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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6좌 완등 넘어…이젠 ‘사회환원’ 17좌 도전”

산악인 엄홍길 초청 특강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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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 동안 38번 히말라야 오르며 수 없이 죽을 고비
- 부상에 수술, 의사 “등반 접어라” 권고에도 포기 안해
- ‘조금만 더 이겨내면 된다’ 쉼없는 전진… 마침내 결실
- 등정하며 현지주민 척박한 삶 보고 학교 세우기 시작
- 설립한 휴먼재단 잘 운영하는 것이 남은 인생의 목표

산악인 엄홍길대장(59·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8000m 이상 고봉 16좌를 세계 최초로 그리고 ‘인류 최초로’ 모두 등정한 산악인이다. 지난 23일 엄홍길 대장은 부산에 와서 국제신문 독자와 부산 시민을 만났다. 국제신문과 국제아카데미가 주최하고 부산교육대학교가 공동 주관한 제2회 시민초청특별강연회 강사로 초빙된 그가 들고 온 주제는 ‘도전’이었다. 이 위대한 산악인은 “나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욱 많았고, 바로 그 실패에서 배운 덕분에 살아남아 이렇게 계속 도전할 수 있다. 그것이 나는 무척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산악인 엄홍길의 불굴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500여 명 청중 앞에서 1시간 30분 넘게 펼쳐진 강연의 상세한 내용을 정리한다. 이 기사에는 강연 직전 기자가 엄홍길 대장을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한 내용도 포함된다. 강연은 최근 새롭게 단장한 부산교육대학교 교수학습지원관 1층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왼쪽)이 지난 23일 부산교육대학교 교수학습지원관 1층 그랜드홀에서 ‘불굴의 도전’을 주제로 열강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객석을 꽉 채운 청중. 박수현 선임기자
1. 새로운 도전, 엄홍길휴먼재단

나는 22년에 걸쳐 38번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에 도전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서야 16좌 등정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동료 10명을 잃었다. 나는 그 사실이 무겁고 슬프다. 8000m 고산에서 ‘동료를 잃는다는 것’은 방금까지 함께 울고 웃던 친구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무서운 체험이다. 잃은 동료 가운데는 한국 산악인뿐 아니라 등정대를 전문적으로 돕는 현지 주민 셰르파들도 있었다.

1986년 나는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직전 해 첫 도전에서 깨끗이 실패했기에 많이 준비했고 실패 원인도 철저히 분석했다. 등반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정상이 다가왔고 눈앞에 보였다. 그때 내 마음에서 경건함이 사라지고 정상을 밟을 욕심이 생겼다. ‘드디어 다 왔다!’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사고가 터졌다. 함께 오던 셰르파가 추락해 숨졌다. 당연히 정상은 포기해야 했다. 힘겹게 해발 4060m의 네팔 팡보체라는 마을까지 내려왔다. 숨진 셰르파의 유족은 서럽게 울었다. 그의 아내는 열여덟 살이었고 결혼한 지 4개월째였다. 나는 그때 ‘언젠가 반드시 이들을 돕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 뒤로 20여 년 히말라야를 다녔다. 점점 산 아래 마을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고, 그들의 삶이 보였다. 그분들은 정말로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산다. 아이들은 가난을 물려받을 뿐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다. 학교가 필요했다.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을 만들고 2010년 첫 학교를 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히말라야 지역에 15개 학교를 개교해 돕고 있다. 제1호 학교가 들어선 곳이 바로 팡보체 마을이다. 1986년 셰르파 동료를 잃고 좌절했던 바로 그 마을이다.

2. 내 쓰라린 실패와 좌절

안나푸르나(8091m)는 히말라야 8000m 16좌 가운데 내게 가장 많은 실패를 안겼다. 이 산에서 네 번 실패했고 다섯 번째 등정에 성공했다. 동료를 세 번이나 잃었다. 나도 크게 다쳤다.

7600m 지점에서 줄을 잡은 채 아래로 떨어지던 동료를 구하려고 줄을 붙잡았다가 줄이 발목에 감겼고 그렇게 나도 300m를 추락했다. 내 발목은 180도 돌아갔고 부러져 덜렁덜렁했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칼로 신발을 잘라 무게를 줄이고, 마침 갖고 있던 덧신을 신은 채 깎아지른 절벽을 줄을 타고 내려왔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내 다리를 자르려 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 아침을 맞았다. 아! 살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길은 멀었다. 줄을 잡고 절벽을 내려오는 동안 또 하루가 흘렀다.

그렇게 2박 3일 만에 4500m 지점까지 내려와 목숨을 건졌다. 네팔 의사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신기해했고,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앞으로 걷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산은 포기하라”고 했다.

병원에 누워 있는데 눈물이 자꾸 났다. 정상을 꿈꾸고, 그 과정에서 잃고 만 동료의 시신을 끌어안고 슬픔에 잠겼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꿈과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수렁이었다. 그런데 허벅지까지 석고 깁스를 한 채 퇴원한 내게는 ‘너무 아파, 이제 포기야’가 아니고 ‘조금만, 조금만 더 이겨내면 될 것 같아. 더 높은 산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를 당한 지 10개월 만에 또 안나푸르나에 도전했고 다행히 안나푸르나는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등정에 성공했다. 4전 5기였다.

그런데 22년을 히말라야를 오르내린 내게 이런 실패와 좌절의 경험은 참으로 많다.

3. 어린 시절 나는 억울했다

나는 1960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고성 거류산에는 현재 엄홍길기념관도 있고 나는 1년에 한 번 주민과 산행 행사도 한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경기도로 이사 갔다. 깊은 산속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셨다. 어린 나는 참 많은 것이 불편하고 힘들고 부러웠다. 학교를 다니려고 한 시간이 넘도록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불편했고, 편의시설이 조금도 없는 산속에 사는 것은 힘들었고, 산이 아닌 곳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왜! 우리 부모님은, 왜! 하필 이런 산속에 살아서, 왜! 우리를 이다지도 고생시키나? 이런 생각과 불평을 참 많이 했다. 세월이 흐르고 청년이 되면서 나는 산을 알게 됐고 자연을 사랑하게 됐다. 나의 몸과 마음 또한 산과 자연에 꼭 맞게 자랐고 강해졌다. 이것이 내가 히말라야 16좌를 등정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산에 맞게 신체가 적응하고 강해졌을 뿐 아니라 마음도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너무 힘드니까 포기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보다, 조금만 더 도전하면 되겠구나 생각한다. 16좌의 마지막 목표였던 로체샤르(8382m) 등정에 세 번 실패하고 네 번째 성공했을 때 시각이 오후 6시50분이었다. 해가 져서 굉장히 위험한 시각이라 등반 역사에도 좀체 기록이 없다. 그때 동료가 설맹에 걸려 눈이 안 보이게 됐다. 그 친구를 데리고 3500m 수직 빙벽을 내려가야 했다. 처음엔 ‘아, 나도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구나’ 싶었다. 그 동료에게 ‘내가 너 절대 포기 안 해’ 하면서 내려왔고, 살았다.

4. 나는 ‘인생 17좌’에 도전합니다

나는 지금 히말라야 8000m ‘16좌’ 등정을 넘어 ‘인생 17좌’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그 새로운 도전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엄홍길휴먼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이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 사는 어린이와 주민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휴먼학교는 제17호가 건립 중이다. 3450m에 있는 남체 마을에는 병원을 지었다. 셰르파와 주민 그리고 외국의 원정대원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등반 도중 희생된 셰르파의 자녀를 위한 장학금도 지원하며 국내에서는 청소년이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여기 이렇게 앉아서 강연하고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히말라야 설산 어느 곳에서 사고를 당해 죽어 눈사람이 되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위험과 어려움은 많았다. 그때마다 동료의 도움을 받았다.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를 했다. 그래서 등정에 성공하면 언제나 나는 고맙고 감사했다. 나는 산에 있으면 편안하고 좋지만, 말도 잘 못 하고 이런 강연은 더 두렵다. 하지만 여러분께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

여러분, 도전합시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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