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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문화 <3-3> 새 길의 방향을 묻는다- ‘부산 문화예술 트렌드 변화와 대응’ 포럼

크리에이터 시대… “새로운 문화생태계 조성해야”

  • 정리=정홍주 김민정 기자
  •  |   입력 : 2019-08-13 19:05:0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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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등 기술의 급격한 발달
- 문화예술 소비 행태까지 바꿔
- 음악·무용 ‘젊은 피’ 유입 줄어
- 유튜브·텀블벅 등 플랫폼 활용
- 자생적 창작 활동은 활발해져
- 순수 예술 장르 계속 지원하되
- 변화한 문화 씬도 육성 필요

- 부산문화재단 정책 연구 강화
- 아카데미·전문 워크숍 재개를
- 다양한 지역축제는 민간 이양
- 기획 인력 활동의 장 제공해야
- 지원사업 연초부터 진행 필요
- 수도권처럼 중장기 사업 도입
- 정책과정 디테일 강화 목소리도


◇일시 : 2019년 8월 7일

◇장소 : 문화공간 노드

◇공동 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참석자(가나다순)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김혜린 부산시의원

▶박진명 문화공간 ‘생각하는 바다’ 대표

▶이광혁 인디 뮤지션·노동예술지원센터 흥 대표

▶조봉권 국제신문 인문연구소장

▶최장락 부산국제디자인제 운영위원장

   
지난 7일 문화공간 노드에서 열린 ‘부산 문화예술 트렌드 변화와 대응’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부산 문화의 새 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국제신문은 지난 5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 문화’ 기획 연재를 통해 부산 문화예술계의 현재와 생태계 변화를 진단하고 대안을 살펴봤다. 취재팀은 지역 문화예술과 대중의 접점 확대, 새로운 창작자 발굴, 기존 문화 지원 정책의 재검토, 부산문화재단의 정책 기능 회복 등을 제시했지만 이는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풀릴 수 있음을 절감했다. 취재팀이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지난 7일 ‘부산 문화로 通 열린 포럼-부산 문화예술 트렌드 변화와 대응’을 연 것도 이런 취지다. 부산 남구 대연동 문화공간 ‘노드’에서 열린 포럼은 오후 7시 시작해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봉권 국제신문 인문연구소장, 김혜린 부산시의원, 박진명 ‘생각하는 바다’ 대표,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최장락 부산국제디자인제 운영위원장, 인디 뮤지션이자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대표인 이광혁 씨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빠르고 다채로운 문화 현장의 변화에 맞춰 기존의 문화예술 지원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특히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자립·생존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문화재단의 정책 연구와 인력 양성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뜻을 모았다.


▶조봉권 국제신문 인문연구소장=국제신문 문화부는 부산 문화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시리즈를 기획했다. 전 세계 인구 중 인터넷 이용 인구수가 50%를 넘은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전 세계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기술 변화가 문화예술 소비 행태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에 문화적 욕구가 있고 시간과 돈을 쓸 잠재 고객이 부산에 많다. 부산의 각종 축제에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면 부산 시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미술 8.7%(전국 15.3%), 서양음악 0.9%(5.5%), 전통예술 3.7%(9.3%) 등이다. 부산의 문화예술 향유율이 전국과 비교해 낮거나 낮아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획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현상이 몇 가지 있다. 음악과 무용 분야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유입이 급격히 줄고 있다. 지역 문화가 얼마나 활발한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몇 개 있는데 ‘새로운 피’가 어느 정도 유입되는지를 보는 것도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다. 반면 자생적 예술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 극단이 늘고 유튜브, 텀블벅, 독립출판 등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한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부산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이 달라지면서 향유자의 요구도 변했다. 또 지역 예술 생태계가 여전히 허약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출판 부문에서 부산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서 책을 냈으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그런 성과 추적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이번 기획 보도로 드러났다.

창의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일례로 최근 부산에서 동네책방이 크게 늘고 있다. 서점은 책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상업 공간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문화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며 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접근할 때 ‘동네책방은 상업 공간인데 공적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막힌다. 부산시는 정책 부문에서 다른 시도에 비해 앞서 나가는 과감한 경험이 없다. 이미 크리에이터 시대는 시작됐다. ‘콘텐츠로 꽉 찬 도시, 부산’을 키워드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혜린 부산시의원=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문화 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국제신문의 기획에서 이러한 변화를 기록한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 한때 문화 현장에서 출판과 공연에 몸담았다. 그때 ‘대체 문화 소비자는 어디에 있는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산의 소비자들이 ‘과연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찾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부산문화재단은 문화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예술 창작을 지원하며 지역 예술인과 소통해야 한다. 정례적으로 지역 예술인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정책 연구다. 부산문화재단의 기본 역할인데 연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진명 생각하는 바다 대표=지금의 지원 제도나 공모 형식은 젊은 세대에 우호적이지 않다. 예술과 문화는 공평하게 진입할 수 있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기술 변화와 변모하는 창작 활동을 어디까지 수렴할 것인지 논의하지 않으면 지원 정책도 고민할 수 없다. 이번 국제신문 기획 연재에 필자로 참여해 문학 부문에서 공적 지원금을 받아 나온 저서가 독자·시민한테 제대로 유통되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주변 사람들이 책을 써도 그 소식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지원 사업으로 출판한 뒤 저서가 유통되는지 확인했는데 130개 중 42개만 유통됐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정책 수행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지원했느냐만 평가되기 때문이다. 문학의 경우 장르적 특성도 참작되지 않는다. 동화, 소설, 시 등 장르와 제작 환경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300만 원 지원한다. 또 지원금을 받으려면 등단이나 매체를 통한 발표 횟수 등을 따지는데 이럴 경우 청년 세대는 자비로 내는 것이 더 빠르다. 새로운 창작자들이 어떻게 하면 진입과 작품 활동을 잘할 수 있는지, 양질의 작품을 낸 사람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국내외서 유통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력 양성 문제인데 부산에서 진행되던 문화기획 아카데미와 전문 워크숍 등이 몇 년째 운영되지 않고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다. 지원과 교육으로 성장한 이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부산에 40개 가까이 축제가 열리는데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다 보니 지역에 콘텐츠를 다루는 문화 기업이나 축제 전문가가 없다. 민간으로 넘길 수 있는 부분은 넘겨야 공존할 수 있다.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지역 예술계에서 경영 컨설팅, 홍보·유통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부산문화재단이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부산문화재단이 했던 지원 사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 성과와 한계를 짚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원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경력,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정책 연구를 할 예정이다. 예술인 복지와 장르별 지원도 고민하겠다. 부산 예술에 대한 기록, 즉 아카이빙 작업도 중요하다. 지금이 지난 10년을 성찰한 뒤 향후 10년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로 적기다.

▶최장락 부산국제디자인제 운영위원장=국제신문 기획시리즈를 보면서 예술인 입장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언론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편적인 기사였다면 이런 자리까지 마련되지 않았을 텐데 집중적으로 조명하다 보니 부산 문화예술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문화재단의 지원 정책도 선도적인 것, 탈 장르적인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순수 예술 장르에 대한 지원도 계속하되 문화 씬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지원책이 필요한 시기다.

▶이광혁 인디 뮤지션=인디 밴드 활동을 15년 동안 했다. 지난해 세이수미,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등 부산의 인디 밴드가 주류 문화에 진출해 많은 성과를 냈는데, 이는 지원의 결과라 본다. 과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주류 문화에 편입됐던 팀들이 다시 부산에 오면 활동할 공간이 없다. 즉 시장이 없다는 뜻이다. 지원 사업이 개인이 아니라 문화 씬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음악인들이 자립해 생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시장을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왜 지원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 같은 하위문화가 생겨야 주류문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사회적 노동자이자 사회를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예술가의 가치와 위상을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하나 부산문화재단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기획 인력이다. 기획 인력이 없는 것은 아닌데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리 잡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축제와 연계할 수도 있다. 지역의 거의 모든 축제를 축제조직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데 특색 있는 축제를 만들려면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청년문화 지원사업이 1년 단위인 것도 문제다. 1년 단위 사업이라 연속지원을 못한다고 하는데 트렌드 변화에 맞추려면 연속 지원이 필요하다. 처음 1년은 투자 시기, 2년 차는 실패와 성공의 시기, 3년 차는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시기다.

해외 교류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배우는 식의 교류가 많았는데 이제는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문화를 전파하는 식의 교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보고 배우는 것에서 벗어나 빠르게 도시 하나를 선점하면 더 좋지 않은가. 부산문화재단에 유튜브 같은 플랫폼도 필요하다. 지원 사업 결과나 문화 예술 작업을 아카이빙할 수 있고 소비자가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장르의 활동을 한 번에 확인할 수도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할 수 있다.



포럼은 지정 토론자 외에 객석의 참가자도 자유롭게 즉석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주로 문화 현장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은 정책에 대한 불만부터 수정 보완해야 할 점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공연제작자 심문섭 씨는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이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다 보니 거의 모든 공연, 전시가 연말에 몰려있다. 다른 지역은 연초부터 진행하는 사업도 있고 1년 단위가 아닌 중장기 지원 사업도 있다. 다년간 지원을 받기 위해서 수도권 지역에 지원을 하기도 하는데 지역 출신이다 보니 위축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움과 실천의 공동체 ‘고치’의 정서원 씨는 “청년문화 지원사업에 2년째 선정됐다. 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하면서 과정이 부실하다고 느꼈다.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은 서울에서도 해봤는데 한 달 단위로 활동 내용을 세세하게 보고하고 결과 보고서도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요구해 결국 그런 내용이 쌓여서 데이터가 됐다. 또 지원사업에 탈락한 팀에 대해서도 컨설팅과 같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리=정홍주 김민정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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