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16명 참여 100여 점 전시
- 수영 F1963서 내달 15일까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쇠가 부딪히는 독특한 소음이 난다. 관람객들이 숨을 죽이고 소음의 출처를 찾는다. 커다란 선박 프로펠러에서 나는 소리는 선박이 드나드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부산 영도 깡깡이 마을의 망치질 소리다. 사운드 설치작가 정만영은 녹슨 선박 외판을 망치로 두드리던 깡깡이 아줌마들의 소리를 통해 삶의 애환을 드러낸다. 이어 촘촘히 모인 집들 사이로 수평선이 보이는 골목, 사람과 시간을 이어준 다리 등 부산 원도심의 풍경이 담긴 회화 작품이 나타난다. 김민정 작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박한 마을의 풍경을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인쇄 골목 서점의 창을 통해 바라본 안과 밖의 풍경을 담은 김지곤 작가의 영상은 부산 원도심을 일궈낸 중심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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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 F1963에서 ‘부산: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전시가 다음 달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정만영 작가의 ‘깡캉쿵풍쾅’. 부산문화재단 제공 |
부산문화재단은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기획전시 ‘부산: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작가 16명이 참여해 ‘부산 원도심에서 시작한 부산의 힘’을 주제로 사진 설치 영상 영화 등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노동과 생명력,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거리와 골목, 영화·인쇄·출판 등이 집약된 문화산업을 보여준다. 섹션 ‘출렁이는 힘’에서는 부산 원도심의 바다를 이야기한다. 부산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이지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부산항, 용두산, 부산대교 등 도시 풍경을 먹과 채색을 통해 표현한 작품 ‘Timeslip’을 선보인다. 과거 지나쳐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 사라져가는 풍경과 사물에 대한 애수를 화폭에 담았다.
‘어딘가에 반드시 있는 그곳’ 부문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원도심 곳곳의 아카이브를 시각적 언어로 그렸다. 임봉호 작가는 텍스트와 기호가 가지는 의미를 비트는 영상작업을 주로 해 왔다. 단어나 문구들의 조합을 기존의 의미와 전혀 다른 것으로 변환시킴으로써 기성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그의 설치 작품 ‘용두산 공원에 가면’은 광복로에서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의 끝 지점 상단부에 설치된 현판 이미지를 차용했다.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공공기관의 기이한 홍보 문구를 번역기를 이용해 영문과 국문을 오가며 해독 불가능한 것으로 재구성했다. 골목, 계단, 산복도로, 부두, 시장 등 장소의 힘을 느끼게 하는 이인미 작가의 스틸 작업과 부산 원도심의 풍경 사진 위에 친숙한 일러스트를 더한 이수연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유기적 관계’는 해양과 도심, 산이 이어진 부산 원도심의 지형을 바탕으로 삶 속에 자리한 관계에 대해 그려낸다. 배지민 작가는 수묵으로 부산의 풍경을 그린 작품을 내놓았다. 배 작가는 “수묵이 가진 재료적 특징인 ‘유연함 속의 강인함’이 부산을 수묵 감성의 정취로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 나에게 부산은 정온과 혼돈을 동시에 갖게 하는 이중적인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여상희 작가는 죽음 위에 터를 잡은 아미동 비석마을의 흔적을 기록하며 인간의 상실감과 위기를 말한다. 김수 작가는 재개발 구역에서 누군가가 드나들고 살았던 집의 문을 수집한 작품을 통해 부산 원도심의 일상에서 일어난 사람들 간의 관계 맺음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051)75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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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작가의 ‘도시 속의 섬’. 오른쪽은 김수 작가의 ‘아무도 살지 않는다’. |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