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 대마초 발견 기록 영상 등
- 수영 갤러리메이서 25일까지
신제현(37) 작가의 영상 작품 ‘마리를 찾아서(Finding MARI)’는 한 남성이 어릴 적 첫사랑인 ‘마리(Mari)’를 찾아 나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마리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영화 등에서 텍스트를 따와 자막을 구성했다. 그의 여정은 도로 위 표지판이나 간판에 나타난 문자를 통해 영상지도로 그려진다. 그는 과연 첫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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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현 작가의 ‘마리를 찾아서-인천’.
신제현 제공 |
4분 내외 뮤직비디오처럼 구성된 이 영상 작업은 신 작가가 2007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프로젝트로 영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인다. 그는 매년 봄과 가을에 한국의 야생 대마초 자생지역에서 마리화나를 찾아내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야생 마리화나를 찾는 길은 영상지도로 그려지는데 작가는 가상의 인물인 ‘마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자막으로 보여준다. 숨겨진 것을 찾듯 긴장되고, 또는 사랑의 기억을 찾듯 미학적인 영상이 되기도 한다.
신 작가는 “대마는 수많은 산업에 활용될 수 있고 중독성과 해악성이 매우 낮지만, 1920년대부터 미국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마약류로 분류됐고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한국 또한 대마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마 합법화 이슈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자본에 의해 금기가 된 대마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대마가 금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술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이 작품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제현 작가의 개인전 ‘마리를 찾아서(Find MARI)’가 부산 수영구 갤러리메이에서 열리고 있다. 신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사건과 아이러니한 지점들을 장기간의 조사·연구를 통해 영상,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미디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회에 묻혀 있는 부조리함을 들춰 권위에 반하는 자유로운 작업 활동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2014년 아트 서바이벌 TV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도유망한 작가다.
전시장 1층에서는 2010년 충남 당진, 2019년 대구, 제주도, 인천에서 촬영한 영상 ‘마리를 찾아서’를 상영한다. 대마로 만든 캔버스에 대마를 태우고 난 재료로 만든 먹으로 그린 대마 관찰도, 야생 대마가 자란 풍경을 아크릴판에 전통 배채법(背彩法·뒤에서 채색해 은은하게 배어나도록 하는 기법)으로 그린 회화 작품, 대마 재배 장치를 재현한 설치 작품 ‘지상쾌락의 정원’ 도 전시된다. 2층에서는 미국 정부가 농부들이 대마를 재배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영화 ‘승리를 위한 대마(Hemp for Victory)’를 재편집한 영상과 대마의 역사, 연구 논문 등을 아카이브의 형태로 보여 준다. 오는 25일까지. 일·월요일 휴관.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