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6> 해저케이블, 동북아를 연결하다

국내 해저케이블 90% 부산 밀집 … 명실상부한 동북아 통신 허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24 18:42:24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아시아 패권 장악하려던 청·일
- 조선 전신망 깔아 정보 수집
- 1884년 첫 전신용 해저케이블
- 부산-나가사키 전신선 연결
- 인천-한성-의주 간 전선도 깔려

- 전화·인터넷용 국내 첫 설치는
- 1980년 부산~日하마다 153㎞
- 2016년 송정에 국제관제센터
- 국내서 해외로 접속하는 인터넷
- 부산 통해야만 가능해진 시대

1851년 영국의 J. 브렛(J. Brett) 형제가 도버해협을 횡단하여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케이블을 부설함으로써 해저통신망 시대를 열었다. 전신 기술을 가진 국가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식민지를 보유했거나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던 몇몇 국가였다. 이들은 전 세계 식민지를 관리하는 데 전신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고, 상인 역시 전신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전신 기술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동기가 됐다.
1884년 일본이 부산~나가사키 해저전신선을 부설한 뒤 만든 부산 전신국 모습을 담은 당시 사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해저케이블은 가장 효과적인 통신수단이었고, 1924년 장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탄생하면서 무선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여전히 해저케이블 전송은 안정성과 저비용의 이유로 통신의 기반이 되고 있다.

■세계 전신망의 공백지, 조선

위부터 1980년 한일 간 해저케이블 개통을 기념해 한국 정부가 만든 우표, 1990년 나온 제주~고흥 해저광케이블 준공 기념 우표, 1996년 발행한 한국-중국 해저광케이블 기념 우표.
조선 시대 통신수단은 역원과 봉수체계였다. 구체적 내용을 담은 서한은 말을 타고 직접 이동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근대 발명품 자동차와 기차가 등장하면서 교통수단으로 전달하는 소식은 말보다는 비할 수 없이 빨라졌다. 그런데 육상 전신선 부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소식을 전달하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나아가 바다를 넘을 수 있는 해저케이블 부설은 세계를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1880년까지 조선은 전신망이 없었다. 세계의 해저케이블은 조선에 닿지 않았고, 조선 내에도 전선이 부설돼 있지 않았다.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려던 국가들은 조선에 전신망을 구축하고, 동북아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나선 국가는 청과 일본이었다. 이 두 나라가 조선의 전신사업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계기는 1884년 갑신정변과 1894년 청일전쟁이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일본은 조선에 통신수단 개설을 계속 요구했고, 1883년 조일해저전선부설조약(朝日海底電線敷設條約), 일명 부산구설해저전선약관(釜山口設海底電線約款)을 맺었다. 1884년 부산-나가사키 해저전신선 부설 뒤, 일본은 부산에 전신국을 열고 통신업무를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설립된 조선 최초 통신업무 기관인 우정총국(郵政總局)은 일본 전신국을 통해 일본 전신망으로 해외 연락을 하게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청나라도 근대적 통신시설 가설을 조선 정부에 요구했다. 조선과 청은 1885년 7월 조청전선조약(朝淸電線條約)을 맺고, 인천-한성-의주 간 전선을 설치해 한성과 북경을 연결했다. 조선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신망으로 서로전신선과 해저전신선 두 경로가 생긴 것이다. 서로전신선을 부설한 뒤, 1887년 한성-부산을 연결하는 남로전신선, 1891년 한성-원산을 연결하는 북로전신선도 부설했다. 북로전신선은 1900년 두만강에 위치한 경흥까지 연결됐고, 러시아에서 조선과 전신선 연결을 시도했다. 이를 알게 된 청과 일본의 강한 반대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첫 해저케이블, 부산-나가사키선

우리나라 최초 해저케이블은 부산을 기점으로 했다. 부산-나가사키 해저케이블은 조선과 일본 사이의 조약으로 가설된 것이지만, 두 나라 모두 가설할 자본과 기술이 없었다. 이 선을 연결한 것은 덴마크 국적 국제통신회사 대북전신회사(大北電信會社, The Great Northern Telegraph Company Ltd.)였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신선을 가설했던 대북전신회사는 영국 러시아 덴마크에서 국가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였다. 시베리아 횡단 전신 부설권을 갖고 있었고, 육로와 해저선을 이용해 청과 일본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조선은 당시 덴마크와 수교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대북전신회사와 조선 정부가 해저케이블 가설과 관련한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청의 중재가 필요했다. 1883년 3월 조선 정부는 일본과 해저전신망 부설에 관한 조일해저전선부설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는 25년간 운영권을 보장하고, 전선 업무는 일본 정부가 담당하며, 부산-나가사키선과 경쟁하는 전신선 가설을 제3국에 승인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이 있었다. 해외 전보선일 경우 반드시 부산에 있는 일본 전신국과 연결해야 한다는 속박 조항도 있었다. 조선 정부는 이 문제를 인식했지만 국제 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더 큰 목표였기에 조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조선은 국제사회와 연결될 수 있었으나, 처음부터 조선의 전신사업은 치명적 한계를 갖고 출발했다.

■두 번째, 거문도-상해선

부산에 이어 거문도에도 해저케이블이 부설됐다. 1885년 5월 영국군은 거문도를 불법 점거하고, 영국 동양함대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던 중국 상해까지 군사용 해저케이블을 개설했다. 2년 뒤 철군하면서 해저케이블도 폐기했지만, 거문도에는 이때 부설됐던 육상 케이블이 아직 남아 역사의 한 장면을 전한다.

거문도 해저케이블을 다시 연결한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사세보에서 거문도를 거쳐 대련까지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부설했다. 사실 이 선은 일본이 동북아 해역에 설치한 전체 해저케이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의 전신선은 군사정보 통신망이었고, 제국 확장을 위한 매우 중요한 도구였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을 기회로 조선 내 전신선을 부설하고, 해군의 임시근거지로 설정한 전남 강진의 장직로와 부산을 해저케이블로 연결했다.

일본이 조선 전신망을 강제 접수한 것은 러일전쟁 직후로, 1905년 4월 한일통신협정을 체결하면서였다. 황해는 사세보-거문도와 제주도-신안 팔구포-덕적도-백령도-대련, 남해는 쓰시마 이즈하라(嚴原)-거제도-마산, 동해는 사세보-블라디보스토크, 사세보-울진 죽변-울릉도와 독도, 사세보-울진 죽변-고성 수원단, 원산-블라디보스토크를 군사용 해저케이블로 연결했다. 일본은 일본에서 조선, 대련,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해저통신망을 완전히 구축한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 해저통신망의 도약은 1980년이었다. 한일 간 해저케이블이 부산 송정과 일본 시마네현 하마다(浜田) 간 153km 구간에 놓였다. 1990년 4월 최초의 해저광케이블이 제주와 고흥간 144km 구간에 건설됐고, 5월에는 한국과 홍콩, 일본을 연결하는 라인이 구축됐다. 최초 전신용 해저케이블이 1884년, 최초의 전화와 인터넷용 해저케이블이 1980년 부산을 발신지로 부설됐다. 이것은 부산의 지리적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2016년 6월 KT는 부산 송정에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해저케이블을 통합 관제하는 ‘국제해저케이블 통합관제센터’를 개소했다. 2018년 부산-남중국해 해저케이블 부설 완료 뒤, 센터에 ‘국제해저케이블 콤플렉스’를 구축했다. 한국에서 해외로 접속하는 인터넷 전송량의 대부분이 부산을 통한다. 한국 해저케이블의 90%가 밀집한 부산은 명실상부 동북아시아 통신의 허브라 할 수 있겠다.

김윤미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4. 4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