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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38> 공주국밥과 공주깍두기

얼큰 개운한 공주국밥엔 깍두기 꼭 얹어야…장터 최고 ‘패스트푸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3 19:01:2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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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저녁밥 들고가던 효자
- 국밥 쏟고 통곡했다는 ‘국고개’
- 일제강점기 장터 나무 장사꾼들
- 허기진 속 달랬다는 ‘국밥거리’
- 옹주가 공주알밤을 본따 만들어
- 아버지 정조에게 올린 ‘깍두기’
- 전설도 사연도 많은 공주 음식

- 기름기 덜하고 맛은 진한 국밥
- 한 술 가득 떠서 급히 먹으려면
- 새콤촉촉한 깍두기 없인 안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널리 사랑받고 있는 패스트푸드가 뭘까? 그것도 한술 더 떠서 영양가 높고 맛 또한 좋은 건강한 패스트푸드.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대표 서민 음식이자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음식, ‘장국밥’이 그중에 으뜸이겠다.

‘장국밥’은 장(醬)으로 간을 미리 맞춘 고깃국에 밥을 말아 먹는 음식이다. 잔칫집이나 장터에서 가마솥에 고깃국을 미리 끓여놓고, 뚝배기에 밥을 담아 국만 퍼 담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장국밥이었다. 이 ‘장국밥’은 하루 내내 가마솥에서 슬슬 끓어오르는 고깃국을 준비해 두고, 사람들이 먹기를 청하면 바로바로 밥을 말아 밥상을 차려낼 수 있었던 음식이다. 때문에 장국밥이 널리 대중화되고 발달할 수 있었던 곳은 ‘장터’였다. 특히 오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에는 “장국밥 한 그릇 먹기 위해 장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장터에서 가마솥을 걸고 국밥을 말았기에, 장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국밥을 공히 ‘장터국밥’이라 부르고 있다.
공주국밥 한 상. 무와 대파가 넉넉하게 들어간 국에 밥을 넣고 공주깍두기를 곁들이면 한 그릇 뚝딱이다. 소고기 편육을 올려 먹으면 더욱더 맛있다.
■공주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주국밥

공주시의 향토음식 중 공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공주국밥’이다. 공주국밥은 소고기를 주 식재료로 한 ‘장국밥’의 한 종류이다. 이 공주국밥은 여러 시대에 걸쳐 전래되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다. 이는 그만큼 공주국밥이 공주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뜻이겠다.

그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공주에는 ‘국고개’라는 흥미로운 지명이 있다. ‘국고개’는 공주시 중동과 옥룡동 사이의 고갯길로, 고려 시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눈먼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던 ‘이복’이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복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품삯 일로 얻은 음식으로 홀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던 효자였다. 어느 찬 바람 불고 추운 겨울날, 여느 때처럼 품삯으로 받은 국과 밥을 들고 집으로 향하던 이복은,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그만 음식을 쏟고 말았다. 집에 홀로 굶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자신의 처지가 하도 서러워, 이복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래도록 통곡을 하였는데, 그 뒤로 효자 이복이 국과 밥을 쏟은 자리를 ‘갱경골’이라 불렀고, 후에는 ‘국고개’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께에는 공주 제민천변 인근에 땔감용 나무 시장이 들어섰다. 이른 새벽, 군청 산림감시원의 눈을 피해 각지에서 나무를 해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나무 장사를 하여 하루의 생계를 이어갔다. 이때 나무를 사고팔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밥을 파는 ‘국밥거리’가 형성되는데, 지금의 제민천 우체국 다리(반죽교)에서 대통다리(대통교)까지의 지역이다. 국밥 냄새가 워낙 구수하고 맛있게 나는지라 한 그릇 안 먹고는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여서 늘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해방 후에는 서산옥, 우성옥 등이 공주국밥의 명성을 이어오다가 한국전쟁 이후인 1954년부터 ‘공주장터’에서 장터 손님들을 상대로 국밥을 말아내던 공주국밥 기능보유자인 고(故) 고봉덕 여사와 두 며느리에 의해 명맥을 잇고 있다.

■공주국밥엔 공주깍두기가 안성맞춤

‘공주국밥’은 대구의 ‘대구해장국’과 유사한 형태의 국밥이다. 언뜻 보기에도 붉은 국색, 넉넉하게 들어가 있는 무와 대파, 진하면서도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등이 닮았다. 그러나 대구에는 고추기름에 선지가 고명으로 들어가고, 공주국밥에는 비교적 기름기가 없고 여러 부위의 소고기 편육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공주국밥은 가마솥에서 한우 사골을 밤새 푹 고아 국물을 내고, 거기에 양지머리와 사태 등을 넣고 삶는다. 그다음으로 무와 파, 마늘, 고추양념 등을 넉넉히 넣고 다시 끓여서 ‘장국밥’으로 내거나 국과 밥을 따로 내는 ‘따로국밥’으로 낸다. 양지머리의 기름과 고추 양념이 어우러져 구수하면서도 얼큰하고, 진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을 낸다. 파와 무 또한 충분히 들어가기에 국물이 깊고도 시원해 해장국으로도 좋다.

원래 국밥과 함께 내는 반찬 중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깍두기다. 특히 장터국밥이나 설렁탕, 선지해장국 등 소고기 국밥 류에는 그 짝을 맞춰야 할 정도로 음식궁합이 맞는 조합이다. 공주국밥도 국밥 가장 가까이에 깍두기를 두고 곁들이 반찬으로 삼고 있다. 공주 사람들은 국밥 한술 떠 넣고는 필히 깍두기를 한 알씩 씹어 먹는단다.

공주의 깍두기를 ‘공주깍두기’라고 부르는데, 그 유래는 이러하다. ‘조선요리학’을 보면 “조선 정조 재위 시절, 영명위(永明慰) 홍현주(洪顯周)에게 시집을 간 정조의 딸 숙선옹주가 아버지인 정조에게 공주 알밤을 본 따 담근 무김치를 올려 크게 칭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골패처럼 납작하게 썰어 한입에 먹을 수 있게 만든 이 김치를 ‘각독기(刻毒氣)’라 불렀는데, 이것이 일반 여염집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그 이름이 ‘깍두기’가 되었다고 한다. 공주 사람들이 공주국밥과 깍두기의 조합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공주국밥에 충절·효심·애민사상이

공주국밥을 잘하는 식당에서 ‘공주국밥’과 ‘공주깍두기’를 맞이한다. 국과 밥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 형태이다. 국이 담긴 뚝배기 군데군데에 이가 나갔다. 이 나간 뚝배기가 오히려 국밥집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듯하다.

국물을 한술 뜬다. 첫맛은 기름기 없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뒤이어 국물의 깊은 감칠맛과 적당한 얼큰함이 감돈다. 대파를 넉넉히 넣었는지 향긋한 파 향이 기분을 흔쾌하게 하고, 파의 진액 때문인지 입에 착착 감기는 걸쭉함이 입안을 감미롭게 한다. 국에다 밥을 만다. 국밥은 뜨거운 국물에 밥을 제대로 말아야 제맛. 밥알이 서서히 국물을 머금으며 국과 밥이 일체화된다. 밥알은 부드럽고 국물은 구수하고 진해진다. 국 안의 파 또한 향긋한 향을 더한다. 한편 고기는 쫄깃쫄깃해 씹을 때마다 육향이 물씬물씬 난다. 파와 어우러져 부드럽고 흔쾌하게 씹히는 것이 절묘하다.

국밥을 크게 한입 넣고 허벅허벅 먹는다. 거기에 깍두기도 한 알 입에 넣고 함께 씹는다. 공주국밥에는 공주깍두기가 안성맞춤. 밥알과 국물, 고기 고명에 깍두기까지…. 공주국밥의 모든 것이 한입 가득이다.

공주 사람들에게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던 공주국밥. 공주국밥 이야기 속에는 공주 사람들의 남다른 충절과 효심, 애민사상 등이 녹아있다. 국밥 한 그릇이나마 부모님께 따뜻하게 올리고, 무김치 하나라도 왕에게 바치고자 했던 마음 씀씀이가 오늘의 공주국밥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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