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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것' 좋아한 마광수가 그림 그린 동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4 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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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만년에 강단에서 물러난 뒤 필화 사건 경험과 동료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앓았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서운함을 품고 살았다. 세상은 그에게 너무 야박했는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에 그는 천재라고 불렸다. 20대에 대학교수가 됐고, 윤동주 연구로 32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재능이 많았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다. 한때는 문학 대신 미술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 작가는 마광수(1951∼2017)다.

마광수 대표작은 ‘즐거운 사라’다. 이 작품으로 사회가 외설 논쟁에 휘말렸고, 그는 구속됐다. 자유로움과 성(性)이 주요 관심사였던 그는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성애론’과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 등을 펴냈다.

   
밝은 곳을 향하여. 연세대박물관 제공
마광수는 쉽고 솔직한 것을 좋아했다. 그는 “어려운 책은 못 쓴 책”이라고 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쓰고자 했다.

이 같은 지론은 일부 그림에 그대로 적용됐다. 마광수 회화 중에는 마치 아이가 그린 듯 단순한 작품이 많다. 그는 “야하다는 것은 섹시하다는 의미보다는 타고난 자연의 성정(性情)에 솔직한 것을 뜻한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가리킨다”고 적었다.

연세대박물관이 마광수 2주기에 맞춰 그의 그림 3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5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는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 특별전이다.

마광수는 유작으로 회화 95점, 판화 14점, 서예 7점, 도자기 10여 점을 남겼다. 유족은 지난 7월 미술품과 소장품을 모교인 연세대에 기증했고, 박물관은 이를 기념해 전시를 기획했다.

윤현진 연세대박물관 학예사는 4일 “마광수 교수는 문인화가 기질이 있어서 감정을 시서화(詩書畵)로 표현했다”며 “그의 그림은 시나 산문과 비교하면 해학적이다”고 말했다.

생전에 전시를 20여 차례 개최한 마광수는 1994년 1월 첫 개인전을 열 때 “나는 틈틈이 문인화를 그리며 미술에 대한 욕구를 달래곤 했다”며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꿈꾸는 나의 미술가적 기질은 내가 쓴 문학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미술은 문법을 따져가며 토씨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글쓰기와 비교가 되지 않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면서 손으로 비비고 문지르며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적었다.

전시에 나온 그림은 순수하기도 하고 익살스럽기도 하다. 마광수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어둠속의 키스’와 ‘하얀 달빛’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마광수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는 ‘그리움’이라는 작품에 잘 나타난다. 그는 “먼저 무작정 나무 두 그루를 그려놓고 보니 강변의 나무가 더 멋있을 것 같아 강을 그려 넣었고, 이왕이면 노을 진 강변이 좋을 것 같아 하늘을 붉은빛으로 칠했다. 최종에 가서 풍경만으로는 아무래도 싱거울 것 같아 여자 한 명을 그려 넣었다”고 회고했다.

또 2011년 전시에서는 “그림을 많이 그려갈수록 나는 꼼꼼하고 성의 있는 그림보다 거칠되 천의무봉한 그림을 지향하게 됐다”며 “이 역시 야하고 동심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윤 연구사는 “마 교수 회화 특징은 즉흥성과 순수성”이라며 “전시를 통해 마광수라는 인물의 다채로운 면모가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소장품도 나왔고, 한편에는 김소연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으로 서재를 재현했다. 원고지에 쓴 육필 원고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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