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인 저자
- 동북아시아 동일한 사료 두고
- 日 임나일본부·中 동북공정 등
- 입맛따라 달리 보는 역사 지적
- “장벽 걷어내고 본질 보자” 주장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이성시 교수는 고대 동아시아 역사와 한국 고대사, 동아시아 고대국가 형성 등을 연구한다. 이성시 교수의 새 저서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는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내용을 담았다. 책의 머리말을 통해 저자의 문제의식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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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린성 퉁거우에 있는 광대토대왕비를 찍은 옛 사진(왼쪽)과 부산 서구 부민동 동아대 석당박물관 실내에 세워진 광개토왕비 모형. 국제신문 DB |
“필자는 동아시아사, 특히 한반도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고대사 연구에 종사해왔는데, 이 분야에서는 동일 사료를 사용하면서도 국가나 민족, 그 밖의 여러 조건에 현저하게 구속되며, 때로는 여러 설 사이에 신학론적인 논쟁과 같은 양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당연히 여러 설에는 각기 입장이나 세계관, 방법 등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동북아시아 고대사를 놓고 중국은 동북공정 논리를 들이댄다. 일본은 과거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렇게 주장해왔다. ‘고대사를 연구해보면 한반도 남부에는 임나일본부, 한반도 북부에는 중국 한사군이 있었다. 그러므로 조선은 운명적 식민지이며 일본과 같은 나라가 대신 발전시켜주지 않으면 안 되는 정체된 나라다’. 이를 식민사관이라 한다. 해방된 지 74년이 된 지금 이런 식민사관의 힘이 줄었다는 증거는 크게 없다. 오히려 한국의 적지 않은 학자가 여기 동조하면서 식민사관을 국내에 더 많이 전파한다.
요컨대, 이런 역사전쟁이 벌이지는 장은 모두 고대사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고대사를 ‘있는 그대로’ ‘전체를 잘 파악하여’ 연구하지 않고 각 나라 입맛에 맞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가져다 쓰고, 그래서 고대사 연구는 갈수록 꼬이고 어지러워진다. 이성시 교수는 이런 ‘거품’과 ‘장벽’을 걷어내고 제대로 고대사를 연구하자고 이 책에서 주장한다.
저자의 이런 관점은 이 책의 제2부 ‘출토 문자자료와 경계’에 실린 ‘출토 사료는 경계를 넘을 수 있는가’ ‘표상으로서의 광개토왕비문’ ‘석각문서로서의 광개토왕비문’과 같은 글에서 잘 드러나는 듯하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간 한·일은 ‘광개토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 현창하는 비석’이라는 측면에서 비문을 이해했다. 그 상태에서 한·일 고대사 논쟁을 촉발한 ‘문구 32자’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광개토대왕비문 ‘전체’를 해석하면, 이 비문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현창하는 성격이 없지는 않으나 그보다는 광개토대왕릉을 비롯한 왕의 무덤을 지키고 관리하는 수묘인에 관한 법령을 재정비하고 공표하는 글이다. 이런 본질을 보아야 비로소 광개토대왕비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제안과 비판을 받아들인다면, 광개토대왕비문에 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지고 관점은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눈여겨볼 내용도 많다. 제2부 ‘출토 문자자료와 경계’에서는 일제가 광개토대왕비를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사실을 소개한다. 제1부 ‘국민국가 이야기’에서는 ‘근대국가의 형성과 일본사, 일본문화의 발생’ ‘삼한정벌-고대 한반도 지배 담론’ 등에서 일제 식민사학계가 한국 고대사담론을 지배하려고 벌인 짓, ‘임나일본부’를 통한 고대 한반도 지배를 당연한 국민적 상식이자 진실로 가르친 일본 상황 등을 알 수 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