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가수 김일두 새 정규앨범
- 세상과 맞장뜨려는 듯 과격했던
- 예전과 사뭇 달라 어색하지만
- 너덜너덜한 마음 위로받는 느낌
김일두가 달라졌다. 정규앨범 ‘곱고 맑은 영혼’, ‘달과 별의 영혼’에 이어 영혼 3부작을 완결 짓는, 지난 13일 발표된 세 번째 정규앨범 ‘사랑에 영혼’을 몇 번씩 반복해 들으며 느꼈던 첫인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카페 굿굿웨더 엣더 모멘츠에서 김일두의 새로운 노래들을 먼저 듣고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다음 달 7일까지 전시 중인 미술작가 차푸름 역시 김일두의 새로운 노래들이 평소 알던 다소 삐딱한 매력의 노래들과 너무 달라져 작업이 어려웠다고 푸념했다. 소박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담담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담아내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은 누가 들어도 단번에 김일두의 노래라는 것을 알아챌 만큼 여전했지만, 노랫말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해 당황했다고 했다. “그건 저의 희망사항입니다”라고 김일두가 말한다. 다음 달 6일 오후 7시. 전포동 카페 굿굿웨더 엣더 모멘츠의 옥상에서 차푸름 작가와의 협업 전시 ‘I am blue. but I’m not blue’를 기념하는 공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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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정규앨범 ‘사랑에 영혼’(왼쪽)을 발표한 김일두. |
“사랑에 영혼? 사랑의 영혼이 아니라?” 되묻자, “‘사랑에 의지하는 영혼’이란 문장에서 ‘의지하는’을 뺐더니 ‘사랑에 영혼’이 되었다”고 했다. 이 앨범은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중구 대청동 언덕길 사이 김일두의 자택에서 단 하루 만에 녹음했다. 그날 녹음한 노래들 중 2곡은 디지털 싱글 ‘난전의 별’로 5월 5일 당일 발표되었다. 앨범 녹음을 위해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사운드의 엔지니어 3명이 서울에서 왔다. 김일두와 동거 중인 고양이 흰둥이와 붕붕이 역시 코러스로 참여했다. 사실상 거주공간에서 녹음 중인 인간들에게 불만을 담은 항의를 표시한 것이지만 그냥 코러스로 여기기로 했다. 김일두답게, 김일두 혼자 서울에 가 녹음을 했다면 훨씬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나, 분명 김일두스러운 분명한 이유로 3명이 서울에서 장비들과 함께 집으로 찾아왔다. 그 또한 김일두답다.
가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크게 틀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경청한다. 노래가 끝나면 반복해서 다시 경청한다. 그것이 내가 김일두의 신보 ‘사랑에 영혼’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주기적으로 마음의 재활이 필요하다 느끼는 순간, 무척 유용한 앨범이다. 약을 복용하듯 챙겨 듣는 노래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졌거나 고장 나 버린 것 같은 이들에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사랑에 영혼’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참 유용한 노래들이다.
앨범 재킷으로 쓰인 사진은 산행 중인 김일두의 뒷모습을 동행하던 이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다. 김일두는 요즘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밤낮없이 빨간 배낭을 메고 걷는다. 배낭엔 커다란 보온물통이 들어 있다. 낮에는 해와, 밤에는 달과 마주한다. 예전에는 해와 달과 지더라도 맞장을 뜨려 했다고 했다. 결국 계속 졌다. 그래서 이젠 마주하려 한다. 이전 노래들에선 시비를 걸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욕을 했다.
“나는 나를 아끼지를 않았네.”(‘나는 나를’)
어느 순간 욕하는 게 재미없고 그런 식으로 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늘 옆에 있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의리 있는 사람들의 사랑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정에 의지하고픈 희망을 노래했다. 오는 10월까지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공연할 계획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맘 상한 이들은 찾아가서 경청하길 추천한다. 나 또한 그럴 계획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