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쪽 날개 지닌 양정욱 설치예술
- 안무가 김윤규는 민속춤 재해석
- 권병준은 소통사회 새 모델 제시
- 내년 2월2일까지 색다른 볼거리
외국인, 난민, 이주민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할뿐더러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존재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두려움이 뒤범벅된 채 어정쩡한 내일을 맞고 있다. 다인종·다문화 시대를 맞아 급속도로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우리 속 이방인, 타자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껴안고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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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욱의 ‘그는 선이 긴 유선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동시대 미술 기획전 ‘가장 멀리서 오는 우리 : 도래하는 공동체’는 ‘유동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과 태도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권병준 양정욱 김윤규 작가는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등을 통해 다양한 감각이 살아있는 공감각적 경험의 장을 제공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파닥이는 소리를 내며 어딘가로 날아갈 듯 보이지만 한쪽 날개만을 지닌 구조물의 행렬을 마주하게 된다. 양정욱 작가의 설치 작품이다. 유연하게 구부러진 목재와 빛을 내는 전구, 금속 등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그 궤적들이 얽힌 관계들을 표현한다. 소리와 빛, 움직임 등을 활용한 공감각적인 설치 작업은 그사이에 비어있는 공간 틈 사이로 공동체 내 인물들과 관계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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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병준의 ‘자명리 공명마을’. |
권병준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은 자기 고립적 매개체인 헤드폰이 소통의 매체로 바뀐다. 관람객은 최신 기술이 장착된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전시장을 거닐다가 다른 헤드폰을 쓴 관람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 ‘교환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각자가 듣던 소리가 교환된다. 전시 공간을 거니는 관람객의 움직임과 시선이 사운드와 함께 접촉될 때 공동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소리 교환’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통해 소통하는 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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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규의 ‘이방인들의 축제’. |
안무가 김윤규는 2018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초연된 공연 ‘이방인들의 축제’를 재창작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워크숍과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방인들의 축제는 공존과 상생이라는 축제의 본질과 메시지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민속춤 ‘탈’과 ‘지전’을 재해석해 전통 연희양식을 바탕으로 현대춤의 새로운 관점과 방향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지하 1층 전시실에서는 뉴미디어 시대의 역사 인식 태도를 살펴보는 ‘시간 밖의 기록자들’ 전도 열린다. 강신대, 김가람, 노재운, 남화연, 호 추 니엔, 요한 루프 등 국내외 작가 6명은 디지털 시대를 표상하는 리서치 방식과 기록 체계를 매개로 동시대를 탐색하고 기술한다. 김가람의 ‘사운드 프로젝트’는 현대사회에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댓글을 시각예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신대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지구 곳곳의 슬럼 이미지를 조합해 파국적인 상황이 미디어 매체를 통해 어떻게 미적으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밖에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20세기 이미지들을 넣은 노재운의 ‘인시네마그램’, 직지심체요절의 열람과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남화연의 ‘코레앙 109’, 호 추 니엔의 아카이브 작업 ‘동남아시아 비평사전’, 요한 루프의 영화 ‘★’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1)220-740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