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형법전 독립’ 꿈꾼 법학교수의 30년 과업

형법조문강화- 하태영 지음 /법문사 /4만3000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동아대 로스쿨 하태영 교수
- 불친절한 언어 덩어리인
- 한국의 난해한 형법조문

- 일반 국민도 읽어낼 수 있도록
- 쉽고 좋은 문장이어야 한다는
- 청년시절 믿음 행동으로 옮겨

- 법률문장 수정해 가독성 개선
- 일본식 조사 다듬고 부호 정리
- 어려운 법률 용어는 해석 붙여

“30년이 걸린 책을 한 권 올립니다.…30년 동안 대한민국 형법의 독립선언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자 하태영 교수가 국제신문에 보내온 ‘형법조문강화’.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마다 저자가 직접 포스트잇을 빼곡히 붙여 놓았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하태영 교수가 새 저서 ‘형법조문강화’(법문사·794쪽)를 펴내면서 독자에게 건넨 ‘고백’이다.

여기서 하 교수가 말하는 ‘독립’은 무얼 뜻할까? 저자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이 책은 형법 제19차 개정 법률(법률 제15982호, 시행 2018. 12. 18)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법조문을 간결한 문장으로 바꾸었고, 중요한 판례들을 단문으로 정리하였다.”(책머리 ‘형법조문강화를 출간하는 이유’에서)

   
하태영 교수
저자 의도를 더 분명히 알기 위해 이번에는 이 책 ‘서문’을 인용한다. “가. 법전에 한자(漢字)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 읽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글로 ‘읽기 쉬운 형법전’을 만들었다. 나. 법률문장은 대체로 문장이 길다.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약간 수정하였다. 수정원칙은 명확성·간결성·가독성·개조식·국제화이다. 특히 일본식 조사를 다듬고, 온점(·)을 사용하였다. 다. 조문 내용은 현행 법전과 같다. 법률용어에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여 쉽게 정리하였다….” 여기서 개조식(個條式)은 ‘글을 쓸 때, 앞에 번호를 붙여 가며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이다.

독립의 뜻이 한결 명확해졌다. 난해하고 불친절한 언어의 덩어리 같은 문장에서 형법조문이 독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편리하도록 간결하고 쉽게 써야 한다는 의미다. 법률문장이 외국 말투에 오염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잃은 현실을 고치자는 뜻도 담았다.

하 교수는 “이태준 저서 ‘문장강화’(창비, 2017)를 읽고 한국어 문장과 문체를 깊이 생각했다. 형법 조문에 그의 정신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작업이 3년 걸렸다”고 했다. 대한민국 형법을 하태영 교수의 관점·철학·방식으로 고쳐 쓰는 데 3년 걸렸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유학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작은 씨앗이 큰 밑천이 되었다”고 밝혀 본인에게 이 책이 ‘30년짜리 과업’인 배경을 알렸다.

   
이제 책 내용을 살펴보자. 책은 ▷형법 제정 경과 ▷형법 연혁 목차(1953년 제정 후 19차례 개정 이유) ▷저자가 제시한 형법 개정 지침 ▷현행 형법 조문과 이를 저자가 새로운 문장으로 개정한 본문 ▷관련 대법원 판례를 단문으로 새롭게 정리한 내용 ▷색인 등을 실었다.

하 교수는 ‘형법 개정지침’에서 먼저 “법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형법전에 외국어 번역체 문구가 많다.…부적절한 조사와 동사 사용 그리고 이중부정으로 나타낸 문장들이 한글문체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에의, ~에서의, ~에 의한, ~하고자 한 것에, ~적, ~하지 아니한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등을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일본어 조사 の(노)에서 유래한 ‘의’를 남용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를 되도록 삭제하자고도 제안했다. ‘또는’은 온점(·)으로 대체하고, ‘~적(的)’은 자제하며, ‘~에 의하여’는 ‘에 근거하여’로, ‘~에서의’는 ‘에서’로 쓰면 문장이 훨씬 쉽고 간결해진다는 지침도 내놓았다. 압축하면, ① 형법 조항 제목 변경 ② 일본식 조사 ‘의(の)’ 삭제 ③ 명확성 ④ 간결성 ⑤ 가독성 ⑥ 국제성(구글 번역이 가능한 문체)이다.

이를 적용한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현행 형법 제20조는 이렇다. “第20條(正當行爲) 法令에 依한 行爲 또는 業務로 因한 行爲 其他 社會常規에 違背되지 아니하는 行爲는 罰하지 아니한다.” 저자 개선방안은 이렇다. “제20조(정당행위) 법령행위·업무행위·그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제11조는 이렇다. “第11條 聾啞者의 行爲는 刑을 減輕한다.” 하 교수 개선방안은 이렇다. “제11조(청각기능과 발성기능 장애인 형사책임무능력)행위자가 행위 당시 청각기능과 발성기능에 모두 장애를 가진 경우 법원은 형을 감경한다.” 간결하거나 상세해졌다.

법문장이 아니라도, 우리말과 한글 문장은 이미 많이 오염됐고 망가지고 있다. 외국어투, 번역투, 일본식 잔재 탓이다. ~들· ~부분· ~적· ~으로부터의 등 자연스럽지 못한 표현을 마구 쓰는 현상도 한몫한다. 이런 때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은 형법 조문을 더 좋은 문장으로 고치는 데 온 힘을 쏟은 묵직한 책이 나온 점이 뜻깊다.

상세한 영역으로 들어가면 전문가나 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제안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깊은 논의를 거쳐 형법 문장을 더 좋게 가꾸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4. 4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2. 2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4. 4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9. 9추석 연휴 셋째 날 귀경길 정체 완화…부산→서울 5시간40분
  10. 10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