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24> 리뷰 :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 기획공연 ‘리프레시(REFRESH)’

9개 춤 단체, 기획력만 보고 뭉쳤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23 18:46:0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묵혀둔 작품 레퍼토리화 의도
- 서사 담긴 감성 드라마는 물론
- 고정관념 비튼 유쾌한 공연 연속
- 조건 없이 뭉친 ‘작은 춤 축제’
- 젊은 세대 새로운 연대 반가워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린 ‘리프레시(REFRESH)’는 ‘3일간 3개 도시 9개 단체가 펼치는 작은 춤 축제’를 위한 민주공원 상주단체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의 기획공연이다.
지난 6~8일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린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의 기획공연 ‘리프레시’에 참여한 스트레인지 댄스 컴퍼니 이상훈의 ‘Flow’(왼쪽), POD 댄스 프로젝트 이종윤·이진우의 ‘공차적응’. 사진가 박병민 제공
9개 단체를 한자리에 모으는 기획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춤판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단체들의 일정 조정부터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기획에서는 단체들을 유인할 기획 요소가 필요하다. 주로 행사의 역사나 권위를 말하는데, 이런 요소가 약하다면 출연료라도 많아야 한다. 그런데 에게로는 가진 것 하나 없이 이 엄청난 일을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치렀다. 과정의 어려움은 에게로의 몫이었고 우리는 사흘간 다디단 열매를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춤은 실연과 동시에 소멸하는 특성 때문에 레퍼토리화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공연은 묵혀 둔 작품을 재생해 레퍼토리화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멀게는 2012년부터 2015년에서, 2019년 9월 초연까지 9개 참가작은 어느 하나 뒤처지는 작품이 없었다. ‘몸-움직임’에 천착한 이용진의 ‘Chain Reaction’과 이상훈의 ‘Flow’에서 수렴·확산하는 ‘몸-움직임’은 서사 없이 단순화한 춤의 형식미를 보여주었다. 반면 김영찬의 ‘먼지’와 허성준의 ‘사막을 건너는 히치하이크’는 서사를 담은 극적 구성을 엮어 보였다. 최우석·배민우의 ‘무의미한 이야기’와 이주성의 ‘전라도’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비틀어 긴장한 관객의 의식을 한순간에 무너트렸고, 김요셉의 ‘창백한 푸른 점’과 이언주의 ‘지독했던 오후’, 이종윤·이진우의 ‘공차적응’에는 세계를 대하는 자신만의 시각과 패기가 묻어있었다.

각각의 개성과 함께 9개 작품에는 삶을 대하는 거시적 미시적 태도 차이가 나름의 방식으로 녹아있다. 김영찬의 ‘먼지’는 초연에서 먼지를 움직임을 유발한 소재로 다루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존재와 관계를 성찰하는 매개로까지 먼지의 의미를 확대하면서 한편의 감성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요셉의 ‘창백한 푸른 점’은 다양하고 치열한 인간 삶과 자연의 변화를 담은 움직임과 어둠 속 불빛을 대비한다. 여기서 거시적 시각은 어둠 속 작은 불빛들의 움직임이다. 춤꾼의 격렬한 움직임과 땀은 오히려 미시계이며 거시적 시각에 수렴되면 창백한 작은 빛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주적 시각에서 하찮아 보이는 인간 삶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거시든 미시든 그것을 인식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이주성의 ‘전라도’에서도 독특한 시각으로 삶을 관조하는 자세가 있다. ‘전라도’는 전라도 여행이 남긴 심상의 흔적이라서 굳이 전라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자신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아슬아슬한 여정을 함께한 대걸레 자루 ‘봉숙이’와의 관계는 인간과 사물의 구분을 넘어서는 관조적 삶의 경지다. 최우석·배민우는 ‘무의미한 이야기’에서 춤·사랑·관계의 심각함과 무게를 기분 좋게 비튼다. 이들의 엉성하고 천진해 보이는 춤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있는 무의미’ 혹은 ‘무의미의 가치’가 담겨있다.

기획자 이용진은 단체들이 기획 의도를 듣고 흔쾌히 달려왔다고 말한다. 그들은 조건에 개의치 않고, 자신처럼 버티고 춤추는 이들을 만나 동지애를 느끼고 연대하고 싶어서 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기성의 권위와 역사에 기대지 않은 그들의 역사가 시작됐다. ‘리프레시’는 잠자던 작품을 소생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기성 춤판의 변화 양상까지 반영한다. 사흘 동안 기성의 수직적 권위가 힘을 잃고 새로운 세대의 연대가 부상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작품 못지않게 기획 의도와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내년에도 그 후에도 절대 작지 않은 이 ‘작은 춤 축제’가 계속되기 바란다.

춤 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7. 7[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0. 10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