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44> 한국 아트록의 선구자 김병덕 신보 ‘After Long Silence’

유럽 청년들, 팬 자처에… ‘실험음악 거장’ 25년의 긴 침묵 깼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16 18:53:37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92년 데뷔, 레코드점도 운영
- 佛학생 제의로 베스트앨범 발매
- 미국·유럽서 한 달 만에 소진
- 英 마니아는 앨범 사러 찾아와

- 신작에 재즈·록·메탈 등 뒤섞어
- 느낌을 강조한 현대음악 담아
- 드럼·꽹과리·징·기타 직접 연주
- 한국 토속적 정서·소리 알려

학창 시절 ‘핫뮤직’ 같은 음악 잡지를 공부하듯 읽고 친구들에게 아는 척하길 즐겼고 국제시장에 있던 먹통레코드에서 중고 음반을 사 모으며 음악 마니아 흉내를 냈다. 대학생 땐 방 안에 쌓인 음반들을 먹통레코드에 팔아 늘 부족했던 술값을 충당하기도 했다. 유유상종이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 역시 가능한 한 생소한 록, 메탈, 재즈, 블루스 뮤지션의 이름을 대며 서로 아는 척하기 바빴다.
25년 만에 앨범을 낸 한국 아트록의 선구자 김병덕. 김병덕 제공
하지만 아트록이나 실험음악 쪽 얘기는 암묵적인 금기였고, 반칙이었다. 당시 우리에겐 너무 생소하고 어렵고 다른 세계의 범접할 수 없는 경지였다. 어쩌다 승부욕이 이성과 양심을 지배할 때면 해외의 마니악한 음반들을 소개해왔던 시완레코드에서 발매된 국내 음악인 1호이자, 한국의 전위적인 실험음악과 아트록의 선구자라 불리던 김병덕의 이름을 거론하며 아는 척하기도 했다. 물론 찾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다른 세계가 몹시 궁금했지만, 그만큼 두려웠다.

지난주, 아는 형님이 가져온 전설의 현대 음악가 김병덕의 2장짜리 신작 LP ‘After Long Silence’를 두려움과 기대감 속에 처음 듣게 되었다. 지난달 29일에 발매된 이 앨범은 무려 25년 만의 신작이다. 그리고 소싯적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먹통레코드의 대표님과 동일 인물이란 사실도 지난주 처음 알게 되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중학생 때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해 록, 국악, 전자음악, 재즈, 블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주해온 김병덕은 1992년 앨범 ‘EXPERIMENT NO 2’로 데뷔했고 시완레코드에서 ‘Pot Concerto’ ‘New Trilogy’ 등 4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국내외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작 ‘After Long Silence’ 역시 재즈, 명상음악, 록, 메탈 등 장르를 넘나들고 뒤섞으며 느낌의 중요성이 강조된 현대음악이다. 후배 뮤지션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드럼, 꽹과리, 징, 건반,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직접 연주했다.

앨범 ‘After Long Silence’ 커버.
작년엔 베스트앨범 ‘EXPERIMENT NO. X’가 미국과 유럽에 발매돼 한 달 만에 소진되었다. 김병덕의 팬을 자처하는 아들뻘 되는 프랑스 학생이 찾아와 음반 재발매를 제의해 이뤄진 일이다.

몇 달 전 한국 여행 중 먹통레코드에 찾아와 김병덕의 앨범을 구매하던 영국 청년에게 “내가 이 사람이다”고 알려주자, 영국 청년은 놀란 토끼 눈으로 “당신은 런던 마니아들에게 유명하다”며 런던 공연을 제의했다. 김병덕은 “한국에서도 공연을 못 하고 있는데 런던에서 어떻게 하나? 왕복 항공권과 숙소를 제공한다면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잠깐 고민하던 영국 청년은 숙소는 자기 집이라도 괜찮은지 되물었다고 한다.

김병덕의 오랜 꿈은 바로 유럽 진출이다. 먼 이국에서 한국만의 토속적인 정서와 도의 세계를 소리로 펼치는 것이 목표다. 지구 반대편의 청년들이 계속 팬을 자처하고 나서자, 큰 자극을 받았다. 음반의 놀라운 파급효과를 실감하자,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후속타를 만들어 유럽과 미국에 ‘김병덕’이란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이 25년간의 긴 침묵을 끝내고 음반을 만든 이유다. 자유로운 음의 나열인 현대음악은 트로트, 댄스음악에 길든 한국의 대중에게 여전히 외면받고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소리를 찾아 헤매던 해외의 마니아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어디든 내 음악을 알아주는 곳에서 공연하고 싶은 것이 뮤지션으로서 당연한 희망이다. 이런 자랑스러운 뮤지션을 가까이 두고 왜 그토록 오랫동안 외면해온 것인지 크게 성토하고 싶지만, 우선 알아보지 못한 나부터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부산이 보유한 세계적인 뮤지션 김병덕이 펼쳐온 소리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씻어보고자 한다. 겁먹지 말고 다들 동참해주길 바란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178> 여수 낭도 상산~섬둘레길
  2. 2부산 수제맥주 탐방 <3> 테트라포드 브루잉
  3. 3부산도시공사, 임대아파트 승강기 추가 설치 박차…‘시민 중심’ 핵심가치 실현
  4. 4도심 산책 여행 <1> 보수동 책방골목 탐험
  5. 5한소희 ‘부부의 세계’ 후유증 “사랑만으론 결혼 못 할 것 같아요”
  6. 6[조황] 군산권 참돔·우럭 ‘진한 손맛’
  7. 7㈜동일, 일광 들어설 리조트 ‘선샤인 베이’…해양수도 랜드마크 부푼 꿈
  8. 8불펜 수난 시대라 더 빛나는 거인 ‘철벽 삼총사’
  9. 9치타 아닌 배우 김은영 “연기가 자꾸 욕심나요”
  10. 10함양 대봉산 모노레일 시범 운행
  1. 1“부산 이미지 실추됐다” 오거돈 전 시장 상대 손배소 추진
  2. 2서범수 "울산경제자유구역 지정 확실시"
  3. 3주한미군기지 전국 세균실험 프로그램 운영 인력 모집 정황
  4. 4檢, 울산시장 선거캠프 선대본부장에 구속영장 청구
  5. 5檢, 울산시장 선거캠프 선대본부장에 구속영장 청구
  6. 6민주당 당선인 워크숍 개최. 윤미향은 불참
  7. 7김대근 사상구청장, 코로나19 극복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 동참
  8. 8화명1동 통장협의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부 동참
  9. 9이낙연, 내주 초 당권 도전 선언…문재인식 대권플랜 가동
  10. 10부산 초선 김미애 통합당 비대위원 꿰찼다
  1. 1부산도시공사, 임대아파트 승강기 추가 설치 박차…‘시민 중심’ 핵심가치 실현
  2. 2㈜동일, 일광 들어설 리조트 ‘선샤인 베이’…해양수도 랜드마크 부푼 꿈
  3. 3‘혁신도시 용역’ 발표 또 석연찮은 연기
  4. 4동원개발, 상반기 부산·대구·인천에 ‘프레스티지 아파트’ 1047가구 공급
  5. 5주가지수- 2020년 5월 27일
  6. 6금융·증시 동향
  7. 7
  8. 8
  9. 9
  10. 10
  1. 1경찰직장협의회준비위, 조선일보 ‘경찰 이파리 순경, 무궁화 경정에 대들었다’ 기사 반박
  2. 2‘동해선 철도 상생발전’ 부산·울산·경북·강원 업무 협약
  3. 3서구 남부민동 샛디산복마을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개소
  4. 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40명…수도권에만 36명
  5. 5“선풍기 동시 사용 자제·2시간마다 환기” 코로나 에어컨 지침 발표
  6. 6‘거짓말 학원강사’ 수강생의 가족도 확진
  7. 7낙동강서 검출된 다이옥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8. 8대구 오성고 3학년생 코로나19 확진 … 남산·능인·시지·중앙고도 등교 중지
  9. 9영도구 회전교차로서 RV차량 세탁소 돌진해 4명 부상
  10. 10사상구 라면스프 제조공장 냉동창고서 불…경찰 “전기적 원인으로 화재 발생한 듯”
  1. 1불펜 수난 시대라 더 빛나는 거인 ‘철벽 삼총사’
  2. 2‘15년 롯데맨’ 배장호 은퇴
  3. 3‘교체투입’ 백승호 분데스리가 2부서 첫 도움…소속팀 3-1 승리
  4. 428일 채리티오픈 개막…국내파 vs 해외파 2주 만의 재대결
  5. 5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납작만두
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포스트 코로나 영화산업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중독자의 죽음(M.C. 비턴 지음·지여울 옮김) 外
예언이 끝났을 때(레온 페스팅거 외 2인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법정스님 10주기 미공개 법문집
정치도 진영 논리보다 부족주의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오후 6시’ - 조은태 作
‘라넌큘러스’- 한운성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오뚝이 /이영희
선생님 /우경민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영화‘저 산 너머’ 최종태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종편이 연 트로트 오디션 열풍…지상파 편승 ·겹치기 출연 논란
일반인 출연자 폭행·불륜·미투 의혹…방송가 속앓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냥의 시간’ 장르도 없고 작가도 없었다
‘엽문’으로 본 홍콩 무술영화의 정치성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5월 28일
묘수풀이 - 2020년 5월 27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5월 28일(음력 윤 4월 6일)
오늘의 운세- 2020년 5월 27일(음력 윤 4월 5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從欲失性
明治維新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