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실험적·혁신적…이건용 작가 50년 작품세계

행위 미술 발전 한 획 그은 거장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8-12 18:54:25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현재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 회화·조각·설치 등 180여 점과
- 현장기록 가치 담긴 드로잉 선봬
- 부산시립미술관 10월 13일까지

1979년 제1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한 한국인 작가의 이채로운 퍼포먼스가 세계 미술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닥에 쪼그려 앉은 작가는 분필을 바닥에 대고 좌우로 선을 그리면서 전진했다. 그의 두 맨발이 분필 선을 지우면서 뒤를 따랐다. 달팽이처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통해 느림과 시간을 성찰한다는 의미다. 이 독특한 퍼포먼스는 이건용(77) 작가의 작업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건용-이어진 삶’에서 전시 중인 ‘신체드로잉 87-A-3’.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이 작가는 1970년대 한국 행위 미술, 실험 미술의 도입과 발전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는 1975년 발표한 ‘동일면적’과 ‘실내측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0여 편의 행위미술 작품을 발표했다. ‘달팽이 걸음’ 외에 소지품을 모두 꺼내 연결하면서 작가 자신이 누드가 되는 ‘이어진 삶’, 건빵을 먹는 행위를 반복하는 ‘건빵 먹기’, 그림은 왜 화면을 마주 보면서 그려야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화면 뒤에서, 옆에서 또는 화면을 등지고 불편한 자세로 작업한 ‘신체 드로잉’ 등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동시대 한국미술의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작가를 소개하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전의 두 번째 순서로 이건용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는 1969년 ST(Space and Time) 미술학회를 결성했고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신체항 71-2019’.
전시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흐름의 최전선에 섰던 이 작가의 작품세계 50여 년을 정리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업으로 회화, 조각, 드로잉, 설치, 영상 등 18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전시는 ‘이어진 삶’이란 부제 아래 8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현재부터 과거의 작품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구성됐다. 신작 ‘시방(十方)’은 네 개의 방향, 네 개의 모퉁이, 상하, 즉 열 방향의 상징을 정방형의 전시 공간에 구현했다. 네 개의 방향은 무형물인 공간적 의미에서 접근하고 네 개의 모퉁이에는 4개의 회화를, 위아래는 퍼포먼스 ‘이어진 삶’을 재연했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장소와 객체의 관계는 서로의 소통 속에서 이루어짐을 알게 된다.

조은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시방은 이건용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이를 통해 다음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후반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 혹은 중요 작품의 모태가 된 드로잉을 보여준다. 1980~90년대 사회구조와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회화와 설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장독’을 통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회고 시스템에 대해, ‘물’을 소재로 통제되고 억압된 사회와 자연재해, 잊힌 기억을 구현했다.

작가는 1975년부터 ‘이벤트 로지컬’이라 명명한 행위 미술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퍼포먼스는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됐으며, 이를 확장한 드로잉들은 현장 기록으로서 가치와 개념의 확장을 보여준다. 작가의 예술적 전성기 시절 선보인 ‘신체 드로잉’은 일정한 제약 속에서의 행위가 평면과 만남으로써 이뤄지며 ‘그린다’는 의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그리는 행위가 소멸할 때 그 흔적은 완결된다. 이외에도 평면 회화의 일루전과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포’ 시리즈,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뿌리가 박힌 지층과 함께 통째로 옮겨온 듯한 대형 설치작품 ‘신체항’, 탈춤을 형상과 색의 움직임으로 파악해 단순화시킨 ‘구조’ 작업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051)740-4246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4. 4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5. 5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6. 6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9. 9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0. 10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1. 1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2. 2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3. 3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4. 4[속보] 민주, '신천지 당원 가입 정황' 공식 확인
  5. 5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대 대비하는 부산과 동남권 미래 함께 열어가야"
  6. 6[속보]李대통령-트럼프 골프 라운딩?…靑 ‘한미정상 골프회동’ 대비 TF 구성
  7. 7[뭐라노] 금메달을 향한 두 가지 시선
  8. 8강경화 “한미 정보공유 제한, 풀기 어려운 현안…백악관 소통도 한계”
  9. 9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10. 10“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1. 1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2. 2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3. 3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4. 4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5. 5올해 쌀 6만6000t 남아돈다… 농식품부, 대책 마련 나서
  6. 6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7. 7“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8. 8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9. 9국세청 '체납관리단' 실적 보니…절반은 100만원 미만 소액체납
  10. 10코스피 급락…2달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남해 대장군지, 삼별초 이전 ‘위계 높은 건물지’ 확인
  6. 6김지용 중수청장 후보 “임은정 공개 비판,부적절 행위”
  7. 7홈플러스 인천 구월점서 칼부림 신고…6∼8명 부상
  8. 8‘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9. 9“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10. 10“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3. 3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4. 4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5. 5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6. 6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7. 7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8. 8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9. 9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10. 10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