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제약에 되레 역효과 우려
“멋진 해운대 바다를 배경으로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 말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해 해운대해수욕장에 마련된 BIFF 빌리지에서 무대인사나 기자회견 등의 행사를 갖던 수많은 배우와 감독이 빼놓지 않고 하던 말이다.
그런데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제24회 BIFF에서는 이런 말을 듣지 못하게 됐다. BIFF의 오랜 논의와 숙고 끝에 해운대 해변에 설치했던 BIFF 빌리지를 올해부터 영화의전당 광장으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BIFF 측이 밝힌 BIFF 빌리지를 이동 하는 이유는 잦은 태풍으로 인한 관객 서비스의 부실과 협찬사들의 홍보 부스 철거 등이다.
실제로 지난해를 비롯해 영화제 기간에 불어 닥친 태풍 때문에 BIFF 빌리지와 협찬사 부스를 철거해 행사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반면 BIFF 행사를 영화의전당으로 집약시켜 영화의전당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이사장은 “영화의전당이 문을 연 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제 때 반짝 쓰긴 하는데 도대체 영화의전당이 뭐냐는 말을 듣는다”며 “인지도가 낮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공간이 돼 버렸다. 그래서 해운대에서 펼치던 행사를 영화의전당 쪽으로 옮겨 일단은 영화의전당을 살려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BIFF와 영화의전당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BIFF 측으로 보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높이기 위한 행보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이런 BIFF 측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해운대 해변에서 BIFF의 공식행사가 없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영화제 기간 관객이 아닌 일반 시민과 관광객의 영화제 참여 통로가 제한된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그간 BIFF 빌리지는 해운대 해변에 나들이를 나오거나 관광을 온 시민들이 쉽게 찾아가 유명 영화인들을 만나는 소통의 장소였다. 하지만 영화의전당은 일부러 찾아가서 만나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올해 영화제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BIFF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BIFF에 대한 인지도와 화제성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타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영화의전당으로 옮겨가면 영화의전당에서만 활기찬 영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물론 올해부터 남포동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을 늘렸지만 말이다).
여기에 해운대 상인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과거 BIFF 행사를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옮겼을 때 남포동 지역 상인들의 항의가 꽤 거셌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만큼은 아니겠지만 해운대 상인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이사장은 “바닷가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많은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은 BIFF를 추억할 때 해운대 해변을 함께 떠올린다. 그래서 ‘영화의 바다’ 아닌가. 내년에는 매력적인 장소인 해운대 해변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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