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보상절’ 24권 짜리 책에
- ‘월인천강지곡’ 더한 ‘월인석보’
- 저자가 첫 권 현대국어로 옮겨
- 어려운 낱말 풀이 등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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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이 지은 찬불가 ‘월인천강지곡’. 조계종출판사 제공 |
먼저, ‘석보상절’이라는 책부터 알아보자. “‘석보상절’은 석가모니께서 태어나고 열반에 드실 때까지의 일생과 설법한 경전 내용을 자세히 할 것은 자세히 하고 간략히 할 것은 간략하게 편집한 조선 시대 최초의 훈민정음 불경이다.” 수양대군(1417~1468)이 아버지 세종대왕(1397~1450)의 명에 따라 1447년 지었다. 이것을 보고 아버지 세종은 단숨에 노래를 지었으니 그것이 600수에 가까운 ‘월인천강지곡’이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의 저자 정진원 박사는 이어 설명한다. “‘월인석보’는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편한 책이다.” 1459년 일이다. 24권짜리 ‘석보상절’과 600수 ‘월인천강지곡’을 합편해 25권짜리 ‘월인석보’로 만드는 일은 세조(이전의 수양대군)가 직접 했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는 저자가 ‘월인석보’ 25권(실제로 지금까지 전하는 책은 19권) 중 첫 번째 책을 현대국어로 옮기고 다듬은 책이다. 저자는 25권을 모두 현대국어로 옮길 수 있기를 서원한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난 이 책은 불교뿐 아니라 우리말, 우리글, 우리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초청해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특별하고 아름다운 데가 있다. 순서와 상관없이 이 책에서 아주 매력이 큰 점을 꼽으라면, 단연 세주(細註)다. 협주(夾註)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낱말풀이다. ‘석보상절’에 나오는 낱말 가운데 독자가 어렵게 여기거나 선뜻 이해하지 못할 만한 것을 골라 세조가 풀이해놓은 것이다.
바로 여기서 훈민정음(한글)이나 한자로 된 글자를 행여 백성이 못 알아먹을까 염려하는 편저자 세조의 각별한 마음, 우리 옛말의 아름다움 그리고 까다로운 단어를 단박에 쉬운 말로 풀이해주는 높은 식견이 함께 빛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본문에 ‘좌선’(坐禪)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주는 이렇다. “좌선은 안자 이셔 기픈 도리 사랑할씨라.” 현대어로 풀면 ‘좌선은 앉아 있으면서 깊은 도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정사(精舍·절을 뜻함)’는 ‘조심하는 집’으로 풀이했다. 남자는 ‘남진’, 여자는 ‘겨집’이라는 15세기 말을 가르쳐준다. 대궐은 ‘큰 집이니 임금이 계신 집이라’라고 풀었다. 일본에서 오사카성 등 성이란 기본이 군사시설로 백성의 삶터와 떨어지고 분리된 권위적 공간인 반면, 조선의 대궐은 여러 다양한 집 가운데 임금이 사는 아주 큰 집이라고 여긴 정서가 15세기에 있었음을 여기서 짐작할 수 있다.
저자 정진원 박사는 홍익대에서 ‘석보상절’과 ‘월인석보’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국대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터키와 헝가리 등 외국 대학의 한국학과에서 외국인을 위해 ‘삼국유사’ 등을 많이 강의한 바 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