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에서 태어나 7살 때 부산행
- 직장인이란 이름 걷어내고 독립
- 논문 쓰면서 하고 싶은 일 깨달아
- 청년 글쓰기 모임 통해 실력 키워
- 인쇄 외 독립출판 전 과정 도맡아
- 동네서점 찾아다니며 직접 입고
- 독자 호평으로 지난달 정식 출판
- 새 모임 ‘시나브로 글, 짓다’ 시작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이 1인 가구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전체의 29.3%를 차지한다. 1인 가구 중에는 독거노인과 학업이나 직장 때문에 홀로 사는 이들도 있지만 “나도 이제는 혼자서 살아보겠다”며 집에서 독립한 젊은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성이 환경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독립한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용기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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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기 작가가 지난 11일 부산 연제구 동네책방 ‘카프카의 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책 ‘일 인분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이슬기 작가의 산문집 ‘일 인분의 삶’은 1인 가구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독립해 혼자 살며, 자신의 일상을 담은 책 ‘일 인분의 삶’을 독립출판했다. 독립출판 됐던 책은 독자의 관심을 모았고, 지난달 빌리버튼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판됐다. 삶의 과정에 ‘독립’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붙는 이 작가를 연제구 연산동 동네책방 ‘카프카의 밤’에서 만났다. ‘카프카의 밤’에는 독립출판 됐던 책 ‘일 인분의 삶’이 여전히 진열돼 있었다. 서점주인 계선이 씨는 책이 팔릴 때마다 어떤 분이 와서 책을 샀고, 반응이 어떠했는지를 전화로 알려주었다고 한다. 독자를 직접 응대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책방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작가가 인터뷰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나를 증명하는 ‘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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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인분의 삶-
이슬기·빌리버튼·2019 |
출판사에서 책을 펴낸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물어보자, 이 작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는 거요? 많이 설렜습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도 그랬어요.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고 대형서점에 책이 입고된 뒤에는 사람들이 작가라고 불러주는데 아직은 어색합니다.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작가는 1987년 충남 청양의 외가에서 태어났다. 7살 때 부산으로 왔다. 그림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했다. 대학에서 광고그래픽을 전공하고 편집디자인 일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 회사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생업이 자신의 생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독립된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직장인’이라는 이름을 걷어낸 뒤에는 집에서 독립했다. 책에서 그 대목을 이렇게 썼다.
“독립과 퇴사. 홀로 짊어진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회가 있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뭐든 시도했다. 뇌의 지방을 줄이려 대학원에 들어가 온갖 석학들의 지혜를 얻으려 했다. 뮤지컬 프로젝트에 참여해 소리를 내지르고 뛰어다녔다. 세상은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것과 알고 싶은 사람으로 즐비했다.”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부경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논문을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나를 증명하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정리한 ‘나의 글’이구나 하고요. 그래서 논문을 쓰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좋았습니다. 제 마음과 일상을 담은 글도 쓰고 싶었어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소소한 감정을 쏟아내는 글쓰기를 하고 있던 터였다. 논문을 쓴 뒤 청년들의 글쓰기 모임 ‘갓바치’에 참여했다. “8명이 격주로 만나 서로의 글을 읽고 합평했어요. 그 모임에서 서로가 많은 걸 배웠습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용기도 얻었죠.”
편집디자인 일을 했던 그는 활자 선택에서 지면배치, 삽화까지 직접 했다. 인쇄되기 전까지 모든 과정에 자신의 손길이 닿았기에 책에 대한 애착이 컸다. “독립출판 후에 동네서점을 다니며 입고도 직접 했죠. 책이 한 권 한 권 팔릴 때마다 서점에서 연락이 왔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경기도 부천에 있는 동네서점에서 출판사에 추천해서 정식 출판으로도 이어졌답니다.”
■자기 고백에서 느껴지는 공감
필자 역시 1인 가구라 그런지 책 내용에 많은 공감이 갔다. 책을 본 다른 독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독립해서 사는 분들이 이 책에 관심이 많아요. 반응이 비슷합니다. ‘내 상황과 똑같다’ ‘내가 쓴 글인 줄 순간 착각했다’고들 합니다. 혼자 산다는 건 다들 비슷한 상황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자고 자기 고백을 이리도 성실하게 하고 있을까’.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한 눈을 팔지 못했다. 집을 구하는 과정, 1인 가전, 혼밥, 원룸 인테리어…. 혼자 사는 친구가 “힘들었다 또는 견딜만하다”며 소소한 일상을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딴청을 피울 수가 있겠는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일상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고 만다. 1인 가구인 사람은 동감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의 생활에 대한 공감으로 읽는 책이다. 모두가 이 작가의 성실한 자백 덕분이다.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자유롭다고 해서 책임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모든 걸 혼자 짊어져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더 무겁다. 독립 후 처음 1년은 아르바이트로 간간히 생활했다. 그동안 책상에 앉아 손이나 머리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았는데, 이제는 몸을 쓰고 일한 시간만큼의 돈을 받아야 했다. 보상에 비해 몸이 고되었다. 이로써 나의 경제적 효용이 낮아졌지만 나름대로 노동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 돈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다면 직장에 매였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보상받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무엇을 선택하여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홀로 서는 삶을 선택한 이 작가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책을 낸 후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것 같다는 그는 새로운 글쓰기 모임 ‘시나브로 글, 짓다’ 운영을 시작했다. 그의 ‘독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