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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된 파산한 은행들…권력·자본 상징의 허무함 고발

덴마크 작가그룹 ‘수퍼플렉스’…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무너진 은행 리스트·로고 전시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8-25 18:59:0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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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가치변동 형상 작품도
- 국제갤러리 부산 10월 27일까지

그림 앞에 서니 자연스럽게 글자 한 자 한 자에 눈이 간다. ‘웬 은행명들이 적혀있지?’ 가로 20.4m, 세로 2m에 달하는 검은색 패널에는 2008년 4월 1일 베어 스턴스(Bear Sterns)가 JP 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에 인수된 사실을 시작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파산한 은행들의 이름이 흰색 글씨로 빽빽하게 새겨졌다. 이 중에는 2011년 파산한 대전상호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 등 한국의 은행명도 눈에 띈다. 작품 제목도 ‘파산한 은행들(Bankrupt Banks)’이다.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수퍼플렉스 개인전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의 전시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지난 14일 부산 수영구 문화예술공간 F1963 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막을 연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 개인전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In our dreams we have a plan)’에 나온 작품은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매개로 ‘권력과 자본의 상징성’에 대한 내러티브를 엮어낸다. 작가들은 파산한 은행들의 로고를 그린 회화도 제작했다. 한때 권위와 자신감, 신뢰의 상징으로 쓰이던 로고가 이제는 유효하지 않은 상징물로 전락한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를 가리켜 “실패한 권력 구조의 초상”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의 프로필 사진.
전시장에서 만난 야콥 펭거는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선진 금융을 향한 믿음,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뢰를 앗아갔다.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겠다는 유토피아적 모더니즘을 경험해본 적 없는 세대는 얼떨결에 지구화에 대한 환상의 붕괴를 목도해야 했다. 이러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변칙성을 시각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외에도 동시대 가장 논쟁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변동을 그래프로 형상화한 조각 작품 ‘Connect With Me’도 설치했다. 최고가가 기록된 18개월 동안 급변하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여준다. 자연이 경고하는 위기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상징하는 푸른 유리조각 작품 3개를 붙여놨다. 모두 바닥에서 0.98m 높이에 나란히 부착됐는데 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예측한 2104년 해수면 높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들의 작품 ‘파산한 은행들(Babkrupt Banks)’.
수퍼플렉스는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야콥 펭거, 라스무스 닐슨 3인이 1993년 구성한 작가그룹이다, 대체 에너지, 사회정치적 참여, 예술과 제도의 역할, 도시화, 이주 등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펼쳐 왔다. 예를 들면 이들은 2013년 광주 공원 입구의 낡은 화장실을 철거하고 ‘유네스코 화장실’을 설치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주목해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회 화장실을 본뜬 작품이다. 2017년엔 현대 커미션 작가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초대형 전시장인 터바인홀에 ‘하나 둘 셋 스윙!’이라는 제목의 대규모 그네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지난 5월 국내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도 작은 규모로 설치됐다. 반드시 3인이 힘을 합쳐야 움직이는 이 그네는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독특한 공공예술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선 ‘지식은 공유돼야 한다’며 맥주 제조 레시피를 공유하는 프리비어(FREE BEER)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누구든지 원하면 이들이 제공하는 레시피를 쓸 수 있다는 취지의 ‘오픈 소스’ 운동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인근에 있는 프라하993과 협업해 맥주 ‘프리 비어(FREE BEER)’를 판매한다. 10월 27일까지. 월요일 휴무. (051)758-2239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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