코로나19 양성
  1. 1출구 전략?…정 총리 신공항 오락가락 발언에 부울경 속탄다
  2. 2권성동이 쏜 국민의힘 복당 신호탄…무소속 3인방 운명은
  3. 3문재인 대통령, 23일 유엔총회 화상 연설
  4. 4문 대통령 축하 서한에도…일본 외무상 “한국 국제법 위반” 되풀이
  5. 5현안 짚고 지역에 충실…PK초선 대정부질문 데뷔전 선방
  6. 6통신비·독감백신 견해차 여전…여야 4차 추경안 처리 ‘빨간불’
  7. 7“업종 차별 안돼” 부산 의원들 2차 지원금 소외계층 챙기기
  8. 8“해안 고층 레지던스…관광 경관 훼손 우려”
  9. 9여당 PK 의원들, 내주 정세균 총리 만나 신공항 담판 나선다
  10. 10박병석 의장 “대선·지선 동시실시를”…개헌 논의 불지피나
  1. 1BPA, 북항 재개발지에 스마트 신사옥 건립 추진
  2. 2울릉도·독도 해수정보 100배 상세화
  3. 310t 미만 근해어선 안전관리 강화…위치확인·통신장치 12월부터 의무화
  4. 4창원산단에 뉴딜 입혀 최첨단 기계·로봇단지로
  5. 5부산항 컨 물동량 세계 6위 ‘아슬아슬’
  6. 6올해의 해양수산 신기술 ‘선박용 부력보조시스템’
  7. 7금융·증시 동향
  8. 8주가지수- 2020년 9월 17일
  9. 9연금 복권 720 제 20회
  10. 10부산은행 “10조대 곳간 열쇠 지켜…책임감 막중”
  1. 1데뷔 일과 같은 상호명에 BTS 팬 성지된 울산 카페
  2. 2김해 율하카페거리·마산어시장 등 4곳, 경남 ‘스마트 상가’ 추가선정…국비 10억
  3. 3경남도, 국지도 60호 보상비 차등 적용 논란
  4. 4활력 잃은 밀양 삼문동, 예술·문화 공간 변신한다
  5. 5울산서 폭발사고 난 선박, 결국 통영에 조건부 입항
  6. 6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18일
  7. 7 만과 많 ; 많은 덕인 만덕
  8. 8 전국 흐리고 곳곳에 비...‘제주도 30~80mm‘
  9. 9광안대교 하판도 초속 20m 바람 땐 ‘셧다운’
  10. 10부산시 “351번 환자 탑승한 시내버스, 밀집도 높아 동선 공개 결정”
  1. 1파이널A 멀어진 부산, 이제는 잔류 고민
  2. 2카잔 황인범 ‘1골 2도움’ 맹활약
  3. 3MLB 포스트시즌 첫 진출팀은 다저스
  4. 4‘꼭 쳐봐야 할 아이언’…야마하, 신제품 UD+2
  5. 5늦어진 US오픈 그린·러프 어려워져…날씨도 변수로
  6. 6베일, 친정 토트넘서 손흥민과 발 맞출까
  7. 7“붙어봐야 안다” 프로농구 ‘깜깜이 시즌’ 불가피
  8. 8MLB 가을야구 30일 개막…월드시리즈는 텍사스 홈구장서
  9. 9개막전 2도움 이강인, 유럽 주간 베스트11
  10. 10분데스리가 새 시즌, 관중 20% 입장 허용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서남해안 쪽고둥
삼국유사와 21세기 한국학
일연의 삶에 스며든 민중 항쟁
새 책 [전체보기]
빙글빙글 우주군(배명훈 지음) 外
로컬이 미래다(추창훈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경이로운 땅, 남극 여행기
현대디자인·인문학으로 본 유물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심안의 흐름’- 김운규 作
‘기억의 정원 purple lisianthus’- 김성연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부부 /최정옥
위로 /황란귀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후쿠오카’ 장률 감독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청춘기록’ 하희라와 신애라, 30년 전 청춘을 추억하다
코로나 재확산에 방송·영화계 휘청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여름날’ 관조와 침묵의 리얼리즘
SF 껍데기를 쓴 첩보물과 고전미학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현장 톡·톡 [전체보기]
서로 의지함이 곧 삶이더라…별이 된 연극인의 마지막 메시지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17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16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9월 17일(음력 8월 1일)
오늘의 운세- 2020년 9월 16일(음력 7월 29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연예인도 사람이다
‘부캐’ 전성시대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愼終若始
潔者有不潔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언니의 꿈을 사 왕비가 되다
진정한 스승 다산, 제대로 된 제자 황상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