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화번역가 이미도 작가
- 직접 詩를 쓴 ‘시서화집’
- 영화장면 활용 특유의 재치
- 헌즈 작가 그림도 곁들여
“호기심(Curiosity)을 키우고 즐기고, 상상력(Imagination)을 키우고 즐기고, 창의력(Creativity)을 키우고 즐길 때 우리가 꺼내 드는 위대한 무기는 언어입니다.” 유명한 외화 번역가이며 작가이고, 창의적 상상력을 전파하는 인문예술 강연가인 이미도 씨는 새 책 ‘이미도의 언어 상영관’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글을 소개한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다.(The limits of my language are the limits of m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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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즈 작가가 그린 이미도 작가.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 뉴 제공 |
창의적인 사람은 언어도 한결 새롭고 풍부하겠지만, 거꾸로 ‘언어력’을 키우면 우리는 더욱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이미도 작가는 이번 책에서 다시 한번 창의적인 도전을 실천했다. 시를 쓴 것이다. “‘이미도의 언어 상영관’은 저의 첫 시서화집(詩書畵集)입니다. 즉, 시와 산문과 그림으로 상차림을 한 책입니다.”
이 책은 창의력과 공감력 그리고 혁신력을 기르는 도움을 주는 장르인 시(자작시 25편)와 산문(영화와 책의 명대사·명문장을 영어원문과 함께)과 그림(헌즈 작가의 그림 66점)으로 상을 차렸다. 그리고 이미도 작가의 보물창고이자 ‘결정적 한 방’인 영화 이야기를 함께 상에 올렸다. 이전에 낸 여러 책과 달리, 직접 시를 쓰는 실천에 나선 점을 눈여겨보게 된다.
자작시와 산문뿐 아니라, 엄청난 독서가이며 외화 520여 편을 압축미와 운율을 살린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인 그가 만난 명문장·명대사가 향연처럼 책 속에서 펼쳐지는 점도 매력이 있다. 예컨대 페르시아 시인 메블라나 젤랏롯딘 루미의 시 ‘봄의 정원으로 오라’를 영화 ‘노트북’과 함께 소개한다. 시는 이러하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이곳에 촛불과 술과 꽃이 있으니 /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만일 당신이 온다면 /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언어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시가 사랑을 담은 영화와 어우러진다.
이 책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창의적이고 정성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영화 장면을 활용하면서 특유의 재치와 남다른 시선을 숨겨 놓은 헌즈 작가의 그림이 책을 텃밭으로 꾸며 놓았다. 그 위에서 창조적 상상력에 초점을 맞춘 글을 오밀조밀 정성껏 배치했다. 저자가 쓴 ‘까치발’이라는 시의 전문은 이렇다. “까치야 / 너는 알까 / 아버지는 직장에서 / 왜 / 구두 뒤꿈치가 닳지 않는지.” 가정을 위해 일하느라 직장에서 긴장한 채 모든 걸 조심하는 아버지 모습을 그린 듯하다. 이 시에 이어지는 산문은 영화 ‘히든 피겨스’에 관한 것이다. 직장에서 차별받는 여성 과학자들을 옹호하는 명장면을 그는 소개한다.
저자는 언어의 힘, 창의와 상상력을 함께 즐기고 키워보자며 줄곧 권한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